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두고 한반도 문제 해결 구도가 남·북·미·중 4자로 바뀔 가능성을 제시하며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정 전 장관은 20일 국회의원 연구단체 '한반도경제문화포럼'이 국회에서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그동안 남북미 삼각 구도로 북미 협상과 북핵 협상이 진행됐지만, 정전협정 서명 당사자인 중국이 평화협정 문제를 거론하면서 4자 프로세스로 들어올 것"이라며 "판이 커졌다. 통일부가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이 요구하는 선(先) 비핵화라는 셈법을 바꾸기 위해 중국이 개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가 (김정은의 편지를) '뷰티풀 레터'라고 했다가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고 했다. 편지가 좋다고 하면서도 서두르지 않는다는 건 연말까지 셈법을 안 바꾸겠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중국이 끼어들어 셈법을 바꾸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시 주석이 북한 노동신문에 기고한 내용을 분석하며 "(시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안 쓰는 대신 훨씬 큰 개념인 '조선반도 문제'라고 표현하고 있다"며 "조선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정이 같이 가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정전협정에 서명한 중국이 평화협정의 얘기를 꺼내는 것은 이제 중국도 북핵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4분의 1 지분을 가진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것"이라면서 "G20 회담에서 제기될 미국의 대중 무역 압박에 견제할 수 있는 카드 만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시진핑의 방북은 그간 북핵문제 해결 스타일에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지난 4월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것을 언급하며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북한을 압박해 들어온다면 미국의 대북 압박을 완화시키는 저지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의 푸틴의 메시지가 많이 있었다"며 "시진핑 주석의 방북으로 김정은은 그야말로 좌청룡 우백호를 거느리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 전 장관은 상황 변화에 맞춰 통일부의 대책 수립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역설했다. "지금 4자 구도의 기로에 섰다"며 "인습적으로 미북 사이에서 교량 역할을 해서 북미 3차 정상회담을 열리겠다고만 해선 접점을 못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북간 중재자, 촉진자, 길잡이 이런 얘기들은 옛날 얘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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