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노조가 오는 25일부터 은행 전산시스템까지 중단시킨 채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흥은행 노조가 사상 초유로 은행 전산망이 다운될 경우 조흥은행 거래 고객은 물론, 조흥은행과 연계된 다른 은행의 고객들에게도 큰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거래 중단을 우려한 고객들의 자금이탈이 예상되는 등 금융혼란이 예상된다.
***조흥은행 노조, "은행전산망 다운시키겠다"**
전국금융산업노조(위원장 이용득)와 조흥은행 노조(위원장 허흥진)는 11일 오전 금융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흥은행 일괄매각 저지를 위한 총파업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이날 회견에서 정부의 조흥은행 일괄매각 추진을 `대형화 위주의 금융구조조정 정책의 산물'로 규정하고 "정부가 일괄매각 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실사외압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나서지 않을 경우 오는 25일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극렬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노조는 '극렬한 총파업' 방식과 관련, "은행 영업망의 핵심인 전산시스템의 가동도 완전 중단하겠다"며 은행 전산망 다운을 지목했다.
금융노조는 또 청와대와 정부에 대해 "지난 2일 청와대에서 가진 `조흥은행 매각과 관련한 토론회' 이후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가 당초 약속한 것과 달리 강제매각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며 "매각 강행시 앞으로 5년간 현 정권은 노동계와의 극단적인 대치 속에 지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강력한 항의 표시 차원에서 노조원뿐 아니라 조흥은행 전직원들의 사직서를 청와대로 제출키로 했다.
금융노조는 이와 함께 조흥은행 실사과정에서 재경부가 가격조정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며 재경부를 직권남용과 직무유기죄로 고발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정부 입장은 '불변'**
조흥은행 노조가 이처럼 초강경 투쟁을 선언한 것은 지난 2일 노조가 참가한 청와대 토론회에서`조흥은행 매각' 방침이 확인된 이후 예금보험공사와 신한지주의 가격 협상이 급진전됐기 때문이다. 양측은 신한지주가 주당 가격 부문에서 양보하고 예보는 사후 손실 보전 범위를 확대해 주는 방안에 의견 접근을 이뤘다.
신한지주의 경우 주당 가격 6천1백50원을 깎자는 주장을 철회하는 대신 계약 체결이후에 발생하는 손실에 대한 보전 범위를 넓혀줄 것을 요구했고, 예보가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에 지난 9일 아침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심사소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예정이었으나, 조흥은행 노조원들의 난입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한편 이날 회의가 끝날 무렵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조흥은행 노조 간부들이 회의장에 들어오면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 노조측은 노무현 대통령을 원색적 용어로 비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진표 경제부총리 등 정부는 대외신인도를 고려해 조흥은행을 일괄매각한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어, 조흥은행 노조가 총파업을 선언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정부측은 오는 18일로 예정된 노대통령과 은행장간 취임후 첫 회동에서도 이같은 정부 방침이 재천명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거 고객이탈 예상돼**
문제는 조흥은행 노조가 은행 전산망 다운을 선언함에 따라 파업에 돌입하기 전부터 자금이탈이 예상되며, 이 과정에 조흥은행의 부실화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은행 전산망 다운은 IMF사태직후 동화은행 등 5개은행이 퇴출될 때에도 발생하지 않았던 초유의 사태로, 은행 전산망이 다운되면 조흥은행 거래고객은 물론 조흥은행을 중개해 거래하던 타은행 고객들도 피해를 입게 된다.
특히 노조가 파업일을 자금거래가 가장 많은 급여일인 25일로 잡아 자칫하면 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위험성이 큼에 따라 금융계에서는 파업전에 조흥은행 거래 기업 및 고객들의 대거이탈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말 정부의 매각 방침에도 불구하고 대선을 고려한 정치권의 '정치논리'가 개입함으로써 순연된 조흥은행 매각 문제로 인해 집권세력이 부메랑을 맞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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