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개발사업과 관련된 지역의 문제를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이 스스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3월 25일 송악산 개발에 반대하는 대정지역 1096명 주민의 서명이 담긴 서명부가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에 전달됐다.
대정읍 인근 지역주민들과 (사)제주올레, 천주교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송악산 개발 반대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뉴오션타운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에 대해 부동의 결정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이 사업의 깊은 터파기 공사로 인해 송악산과 도알오름의 연약한 화산지질 훼손과 사업부지 인근 진지동굴 등 역사유산 훼손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또 주변 경관이 차단되고 사업자 측의 사적공간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거론하며 경관자원이 사유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지난 달 9일 기자회견을 갖고 만명이 넘는 인원이 서명했다며 환경총량을 초과하는 송악산 뉴오션타운 조성사업 취소를 촉구했다.
대책위는 이날 "숙박시설 과잉 공급으로 객실이 남아돌아 휴폐업이 속출하고 있다”며 “송악산 일대에 대규모 숙박시설이 들어오면 모슬포 지역 영세 숙박시설은 초토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모든 것을 갖춘 호텔 내부에서 먹고, 자고, 쇼핑을 하게 되면 지역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송악산에 대해선 “일본군이 강제노역을 통해 만든 해안 진지동굴 15개와 고사포 진지, 알뜨르비행장 등이 보전돼 있어 역사적 의미가 크고 송악산 역시 특이한 이중분화구로 이뤄져 오름이 갖는 지질학적 중요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희룡 제주도지사 역시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송악산이 생태적, 지질학적 가치가 높아 (개발) 허가를 내줘선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 남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제주 올레길 10코스는 화순 금모래 해변부터 모슬포항까지 이어진 17.5km의 편도 코스다. 바다가 펼쳐진 해안도로와 오솔길, 나무들이 길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지난 4월 4일 제주올레는 성명을 내고 “올레꾼들은 송악산 둘레를 걸어 내려와 동알오름과 고사포 진지로 이어지는 올레길이야 말로 제주 서남부 해안 오름과 마을이 어우러지는 전형적인 풍광을 볼 수 있는 곳으로 평가한다”며 “사업이 진행된다면 송악산 주변 경관은 급격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12년 동안 제주올레길을 내고 관리하면서 제주는 대규모 사업이 아니라 원형 그대로의 자연과 자연자원만 잘 활용하고 보존해도 지역경제가 활성화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반면 송악산 개발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반대입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정읍 상모리 일부 주민들은 사업 추진과정에서부터 송악산 개발에 대해 찬성입장을 밝혀왔다.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마을 발전위원회는 지난 4월 2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환경파괴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한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면서도 "하지만 외부세력의 개입으로 지역갈등이 초래되는 것은 단호히 거부한다. 마을총회와 주민설명회를 거쳐 진행되는 사업을 급조한 단체로 맞서는 것은 민주주의 절차와도 맞지않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송악산 개발사업의 공식 사업명은 ‘뉴오션타운 조성사업'이며 사업시행자는 중국 칭타오에 본사를 둔 ‘신해원 유한회사’다.
뉴오션타운 조성사업은 송악산 일대 19만1950㎡ 면적에 약 3700억 원을 투입해 460여 실 규모의 호텔과 휴양시설(문화센터, 캠핑시설, 조각공원), 편익시설(로컬푸드점, 상업시설) 등을 계획하고 있다.
앞서 4차례 환경영향평가 심의에서 재심의 결정이 내려졌지만 지난 5번째 심의에서 호텔 건물을 8층에서 6층으로 조정해 고도를 10m가량 낮추고, 객실을 190여 개 줄이는 내용으로 조건부 통과했다.
개발 찬성 측은 "환경 문제를 거론하며 한 부분 논리만 내세우며 사업 추진 자체를 못하도록 막아선다면 어느 누가 제주도에 투자를 하겠으며 지역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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