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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때보다 더 어렵다", 숫자로 입증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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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때보다 더 어렵다", 숫자로 입증돼

구매력과 저축률 격감, 3.6%도 아파트투기 '거품 성장'

"외환위기 때보다 어렵다"는 세간의 극심한 체감경기를 뒷받침하는 수치가 나왔다. 체감경기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는 지표인 실질 국민소득(GNI)이 올해 1·4분기(1~3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나 줄어든 것이다.

실질GNI는 구매력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실질 GDP에서 교역조건의 변화에 따른 무역 부문 손익과 임금·이자 순유입액(국내에 들어온 임금·이자에서 해외에 나간 것을 뺀 것)을 더한 수치다.

***구매력과 저축률 격감, '벌어놓은 돈 까먹기'**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4분기 국민소득 잠정 추계 결과'에 따르면,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1.4분기에 1백47조4천3백8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3% 증가했으나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1백1조7천1백44억원으로 1.8%가 감소했다.

실질 GNI가 줄어든 것은 2000년 4.4분기(-0.6%) 이후 2년만의 일이며, 감소폭으로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4·4분기(-7.2%) 이후 가장 커, 작금의 경기불황이 얼마나 극심한지를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1.4분기 GDP 성장률이 3.7%에도 불구하고 실질GNI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교역조건 악화로 국민소득의 실질 구매력이 줄었기 때문이다. 교역조건은 수출가격에 비해 수입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바람에, 같은 조건일 때 수출로 교환할 수입 감소액을 뜻하는 1.4분기의 실질무역 손실 규모는 23조9천1백억원에 이르렀다.

실질무역 손익은 지난 1995년 이후 9년 연속 손실을 기록하면서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나날이 손해보는 무역거래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총저축률도 26%로 17년만에 최저치로 급락했다. 저축률이 이처럼 낮아진 것은 가처분소득 증가율(5.8%)이 소비지출 증가율(6.9%)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경기가 나빠졌으나 소비를 갑자기 줄이기는 힘든 법이라 소득증가율이 소비증가율을 밑돌면서, 1·4분기 중 총저축률은 전년 동기 대비 0.8%포인트 떨어진 26.0%로 86년 1·4분기(25.5%) 이후 가장 낮게 나타난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그동안 벌어놓은 돈을 곶감 빼먹듯 까먹고 있다는 얘기다.

***아파트 투기 붐에 힘입은 '거품 성장'**

경제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성장률과 저축률, 투자율이 같이 움직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저성장 단계'로 본격 진입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저축률 26%란 대만(25.6%·2002년),일본(23.7%·2000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최근 하락 속도가 급속히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총투자율은 설비투자가 소폭 증가에 그쳤으나, 아파트 투기붐을 타고 건설 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재고 감소 폭도 축소되면서 전년 동기보다 2.6%포인트 상승한 26.1%를 기록했다. 한마디로 말해 아파트 투기 붐에 힘입어(?) 간신히 숫자를 맞췄다는 얘기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총저축률(26%)이 총투자율(26.1%) 밑으로 내려갔다는 대목이다. 총저축률이 총투자율 밑으로 내려간 것은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3.4분기(총저축률 31.9%, 총투자율 32.9%) 이후 처음이다. 외환위기 이후 총저축률은 평균 5%포인트 가량 총투자율을 웃돌았으나, 지난해부터 소비가 늘어나면서 그 차이가 계속 감소하다가 마침내 이번에 역전되기에 이르른 것이다.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얼마 전 작금의 경제불황과 관련, "1.4분기 성장률 3.6%는 중국(9.9%)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것"이라며 결코 위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은이 이번에 발표한 수치는 요즘 들어 소비자들의 실질구매력이 급락하면서 과거에 번 돈을 곶감 빼먹듯 까먹고 있으며, 3.6% 성장이라는 숫자도 대부분 아파트 투기 붐에 편승한 '거품 성장'이었다는 점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진표 경제팀의 맹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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