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 가운데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에 대해 반대하는 비율이 찬성비율보다 두 배에 이르는 여론 조사 결과가 7일 나왔다. 지난 4일 중의원을 통과한 자위대 이라크 파병 관련 ‘이라크 부흥 지원 특별조치법안’이 일본내에서도 여론의 강한 반대에 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이를 묵살하고 자위대를 다국적군 후방지원 등을 위해 언제라도 해외에 파견할 수 있는 파병법안을 항구법으로 제정하려고 해 앞으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 일본 국민 반대여론이 찬성여론 두 배 ,일본 변협도 반대 성명**
일본 국민 가운데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에 찬성하는 비율은 응답자 전체의 19%에 불과했다. 마이니치(每日) 신문이 지난 5,6일 이틀간에 걸쳐 1천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파병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찬성하는 의견의 두 배에 달하는 38%에 이르렀다. ‘모른다‘고 답변한 비율은 39%였다.
이 수치는 지난 4월 19,20일 이틀간 마이니치신문이 조사한 수치와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당시에는 70%이상이 파병에 찬성했었다. 파병찬성비율이 급감한 이유와 관련, 마이니치는 이라크 복구가 유엔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며 대량파괴무기가 발견되지 않음으로써 전쟁 명분에 대한 회의가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같은 설문조사결과는 지난 4일 일본 교도(共同)통신과 야후 재팬사(社)가 공동으로 실시한 인터넷 여론조사 결과하도 일치하는 내용이다. 이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6%가 파병에 반대한다고 답변해 일본 국민 3명 가운데 2명이 파병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본 변호사 연합회도 지난 4일 파병 법안이 중의원을 통과된 데 대해 “국민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고 모든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안 가결은 용납할 수 없다”는 요지의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서 일본 변협은 “자위대가 이라크 국민에 무력을 행사할 수도 있는 사태 등을 감안할 때 무력행사를 금지한 헌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극히 높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4일 중의원에서 통과되어 참의원으로 넘어간 ‘이라크 부흥지원 특별조치법안’은 4년 한시입법으로, 자위대 활동을 ‘비전투지역’으로 국한했으며 자위대가 무력행사 및 무력에 의한 위협을 행사하지 않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기본 임무는 의료, 수송, 보급 업무 및 피난민 귀환원조, 식량 및 의약품 등 생필품을 배포하는 등의 ‘안전보호지원’과 ‘인도, 부흥지원’으로 되어 있다.
***일본의 군사화 움직임에 우려감 높아**
이번 자위대 규모는 해외파병으로는 사상 최대규모인 육해공 자위대 1천명 정도가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라크 현지 정세가 안전하지 않다는 판단하에 장갑차, 무반동포 등 중화기를 보유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기존에 이루어졌던 파병에서 군인들이 소유했던 권총 및 기관총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이에 야당은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지역에 자위대를 파견하는 것이 무력행사 등을 금지한 현행헌법에 저촉된다며 반대해왔다.
이번 파병이 논란이 되고 있는 주요 이유는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참가와 같은 지금까지의 자위대 활동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데 있다. 이는 전투지역에 본격적인 전투병 파병을 의미하는 것이자 교전 가능성까지 있어 ‘평화헌법’의 기념이념을 무너뜨린다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도 높다.
또한 이번 파병 허용안은 일본이 유사법제를 제정한 데 이어 나온 것으로 국내외적으로 일본의 군국주의화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이라크 파병이 이루어질 경우 자위대는 PKO참가, 아프가니스탄 미군 지원에 이어 한걸음 더 나아가게 되는 셈이다.
한편 고이즈미 총리는 자위대 해외 파견을 매번 특별조치법에 의하지 않고 상시적으로 할 수 있는 ‘항구법’ 제정까지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항구법 제정에 대해 마이니치신문은 헌법 해석과 무기 사용 기준 등을 어떻게 정할지에 관해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일본은 전수방위를 원칙으로 해온 방위정책을 ‘위협 대응형’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의 2003년판 방위백서를 준비하고도 있어 그 의도가 주목을 끌고 있다. 동아시아 주변 상황이 급격하게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군사력 강화와 역할 강화는 상당히 우려스러운 모습이다.
이제 일본의 재무장 문제는 동아시아에서 북핵문제 해결만큼이나 시급한 과제가 되어가고 있는 듯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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