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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부 직무태만으로 수조원대 손실"

시민단체 감사 청구, "위성디지털방송 주파수조차 확보 못해"

정보통신부가 추진하고 있는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 정작 위성주파수 확보에 실패해 방송 자체가 불가능할 지 모른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같은 어처구니 없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대표 이명순)과 공동으로 3백여 명의 서명을 받아 12일 감사원에 '정보통신부의 위성 DAB 주파수 획득 실패에 따른 국민 감사'를 청구했다. 언론노조는 국민감사 청구와 관련, "정통부의 직무 태만으로 인해 위성 DMB용 주파수를 획득하지 못했고, 결국 수 조원의 국가적 손실로 이어졌다"면서 "정통부의 사과와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을 요구했다.

***국가의 전파주권 사실상 포기한 것**

정보통신 전문가들에 따르면 위성 DMB용 주파수 확보에 실패하게 된 사정은 이렇다. 위성 DMB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국이 국제전기통신연합에 필요한 주파수와 위성 궤도를 신청해야만 한다. 국제전기통신연합은 해당국의 신청 사실을 공표하도록 되어 있으며, 4개월 동안 인접국들의 이의제기가 들어올 경우 해당국이 신청한 주파수나 위성 궤도에 대한 권리를 무효화하고 합의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97년 일본이 위성 DMB용 주파수를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등록 신청하였을 때 우리나라가 인접국으로서 아무런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통부의 무사안일주의로 국가의 전파 주권을 사실상 포기한 셈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은 97년 당시 2006년까지 2535∼2655MHz 대역 120MHz 중에서 상위 25MHz만을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결의한 바 있어 방송계에서는 우리나라의 주파수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사정을 알면서도 정통부가 2004년부터 위성 DMB 서비스를 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국민사기극과 마찬가지라는 비판이다.

이같은 비판에 대해 정통부의 조규조 과장(주파수과)은 12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주파수 신청 등의 업무는 기업으로부터 사업 계획 등이 제기되었을 때 국가가 추진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당시 일본이 도시바와 같은 기업의 문제제기로 주파수를 신청한 것과 대조적으로 국내에서는 그런 요구가 부재했었다"고 해명했다.

더구나 당시에는 위성망 국제 등록도 안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의제기를 할 자격도 없었다는 것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도 단순히 신청만 해두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구체적 사업 계획이나 사업 추진 현황을 검토해서 주파수를 할당하기 때문에 사업계획이 전무한 상태에서 미리 신청만 해두는 경우는 없다는 주장이다.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나라들이 우리나라보다 동일 대역의 주파수를 먼저 신청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조 과장은 "이들 나라들이 DMB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신청한 것이 아니라 단지 위성 방송용 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해서 신청한 것"이라면서 "우리나라는 이미 다른 위성 방송용 주파수를 확보해둔 상태였기 때문에 따로 신청할 필요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도 3일 기자들과의 브리핑에서 "1997년에는 DMB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알지 못했고, 국내 사업자도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정통부 97년에 DMB 서비스 알고 있었던 듯**

이런 정통부의 해명에 대해서 IT 업계 관계자들은 "정통부의 해명은 기업에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장기적 전망을 가지고 기업의 역할을 보완하면서 국가 정보통신 산업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정통부의 임무라면 당연히 DMB 서비스에 대해서도 사전에 준비가 있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은 1997년 당시 정통부가 DMB 서비스에 대해서 인지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힘을 받고 있다. 정통부는 1997년 4월 9일 장관 명의의 '무선 CATV 전송용 주파수 분배'라는 공고문을 통해 "20개 TV채널 분(2630∼2655MHz)은 향후 디지털음성방송(DAB)용으로 사용할 예정인 대역임으로 DAB 도입시 소요량을 즉시 반납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당시 정통부가 DMB 서비스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는 애초의 해명은 설득력을 잃은 셈이다. 실제로 유럽 대다수 국가와 호주, 캐나다 등에서는 음성을 위주로 한 DAB 서비스를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제공하고 있어 정통부가 사업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향후 전망도 불투명해**

뒤늦게 한국 정부는 SK 텔레콤을 통해 동일 대역의 주파수를 신청하고, SK 텔레콤은 일본 DMB 서비스 업체의 주주로 참여해 한, 일 간 주파수 공동 사용을 추진하고 있다. 또 KT를 통해 전기통신연합에 기존 2630MHz∼2655MHz 이외의 25MHz의 확보를 신청한 상태다. 하지만 한, 일 간 주파수 공동 사용에 대해 일본과 중국 정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고, 국제전기통신연합도 한국만 예외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그 결과가 밝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는 6월 9일부터 7월 4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전파통신 회의에서 이 문제를 의제로 제기해 놓은 상태로 그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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