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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일본처럼 디플레에 빠질 수 있다"

'월가의 불길한 예언가' 스티븐 로치 주장

일본식 디플레이션을 극도로 경계하는 앨런 그린스펀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장은 달러 하락과 금리인하 등 발빠른 통화정책을 무기로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으며, 그가 버티고 있는 한 미국이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미국 월가의 대체적인 견해다.

그러나 '월가의 불길한 예언가'로 유명한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또다시 "바로 그처럼 방심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면서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도 일본식 디플레에 빠질 수 있다"**

로치는 30일자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일본식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으며 유럽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면서 “미연준의 정책 대응이 일본은행(BOJ)과 공통점을 갖고 있는 데다, 디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는 어느 것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로치의 논거는 다음과 같다.

BOJ는 증시가 정점에 이른 89년 12월부터 15개월간 기준 금리를 2.0%포인트 가까이 인상했다. 지금에서야 이런 조치가 디플레이션을 이끈 실패한 초기대응으로 평가되지만 실상은 인플레이션 상승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일본 소비자물가지수는 이 시기에 2.2%에서 4.0%로 상승했다. BOJ는 적어도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응하는 조치를 취했으며 디플레이션을 예견하지 못했을 뿐 이를 잘못된 통화정책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연준의 초기 대응 역시 BOJ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 로치의 지적이다. 미연준은 미 증시가 정점에 이른 2000년 3월 이후 10개월간 연방기금 금리 6.5%를 유지했다. 이 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3.5%대에 머물렀다. 결국 증시 버블 붕괴 이후 초기 대응에서 두 중앙은행간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았는다는 것이다.

금리 인하 과정도 유사했다. 연준은 2001년 1월부터 30개월새 금리를 5.5%포인트 낮췄고, BOJ는 91년 3월 8.56%인 콜금리를 30개월 후인 93년 9월 3.09%로 5.47%포인트 인하했다. 미연준이나 일본중앙은행이나 별 차이가 없는 대응을 해왔다는 것이다.

로치는 “미연준(Fed)이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낮다(remote)라고 표현하는 데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면서 "정책당국은 디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불식시키기 위해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연준이 지난 5월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한 자체가 디플레이션에 대해 상당한(significant) 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주식시장은 지난 89년 12월 정점을 이뤘고 BOJ는 91년 4월 통화완화에 나서기 전까지 명목 단기금리를 꾸준히 인상했다. 이처럼 포스트버블(post bubble) 환경 속에서 통화긴축정책을 펼친 것이 일본식 디플레이션이 유발된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은 전문가들 사이에 우세하다.

이코노미닷컴의 마크 잔디 책임연구원도 "미연준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가격이 떨어질 경우 기업이 고용을 축소할 것이라는 점"이라면서 "경기가 계속 위축되고 고용이 더 감소될 경우 어느 시점에 가서는 주택저당대출 이자율이 아무리 낮아도 소비지출의 근간이 돼주고 있는 주택시장마저 흔들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심리'가 관건**

그러나 생산성 향상이나 경쟁을 통해 이뤄지는 가격 하락은 파국을 의미하는 악성 디플레이션이 안될 수도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메릴린치의 로젠버그 책임연구원 같은 경우 “통상적인 경제이론상 성장이 계속 2% 수준에 못미치면 2년 안에 소비자물가에 부정적 영향이 올 수 있지만, 과거의 경우를 보면 완만한 디플레이션이 경제실적을 나쁘게 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젠버그에 따르면 지난 생산성 향상이 급격히 이뤄졌던 1800년부터 2차대전 때까지의 기간 중 절반 가량의 기간에 소비자물가가 실질적으로 부정적인 추세를 보였지만 경제성장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로젠버그는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 속에 소비가 갈수록 위축되는 악순환이 초래되는 디플레이션 심리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미국인의 소비 스타일이 이런 패턴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결국 반드시 미국이 디플레이션으로 간다고 할 수는 없지만 디플레이션은 '심리의 문제'이기 때문에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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