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김 실장은 지난 2017년 5월 17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지명된 지 2년 여 만에 청와대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11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후임으로 임명된 김수현 정책실장은 7개월 만에 물러나 김상조 실장에게 바통을 넘겼다.
이번 인사는 장하성 전 실장과 함께 시민사회와 학계에서 경제 개혁 담론을 주도했던 김 실장에게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김으로써 문재인 정부의 경제 개혁 의지를 재점화시키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장하성 전 실장과 김동연 전 기획재정부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지난해 동시 교체된 뒤로, 그동안 관료 출신인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이 행사해온 경제 정책의 주도권은 다시 청와대로 이동할 전망이다.
'김상조 발탁'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세 축(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가운데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공정경제'의 전면화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 실장이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를 맡더라도 급격한 재벌개혁 드라이브가 추진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2년 전 문 대통령이 공정거래위원장에 지명할 때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김 실장은 지난 2년 간 보수 진영으로부터는 급진적이라는 비판을, 진보 진영으로부터는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아왔다. 이런 비판 속에 그는 "몰아치듯 기업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일관적으로 보여 왔다.
김 실장은 지난달 초 언론 인터뷰에서 "재벌의 구조적 요인에 대해 근본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무조건 실패한다. 하나의 조치로 세상을 바꿀 순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100점짜리 하나의 수단이 아니라 30점짜리 3개의 수단을 합해서 90점의 목표를 달성하려 하고 있는데, 이 3개의 수단이 엄정한 법 집행과 재벌의 자발적 개선 유도, 법제도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는 흔들림 없지만 그 방법은 과거가 아닌 지금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바꿀 필요가 있다"며 "진보진영이 과거의 기억에 너무 머물러선 안 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집권 중반으로 접어든 3년차에 문 대통령이 '개혁의 아이콘'인 김상조 카드를 꺼내든 배경은 내년 총선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소득주도성장론을 사실상 무력화시킨 자유한국당의 '경제 실정' 공세에 물러서지 않고 '개혁 대 기득권' 구도로 총선에 대응하겠다는 포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