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산업자원부가 핵폐기물처리장 부지를 전북 부안군 위도로 확정지은 후, 부안군민들과 전북의 시민사회단체들의 항의가 거세지고 있다. 25일 오전 장대비 속에서 전북도청 앞 항의 집회를 가진 데 이어, 오후에는 부안읍에서 1만명 이상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다.
***장대비 속 바지 걷고 맨발로 도청 앞으로**
25일 오전 약 200여명의 시민들이 전주 전북도청 앞에서 "핵폐기장 반대", "강현욱 전북도지사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 집회를 가졌다.
애초에 1천여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었던 이번 집회는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장대비 때문에, 약간 늦게 2백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주 전북도청 앞에서 열렸다.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폭우 속에서 비옷을 입고 "도민의 동의를 얻지 못한 핵폐기장 강행은 무효"라며 강 도지사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장대비 속에서도 문정현 신부를 선두로 시위대는 바지를 걷고 맨발로 도청 앞으로 "핵폐기장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한걸음씩 전진해 핵폐기물처리장 반대에 대한 도민들의 굳은 의지를 보여주었다.
이날 도청 앞 집회에는 고창군민들이 참석해 "부안군 핵폐기물처리장 유치 반대 투쟁에 연대할 것"을 표명해 핵폐기물처리장 반대 움직임은 부안군을 넘어 전북 전체로 번질 전망이다.
이날 도청 앞은 6대의 전경 버스와 경찰들로 둘러싸여 출입이 전면 금지됐다.
11시40분경 집회를 마친 도청 앞 집회 참석자들은 부안읍에서 오후2시부터 열리는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부안으로 내려가고 있다.
***차분한 분위기 속 주민들 분노 가득**
오후 2시부터 1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집회가 예정돼 있는 부안읍은 겉으로는 평온한 분위기다.
하지만 집회가 예정된 수협 앞과 터미널 주변을 비롯한 곳곳에 "핵 없는 부안", "핵폐기장 반대" 등의 구호가 적인 플랑카드가 붙어 있다. 주민들 역시 핵폐기물처리장에 대한 불신과 정부에 대한 분노로 가득차 있다.
부안 토박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읍내 주민은, "22일 그 난리를 치룬 뒤, 한국수력원자력(주) 직원들이 집집마다 방문해 핵폐기장이 안전하다고 거짓말을 치고 다녔다"며 "그렇게 안전하면 서울에다 짓지 왜 조용한 우리를 괴롭히느냐"고 주장했다.
다른 주민도 "타지 사람들이 우리를 폭도 취급하더라"면서 "대통령이 22일에 일어난 일이 다 부안군민 때문이라고 말했을 때는 분노에 치를 떨었다"고 정부와 중앙 언론 등에 강한 불신감을 표시했다.
위도가 고향이라는 한 주민은 "황금어장의 중심지에서 쇠락한 위도는 희망이 없다"면서 "지금 위도 사람들은 핵폐기물처리장의 안전 여부보다는 가구당 3~4억씩 준다는 보상금을 받아 떠날 생각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 정부의 거짓말이 드러나면 위도 사람들이 가만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전ㆍ의경을 포함한 40개 중대 5천여명의 경찰이 부안 일대에 배치되어 있는 상황이다. 주민들의 분노가 들끓어 일부 주유소들은 경찰 기동대 차량에 기름을 넣어주지 않는 등 경찰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5일 집회 개최측이나 경찰 모두 최대한 충돌을 자제할 예정이지만 우발적인 상황이 생길지 몰라 극도로 긴장한 분위기다. 현재 부안에 비는 내리지 않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