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산하 기관 노동자들의 파업 대응 매뉴얼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자들이 파업을 할 경우 대응법을 산하 기관에 지시하는 매뉴얼이다. 문체부는 현재 산하 기관 노동자들과 단체교섭을 진행 중이다.
<프레시안>이 입수한 2019년 5월, 문화체육관광부 운영지원과에서 작성된 '공무직노동조합 노동쟁의 대응 매뉴얼'을 보면, 노동자들이 파업을 했을 시 상황반을 구성하고 파업 현황(참가자, 직종, 인원)을 파악 및 보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파업에 따른 업무지장이나 곤란 정도를 파악한 뒤, 자체 대체인력을 신속히 조치할 것을 주문한다. 이외에도 기관장, 운영지원과장, 반원 등을 구분해 파업 시 상황실 임무를 분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사측의 방어권으로 사용되는 직장폐쇄 관련해서 방법·절차·효력 등을 명시한 뒤, '직장폐쇄 신고서'를 별첨으로 첨부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노동자들이 파업을 할 경우, 공격적 직장폐쇄로 맞대응하라는 의미다.
노동자와 교섭 중 파업매뉴얼 작성
물론,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처럼 부당노동행위를 독려하거나, 막무가내식으로 파업을 강제해산하라는 지침은 없다. 되레 부당노동행위를 절대 '금지' 사항으로 명시하는가 하면, 어떤 행위가 부동노동행위인지도 일일이 열거하기도 한다.
일례로 파업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에게 '쟁의행위 불참 종용(설득, 면담) 금지'를 지시하고 있다. 또한, 파업에 따른 대체인력으로 '외부인력 채용 등은 금지'했다.
하지만 파업 대응 매뉴얼을 작성했다는 것 자체가 현재 노조와 진행하고 있는 단체교섭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문체부 산하 기관 노동자들은 '민주노총 문화체육관광부 교섭노조연대'를 만들고 작년 10월부터 임금 및 처우개선을 위한 단체교섭을 진행 중이다. 교섭노조연대는 문체부 산하기관 소속 노동자들로 문재인 정부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과 무기계약직 노동자 등 총 100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대부분은 문체부 산하 공연, 전시시설의 청소, 주차, 경비 등을 담당한다.
"문체부라는 이름의 용역업체가 들어온 것뿐이다"
교섭노조연대는 3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 정규직으로 전환됐으나, 여전히 무늬만 '정규직'"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기존 정규직과 정규직으로 전환된 자신들의 노동조건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 임금은 물론이고 명절상여금, 가족수당, 복지포인트 등에 차등을 두고 있다.
되레 연차 휴가 일수, 퇴직금 등이 정규직 전환과 동시에 초기화되면서 노동조건은 더 나빠졌다. 최소한 고용보장이라도 됐다고 안심하려 해도 '평가를 통해 일반해고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이 발목을 잡고 있다.
교섭노조연대는 "이러한 문제를 시정하고자 문체부와 중앙교섭을 진행했으나 이들은 예산이 없어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없다는 말만을 반복했다"며 "'원청이 용역비 책정을 낮게 해서 임금을 올려줄 수 없다'는 말을 듣던 용역 시절과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잘라 임금을 올려줄 수 없다'는 지금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사실상 용역회사 이름만 '문화체육관광부'로 바뀐 간접고용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며 "이것은 정규직이 아니라 그저 문체부라는 이름의 용역업체가 들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자 목소리 막으려는 게 현 정부"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노동존중을 말하는 정부가 교섭 진행 과정에서 파업대응 매뉴얼을 작성했다는 건, 사실상 교섭을 할 의지가 없었다는 증거"라며 "그래서인지 그간 14차례 교섭을 했지만, 번번이 문체부는 예산확보가 어려워 처우 개선이 어렵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성과로 문체부 산하기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이야기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자신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인지 실감조차 못하고 있다"며 "예산 편성도 없이 생색내기만 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현 상황을 시정해달라는 노동자들 목소리를 '파업대응 매뉴얼'로 막으려는 게 현 정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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