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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가 있는 곳에 그가 있다"

부시, 아프리카의 '검은 황금' 노리고 아프리카 방문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부터 12일까지 엿새 일정으로 나이지리아, 남아공, 세네갈, 우간다, 보츠와나 등 아프리카 5개국 순방길에 나섰다. 미 공화당 출신 대통령으로서는 최초의 아프리카 순방이다.

표면적으로 이번 순방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아프리카에는 엄청난 고통이 있고, 우리는 기아를 목격했을 때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인도적 지원을 내세우고 있다. 미 정부도 순방의 이유로 아프리카 빈국들의 경제와 민주주의 발전을 지원하고 기아와 내전으로 인한 아프리카인들의 고통을 종식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검은 황금을 선점하라"**

그러나 미국 밖에서 부시 대통령의 순방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렇지 않다. 영국의 언론들이 특히 이번 순방의 진정한 목적에 대해 ‘안보 확보’와 ‘석유 탐방’이라는 낙인을 찍고 있다.

더 타임스는 7일 “부시의 이번 순방은 사하라 사막 이남에 매장돼 있는 '검은 황금'을 선점해야 한다는 전략적 이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더 타임스는 “사하라 이남 서부 아프리카 국가들이 전례없는 석유 탐사 확대와 생산량 증가로 10년 이내에 세계 석유시장의 강자로 부상할 것”이라면서 “이 아프리카산 석유에 대한 접근권 확보가 부시 대통령의 주요한 외교 목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대서양과 접한 기니만(灣) 국가들(나이지리아, 적도 기니, 차드, 카메룬, 가봉, 콩고 공화국, 앙골라, 상투메 프린시페)의 석유 자원 확보에 특히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현재 연간 석유 소비량의 15%를 기니만 국가들로부터 수입하고 있으며, 이같은 의존도는 2005년 이후에는 중동산 석유와 거의 맞먹은 25%까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방 석유회사들이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석유 탐사와 생산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기니만 국가들의 석유 생산량이 5년 뒤에는 70% 가까이 증대된 하루 6백3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도 “아프리카산 석유의 전략적 중요성이 증대되면서 먼저 진출한 프랑스 석유회사들과 후발주자인 미국 석유회사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으며 점차 미국이 프랑스를 밀어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부시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미국 석유기업들의 아프리카 진출이 가속화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로 인해 석유 이권이 걸린 국가들의 억압적인 정책과 부패 관행을 미국이 묵인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디언지는 “미국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속하지 않은 아프리카 산유국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미국이 석유 때문에 나이지리아에 군대 파견, 적도 기니에 대사관 개설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어디에나 음모론이 있다”며 석유를 거론하는 비판에 대해 반박했다.

***"미국, 석유 생산국의 억압적 정책과 부패 관행 묵인할 것"**

클레어 쇼트 전 영국 국제개발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 “비평가들은 부시 행정부가 아프리카에 관심을 갖는 주된 이유가 나이제리아와 앙골라에 있는 거대한 석유매장량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쇼트 전 장관은 이어 “아프리카에 대한 미국의 또다른 주요 관심사는 안보 문제”라면서 “오사마 빈 라덴이 아프가니스탄으로 오기 전에 아프리카 수단에 있었다”고 상기시켰다. 지난 98년 케냐와 탄자니아 미 대사관 등에 대한 테러사건도 있었으며 소말리아는 테러리스트 은거지로 분류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보다 최근에는 부시 대통령이 몇몇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미군 주둔기지를 위한 협상을 벌일 계획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미국의 자원확보와 지역 패권을 위한 노력이 두드러진 반면, 이번 순방에서 라이베리아, 콩고민주공화국, 짐바브웨 등 국제 분쟁지역은 비켜간 점을 들어 미국의 반(反)인권적 태도를 비판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클레어 쇼트 전 장관은 “지난해 멕시코 몬테레이 유엔 개발자원회의에서 부시 대통령은 아프리카 등 빈곤국가들에 대해 50억 달러 추가 지원을 약속하고도 미국의 일방주의적 행태로 인해 실제로는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아프리카에 대한 미국의 인도적 지원 의지에 회의적인 시각을 비쳤다.

***만델라, 부시와의 회동 거부**

이같은 부시 방문에 대한 아프리카의 반감이 당연히 적지 않다. 아프리카 현지언론에서는 부시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오일 거래나 다른 자원개발 관련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온다는 의미의 '오일 사파리'로 규정하는 보도가 적지 않다.

아프리카의 정신적 지주인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경우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힘으로 전복시켰다"면서 부시 대통령을 비난하며 부시 대통령 일행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머무르는 동안 외국으로 나가기로 했다. 부시와의 만남을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이다.

이에 발끈한 부시는 방문전 "만델라와는 만날 생각이 없다"고 말하며, 남아공 방문기간중 남아공을 방문하는 외국정상들의 관행을 깨고 만델라가 갇혀 있던 감옥을 방문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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