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를 맡은 문정인 연세대 특임명예교수는 11일 "북한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만약 6월 기회를 놓치게 되면 상황이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이날 국회 한반도평화포럼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19년 특별좌담'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무리 북핵 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해도 (한국에) 수시로 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 방한 전인 6월 북한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특사 접촉 같은 것도 중요하지만 시급성을 봤을 때는 남북 두 정상이 만나야 한다. 북한에서 누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대신할 수 있는가"라며 "김 위원장과 우리 대통령이 만나야만 둘 사이에 얘기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O) 정상회의(28∼29일 개최) 전에 오든 후에 오든, 방한에 맞춰 최소한 일주일 전이라도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원포인트로 한 뒤 한미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이어 "그런 다음 잘 되면 판문점 북미정상회담이 가능할 것이고 그렇게 만나면 남북미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라며 "(남북정상회담은) 제가 볼 때 일주일이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했던 문 교수는 "6·15 공동선언은 이후 10·4선언과 판문점선언, 평양선언의 총론적 역할을 했다. 전쟁 이후 막힌 남북한의 통로를 열었다"라며 "평화를 명시적으로 얘기하진 않았지만, 평화와 번영이라는 지평을 6·15를 통해 열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당시) 남북 간 정상회담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다. 북한의 정책 결정구조 성격으로 보면 '톱다운' 방식이 가장 바람직하고 비공식 외교·접촉이 상당히 중요하다"라며 "남북관계가 좋더라도 비공식·비밀 접촉으로 의제를 설정하고 두 정상이 만났을 때 '일이 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좌담회 참석자들은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19년이 지난 지금 느끼는 소회를 나누기도 했다.
문 교수는 "송별 오찬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리에 앉자마자 '오기 전 국방위원회를 소집해 적대적 행위와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했다'라고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국영방송만 보는 습관이 있어 KBS만 본다'라며 재치있게 말하기도 했다"라고 회고했다.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일반 수행원 자격의 방북을 했던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일부 언론에서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이 '무례한 외교'를 한다고 하지만 정상국가로 엄청나게 발전했다"라며 "(6·15) 당시에는 그냥 기다리라고만 하고 일정도 절대 알려주지 않았다"라고 돌이켰다.
6·15 남북정상회담의 주인공이었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별세에 대한 애도도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좌담회 시작에 앞서 묵념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좌담회 인사말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는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와 정의, 한반도와 세계평화 세 가지에 대해 생을 바치면서까지 함께 하셨다"라며 "두 분이 함께 만들어온 위대한 시대였고, 우리는 계속 그 뜻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은 "국회 한반도평화포럼을 이끌어가고 오늘 이 행사를 하는 것 자체가 김대중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라며 이 여사의 장례 계획을 좌담회 참석자들과 공유했다.
문정인 교수는 "일요일에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가서 이 여사님을 뵈었는데 아쉽다"라며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평화당 최경환 의원은 이 여사의 자서전 '동행' 중 6·15 정상회담 당시를 회고하는 대목을 소개하며 이 여사를 추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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