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쿠바 의료진, 아이티 지진 구호의 진정한 일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쿠바 의료진, 아이티 지진 구호의 진정한 일꾼

서방언론 외면 속에서도 수준급 의료진 수백명 묵묵히 활약

대지진이 할퀴고 간 아이티를 치유하는데 가장 열성을 보이는 나라는 어디일까? 최대 2만 명의 병력을 파견했던 미국? 과거 아이티를 식민 지배했던 프랑스?

범 아랍계 언론 <알자지라>에 따르면, 그 나라는 바로 쿠바다. 다른 분야에서는 몰라도 적어도 의료 지원에서만큼은 아이티의 가난한 이웃 쿠바가 어느 나라보다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이 방송은 평가했다.

쿠바의 전폭적 의료 지원

아이티에서 쿠바 의료진의 현지 코디네이터 역할을 했던 한 의사에 따르면, 쿠바에서 온 의료진들은 하루에 18시간 수술실을 가동해가며 쉬지 않고 밤낮으로 일했다.

쿠바 의료진은 수준도 높았다. 범미주보건기구(PAHO)의 미르타 로지스 국장은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라 파즈 병원에서 목격한 쿠바 의료진의 능력이 "매우 뛰어나고 경이로운"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쿠바가 아이티의 의료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은 비단 지진 이후의 일만은 아니다. 아이티와 쿠바는 1998년에 의료협력 협정에 조인했으며, 지진이 닥치기 전에도 이미 344명의 쿠바인 의료 종사자들이 아이티에서 조산 서비스, 시력 회복술 등을 지원하고 있었다.

지진이 일어나자 재난 분야에 전문가 집단인 '헨리 리브 의료봉사대'가 발빠르게 대응했고, 그 일환으로 더 많은 의사들이 아이티에 파견됐다. 이 단체는 중국,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지에 강력한 지진이 덮쳤을 때도 활약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들로 구성됐다. 니카라과 출신의 한 공중보건 전문가는 "쿠바 의사들은 트레이닝 과정에서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배우기 때문에 재난에 매우 빨리 대응한다"고 설명했다.

아이티에서 쿠바 의사들은 각각 다섯 곳의 야전병원과 진단 센터 등 총 22개의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또 70명에 이르는 쿠바인 물리치료사와 재활 전문가들로 꾸려진 아홉 곳의 재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 쿠바 의료진이 아이티 지진 현장에 세운 야전병원의 모습 ⓒ프레시안

쿠바 외면하는 서방 언론들

그러나 아이티 지진 현장을 비추는 '창'인 서방 미디어들은 대체로 쿠바의 활동에 무관심했으며, 이를 높게 사지 않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웨스턴 케이프 대학의 데이비드 샌더스 교수는 "쿠바가 다른 나라보다 앞서 현지에 수백 명의 의료진을 보냈다는 사실에 대해 미디어가 사실상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했다.

<알자지라>는 원조 공여국 목록에서 쿠바가 아이티에 30명의 의사를 보냈다고 보도한 한 국제적 통신사를 지적하며, 실제로 쿠바는 350명이 넘는 의사를 보냈다고 정정했다.

또 쿠바 의료진보다 훨씬 더 튼튼한 재정을 기반으로 하는 '국경 없는 의사회'(MSF)와 비교해도, 대략 269명의 의료 종사자를 파견한 MSF에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MSF와 국제적십자사(ICRC)의 대표자들이 카메라 앞에 자주 서는 반면, 쿠바의 의료진들은 미디어 앞에 설 기회가 없었다.

이에 대해 영국 <가디언>에서 국제 에디터를 했던 중남미 전문가 리처드 고트는 "서방 미디어들은 기대하지 않은 나라의 원조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며 "언론들은 비단 쿠바뿐만 아니라 다른 중남미 국가들의 노력에 대해서도 무관심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7000만 달러를 기부한 브라질과 아이티가 갚아야 할 부채를 전액 탕감한 베네수엘라 등 남미 국가들의 원조는 미국이나 유럽국들의 비슷한 원조에 비해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중남미 국가들의 구호 활동은 서방 엔지오들의 활동 보다도 밀려나는 경향이 있다. 엔지오들은 언론 담당자를 두고 자신들의 활동을 적극 홍보하기 때문이다. 리처드 고트는 "서방의 언론들은 엔지오들의 활동을 보도하는데 익숙해져 있고, 상호 협력이 잘 된다"고 말했다.

이렇듯 서방 언론들의 앵글 밖에 있는 쿠바 의료진들은 영향력이 덜한 중남미 언론이나 스페인어 매체에서만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지난달 19일 <CNN>의 한 기자가 라 파즈 병원의 쿠바 의사들에 대해 보도하면서 이러한 침묵을 깨기도 했다.

쿠바와 미국, 적대 관계 넘어 협력 가능할까?

한편, 미국과 쿠바는 50년 이상 지속된 적대 관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아이티 재건에 있어서 암암리에 협력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이 아이티 구조 작업을 위해 자국 비행기가 쿠바 영공을 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쿠바가 즉각 동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쿠바 외교부의 조세피나 비달 북미국장은 "쿠바는 더 많은 아이티인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미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말 "아이티에서의 쿠바에 노력에 감사한다"며 앞으로의 협력과 공조에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쿠바는 의사, 엔지니어, 재난대응 전문가 등 구호 분야에서 인적 자원이 풍부하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풍족한 나라들에 뒤지지 않고 그간 국제 인도적 지원 노력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 온 나라로 알려져 있다.

<알자지라>는 쿠바가 2005년 파키스탄 지진 당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의사들을 보냈고, 2006년 인도네시아 지진 때는 국제 의료진 가운데 현장에 가장 오래 머무르는 등 국제적 재난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몇몇 전문가들이 이번 아이티 사태를 계기로 미국과 쿠바가 그들의 이념적인 차이점을 뛰어 넘어 물적 자원을 가진 미국과 인적 자원을 가진 쿠바가 각각의 자원을 혼합해 아이티를 도울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