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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이 알려주는 내 건강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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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이 알려주는 내 건강 상태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몸과 감정의 탄성을 회복합시다

"지금 환자분의 근육은 비유하면 늦가을의 나뭇가지와 같아요. 좋은 근육은 봄날 물오른 나뭇가지처럼 낭창낭창하고 부드럽지만, 환자분의 근육은 살아 있지만 물기가 적어, 힘을 주면 툭! 하고 부러지는 나뭇가지예요. 이런 상태의 근육은 그 자체로도 불편하지만, 전신적인 불균형이 꽤 오래 누적되었다는 신호이기도 해요. 통증이라는 당장 급한 문제는 침을 맞아도, 소염진통제나 근육이완제를 먹어도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증상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는 이유를 찾아서 해결하지 않으면 반복되거나 더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몸으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신호 중에 근육의 상태 또한 몸과 감정의 상황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담이 결려서, 어깨가 뭉쳐서, 목이 안 돌아가서, 다리에 쥐가 나서 왔지만 실상은 수면이 부족해서, 소화가 안 돼서, 화가 나거나 우울해서, 피곤해서라고 근육은 말을 하지요.

그 정도가 가벼우면 문제가 되는 증상을 치료하면서 근육의 말을 환자에게 번역해주고 생활에서 실천하면 도움이 될 일을 말해주는 정도면 잘 회복합니다. 하지만 제가 '늘어진 용수철'이라고 부르는, 유연함과 탄력을 상실한 상태가 되면 환자와 의사 모두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병이 만성화하거나 더 중한 병이 될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태가 되는 가장 큰 원인은 신체와 감정의 과로입니다. 미래를 당겨써서 현재의 시간에서 미리 소모했지요. 쓰기만 하고 보충하거나 회복을 제대로 하지 않으니 몸과 감정이 견디지를 못합니다. 젊을 때는 활성자체가 높기 때문에 어떻게든 버텨내지만, 중년이후로는 회복하는 힘이 점점 떨어져서 과로의 흔적은 지속적으로 축적됩니다. 급속히 늘어난 기대여명 탓에 같은 몸으로 더 오랫동안 일해야 한다는 압박 또한 증가했습니다. 더 많이 더 오래 일해야 하는 세상이다 보니,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혹사하며 산 결과지요.

그러다보면 신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원상복구를 할 수 있는 탄성을 잃은 채로 살아가게 됩니다. 환자 중에는 그런 상태가 오래 되어 분명 병적인 상태인데도 “나는 본래 그런 사람이었어요”라고 말하는 분이 있습니다. 이러한 수준이 되면, 운이 좋으면 큰 병 걸리지 않고 근근이 문제를 다독여 가며 살아갈 것이고, 운이 나쁘면 중한 병에 걸려 고생을 많이 하거나 그 병으로 인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건강과 병이란 단어로 삶을 설명하면 우울할 정도로 간단하지요.

우리 몸이 좋아서 이런 상태에 이르도록 버틴 것은 아닙니다. 가혹한 상황을 버텨내기 위해 적응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따라서 한계점을 완전히 벗어난 상황이 아니라면, 이 적응하는 힘을 이용해 좋은 상황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80세의 노인이 20대의 청년이 되지는 않겠지만요. 어쩌면 그런 연구를 하거나 후원하는 사람도 세상에는 분명 있겠지요.

우리가 목표로 해야 하는 것은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품위 있고 조금 덜 아프고, 큰 병에 걸리지 않고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지향하며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너무 팽팽하지도 너무 늘어지지도 않게 몸과 감정의 상태를 조절해야 하고, 이를 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러한 탄성의 회복에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한의학의 치료법과 전통적인 양생의 방법이지요.

몸과 감정의 항상성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탄성을 회복하는 과정은 시간이 걸립니다. 알아차리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여기에 치료가 더해지기 때문에 탄성을 잃어온 시간보다는 짧겠지만, 환자가 기대하는 것보다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시간은 잃었던 것을 회복하는 의미와 함께 나를 알고 스스로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익히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의사의 치료라는 망치질과 환자의 변화라는 담금질이 더해져 몸과 감정의 탄성이라는 칼을 더욱 부드럽고 강하게 만드는 셈이지요.

지금 스스로 혹은 사랑하는 사람의 근육을 천천히 그리고 가볍고 섬세하고 만져 보시길 권합니다. 그 느낌이 아이들의 몸과 봄날의 버들강아지처럼 부드럽고 탄력이 넘치는지, 아니면 짐승의 털가죽이나 굳은 기름 같은지를 확인해 보세요. 만약 후자라면 몸과 감정과 삶의 탄성을 회복할 노력을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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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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