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일제 강점기 시절 '좌우 합작'을 통해 창설된 광복군이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라고 언급하자 자유한국당이 반발하고 나섰다. 광복군에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인 약산 김원봉 등이 참여한 것을 언급했다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약산 김원봉의 이름을 언급했다.
"저는 보수이든 진보이든 모든 애국을 존경합니다. 이제 사회를 보수와 진보,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보수적이기도 하고 진보적이기도 합니다. 어떤 때는 안정을 추구하고, 어떤 때는 변화를 추구합니다. 어떤 분야는 안정을 선택하고, 어떤 분야는 변화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스스로를 보수라고 생각하든 진보라고 생각하든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상식의 선 안에서 애국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통합된 사회로 발전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보훈이라고 믿습니다.
1945년, 일본이 항복하기까지 마지막 5년 임시정부는 중국 충칭에서 좌우합작을 이뤘고 광복군을 창설했습니다. 지난 3월 충칭에서 우리는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청사복원 기념식을 가졌습니다. 임시정부는 1941년 12월 10일 광복군을 앞세워 일제와의 전면전을 선포했습니다.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 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되어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습니다.
그 힘으로 1943년, 영국군과 함께 인도-버마 전선에서 일본군과 맞서 싸웠고 1945년에는 미국 전략정보국(OSS)과 함께 국내 진공 작전을 준비하던 중 광복을 맞았습니다. 김구 선생은 광복군의 국내 진공 작전이 이뤄지기 전에 일제가 항복한 것을 두고두고 아쉬워했습니다. 그러나 통합된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 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추념사에서 김원봉은 딱 한 차례 언급된다. 문 대통령은 "저는 보수이든 진보이든 모든 애국을 존경한다. 이제 사회를 보수와 진보,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며 '좌우 합작'을 통해 창설된 광복군이 국군의 뿌리임을 언급했다.
김원봉은 의열단을 조직해 일제 수탈 기관 파괴, 요인암살 등 무력 투쟁을 전개했고, 1942년 광복군 부사령관에 취임했다. 1944년에는 임시정부의 국무위원을 지냈다. 1948년 월북한 후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기 대의원이 됐고, 각료를 맡는 등의 이력으로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로 분류된다. 이후 김일성에 의해 숙청을 당하게 된다.
김원봉이 월북을 하게 된 계기는 해방 후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은 데 대해 좌절을 느껴서였다. 김원봉 본인이 악덕 친일 경찰 노덕술에게 수사를 받기도 하는 등 고초를 겪었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아주경제>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약산 김원봉은 해방 후 북쪽으로 가지 않고 광복군 부사령관 직함을 갖고 남쪽으로 귀국했다. 그런데 친일경찰 출신 노덕술에게 모욕적인 수사를 받았다. 심지어 친일 경찰과 연결된 테러리스트의 위협으로 생명이 위태로운 처지였다. 백범 김구 선생이나 몽양 여운형 같은 민족주의자들이 테러리스트에게 암살당하던 시기였다. 그런 상황에서 남쪽에 약산이 있었다면 생명을 부지 못했을 것이다. 약산이 월북한 것은 여기서 쫓아낸 거나 마찬가지다. 남한에서 친일파가 득세한 현실에 절망해서 월북한 것이지, 공산주의가 좋아서 간 게 아니다. 생명의 위협을 받아서 도피한 거다." (☞ 바로 가기 : 광복회장 김원웅 인터뷰 )
자유한국당 등 보수 진영과 극우 진영은 약산 김원봉에 대한 재평가 및 서훈 추서 움직임을 두고 '역사 전쟁'을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김원봉이 북한에서 고위직을 지냈다는 이유를 들어 "김원봉에게 서훈을 주면 김일성에게도 서훈을 줘야 하느냐"고 '색깔론'을 제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김원봉 언급'은 김원봉 서훈 추서 문제를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보훈처 자문기구 '국민중심 보훈혁신위원회'는 지난 2월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김원봉 등 독립유공자로 평가돼야 할 독립운동가들에게 적정 서훈을 함으로써 국가적 자부심을 고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고 권고했다.
관련해 오창익 국가보훈처 위법·부당행위 재발방지위원장은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독립 유공자 인정 여부에 있어 해방 후 북한으로 넘어가 북한 정권의 요직을 지낸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비유하자면, 학교에서 개근상과 우등상을 준다고 할 때 개근상은 개근할 때 주는 상이고, 우등상은 성적이 우수하면 주는 상이다. 그런데 개근한 학생이 성적이 형편없다고 개근상을 못 주겠다고 한다면, 합당한가"라며 "'독립 유공자냐, 아니냐'의 문제와 '해방 전후 북한과 어떤 관계였느냐'는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 관련 기사 : "좌파 역사공정? 친일세력의 피해망상!")
차명진 "탄핵 대상 아니고 뭐냐…문재인은 빨갱이"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김원봉 언급을 두고 강력 반발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6·25 전쟁에서 세운 공훈으로 북한의 훈장까지 받고 북의 노동상까지 지낸 김원봉이 졸지에 국군 창설의 뿌리, 한미동맹 토대의 위치에 함께 오르게 됐다"며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했다.
전 대변인은 "전쟁의 포화 속에서 나라와 가족을 위해 붉은 피를 조국의 산야에 흘린 6.25 전사자들을 뒤에 모셔두고, 눈물로 세월을 견뎌낸 가족들을 앞에 두고 북의 전쟁 공로자에 헌사를 보낸 대통령은 자신의 말대로 보수, 진보를 떠나 최소한의 상식의 선 안에 있는지 묻고 싶다"고 비난했다.
'세월호 막말' 등으로 징계를 받았던 차명진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의 김원봉 언급을 두고 "김원봉이 누구인가? 김일성 정권 권력 서열 3위, 6.25 남침 최선봉에 선 그 놈이다. 그런 놈을 국군 창설자라고? 이보다 反 국가적, 反 헌법적 망언이 어디 있는가? 그것도 현충일 추모사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란 자가"라고 비판했다.
차 전 의원은 "내가 더이상 이 나라에서 살아야 하나? 한국당 뭐하냐? 이게 탄핵 대상 아니고 뭐냐? 우선 입 달린 의원 한명이라도 이렇게 외쳐야 한다. '문재인은 빨갱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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