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적이면서도 절제된 정서의 시(詩)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CEO 출신 조승래(60) 시인이 여섯번째 시집 '뼈가 눕다'(문학선)를 출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머니가 있다. 높이 차오른 달빛이 지상으로 내려오는 것처럼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마치 자식의 이름을 길게 부르던 어머니의 그 음성 처럼...,
그 속에는 매화와 박꽃이 고요히 피어 있고 나무가지처럼 골목이 나 있고 친근한 얼굴들이 설핏 비치고 묵음처럼 바위처럼 사랑이 오래 앉아 있다.
"한 번도 타향을 가 본 적 없는 달개비가/ 담쟁이 넝쿨 따라 담벼락을 넘어 보았다/ 해거름에 담쟁이와 얽힌 마른 손을 놓으며/ 긴 여행을 마무리했다/ 되돌아보니 어느덧 고향 길도 늙고/ 누구의 등 굽은 그림자 언덕을 넘어가네" <달개비 고향>
고향은 부모를 비롯한 가족, 그리고 자신의 유년이 깊이 침윤(浸潤)된 공간이다. 또 자신의 태(胎)도 묻히지 않았는가.
그렇게 고향은 자아의 정제성이 일차적으로 형성된 공간이다. 고향은 그래서 누구에게나 잊히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기억의 보물창고 같은 특정 장소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가슴 시린 첫사랑의 기억도 회상될 때는 애뜻함이 더해 마음이 늘 그곳에 가 있다.
"심야버스 타는 경상도 저 아가씨/ 서울에 도착할 즈음/ 서울말 쓰기 시작하겠지/ 낙향했다가/ 야밤에 들어와도 기다려주는 곳/ 저 거대한 중력의 도시/ 지구 가운데 불끈 솟았다" <서울> ...중략
조승래 시인의 경우도 지적 통찰력인 위트를 통해 매우 절제된 서정을 표출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문제적 현실에 대한 비판 역시 이같은 지적 통찰을 통해서 이뤄졌다.
여기에다 일상적 삶의 애환 또한 정서의 구조화를 통해 진솔하게 표출하고 있다.
이 모두는 그의 시(詩)들이 절제된 정서를 보이는 가운데 깊은 울림이 나오는 소이연(所以然)이다.
한편 조승래 시인은 경남 함안 군북 출생으로 2010년 '시와시학' 으로 등단했다.
수필집 <풍경>과 시집 <몽고조랑말> <내생의 워낭소리> <타지 않는 점> <하오의 숲> <칭다오 잔교 위> 등 다수를 펴냈다.
조 시인은 가락문학회, 시와시학회, 포에지창원, 함안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또 그는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아노텐금산(주) 대표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역임했고 현재는 씨앤씨 와이드(주)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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