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5월 미술’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5·18 기념행사가 전야제와 시민체험 등 매년 공연과 퍼포먼스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5월 미술의 새로운 전개가 특별히 눈에 띄지 않았었다. 그러나 5·18 39주기를 맞으며 5월미술의 사회적 역동성과 저항 미학을 다시 되돌아보고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사)광주민족미술인협회(이하 민미협)이 5·18민중항쟁 39주년 기념 오월전을 마련했다. 민미협의 이번 전시는 2곳의 각기 다른 전시공간에서 본전시와 특별전시로 나누어 구성했을 정도로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본전시로 마련된 ‘빨간 메아리’전(14일~28일)은 은암미술관(광주 동구)에서, 특별전시인 ‘한·길’전(10일~26일)은 양림미술관(광주 남구)에 차려졌다.
‘빨간 메아리’전에는 민미협 작가 49명(경남·광주·전북·제주·해남) 이 대거 참여해 평면, 입체, 설치, 사진, 영상 총55여 점을, 특별전 ‘한·길’전에는 광주 민미협 작가 22명이 참여해 평면, 입체, 사진작품 총22여 점을 선보였다.
특별전 ‘한·길’전은 30여 년의 시간동안 광주·전남에서 활동해온 민중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그 시기 중요하게 다뤄졌던 주제들을 시대별로 되짚어 보고, 격동의 현대사에 선 민중미술 작가의 의미와 책무를 돌아다보기 위한 전시다.
특별전을 기획한 조정태 작가는 “80년대와 90년대 중반 ‘광미공’ 시절의 작업들은 현재 광주민미협 내부에서 역사적 정리를 하고 있는 중이며, 그 동안 광미공에서 1세대 격으로 활동했던 작가들이 각자의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환경미술, 교육현장 체험미술, 마을가꾸기 작업, 현실참여미술 등 현재의 변화되고 세분화된 민중미술의 모습을 담기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광주민미협 설립 후 광주민미협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민중미술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변화하는 민중미술의 현재적 지형을 살펴보려했다”고 말했다.
광주 동구청이 지난 22일 인문학 시리즈 프로그램 일환으로 마련한 ‘5·18과 저항미술’주제 강좌도 눈길을 끌었다.
발제자인 조인호 대표(광주미술문화연구소)는 “인간이 '자아'에 눈 뜨고, 인간 자신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지면서부터 사람들의 저항과 변혁의 역사가 시작되었고, 이는 시대의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고 정의하며 "민중학살을 다룬 피카소의 '게르니카'에서 보여지듯이 화가는 동, 서양을 막론하고 자신이 목도했던 시대를 그렸다"고 전했다.
이어 조 대표는 "한국은 80년 5·18을 겪으면서 심미적 관점으로서의 미술이 아닌 사회속에서 미술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였다“고 밝혀 광주의 5월미술이 참여미술의 발아점이었음을 강조했다.
전진희 소장(인권인문연구소)의 ‘기억에 남는 민중미술 작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조 대표는 1996년 첫 비엔날레가 열렸을 때를 회상하며 "당시 5·18의 진실규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광주에 비엔날레를 개최한다는 것에 대해 예술가들이 반대하며 망월동 일대에서 "안티비엔날레" 전시를 열었다. 그때 보았던 강연균 작가의 ‘하늘과 땅 사이’라는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갤러리 전시의 정형을 파괴한 김우성 작가의 ‘황혼에서 새벽까지’전시도 눈길을 모았다.
김 작가는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창고형 호프집의 허름한 벽을 갤러리로 삼아 4개의 대형 걸개그림을 선보였다.
5·18 39주기를 맞으며 활기를 되찾고 있는 5월미술 움직임에 대해 허달용 작가(한국화가)는 “내년 40주기를 맞으며 5월미술은 더욱 풍성하게, 보다 생산적인 전기를 맞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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