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경제부총리는 27일 청와대 국무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동산 투기와 관련, "지금 호가도 없고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면서 "부동산 가격은 반드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찬 건교장관도 "집값 인상에는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 계속 부동산 쪽으로 몰리는 데 큰 원인이 있다"면서 "주택담보 대출비율을 기존 60%에서 50%로 낮추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어 앞으로는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같은 경제팀의 전망을 비웃듯, 내달초 서울 제5차 동시분양에 나오는 서초동 고급아파트의 평당 분양가가 2천8백70여만원을 돌파했다. 아파트 취득시 내야하는 제반 비용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분양가 평당 3천만원'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아파트가 좋은 학군에 있어..."**
건설회사 (주)도시와 사람은 현재 강남 서초구 서초동 서리풀 공원 주변에 있는 롯데빌리지를 재건축할 예정인 '더 미켈란 아파트' 99평형의 분양가를 최고 28억4천8백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1992년 서울 동시분양이 시작된 이래 최고 분양가이다.
건설사측은 이번에 지어지는 지하 2층, 지상 14층 아파트 80~99평대의 67세대 가운데 조합원용 36세대를 제외한 31세대를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주)도시와 사람이 홈페이지의 인터넷 분양정보를 통해 내세운 사상최고 분양가의 이유는 세가지다.
첫번째, 서초고 서울고 상문고 등의 학군과 예술의 전당, 대법원, 중앙도서관뿐 아니라 고속터미널, 메리어트호텔, 신세계백화점 같은 편의시설이 인접해 있다.
두번째, 최고의 주거지로 평가되는 서초동서리풀 공원 주변에 입지해 있다.
세번째,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이 인근에 있고, 서초역과 내방역을 잇는 도로가 장기적으로 서리풀공원 지하를 통과할 계획이어서 시내진입이 편리하다.
***정부의 구멍뚫린 정책이 만든 사상최고 분양가**
하지만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평당 분양가가 3천만원에 육박했다는 대목은 설득력이 크게 부족해보인다. '거품'이 끼어도 한창 거품이 끼었다는 게 일반적 지적이다.
최근 미국에서 20년 살다가 귀화를 생각중인 한 한국계 재미언론인은 "미국에서 열심히 벌어 20만달러(우리돈 2억4천만원)짜리 아파트를 장만해 내심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 돈 갖고서는 국내에서 변두리 아파트 전세밖에 못얻는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한국의 상상밖 아파트 버블을 개탄하기도 했다.
이미 강남의 아파트값을 도쿄의 아파트값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우리나라를 팔면 우리나라보다 커다란 프랑스를 8개나 살 수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땅값은 천정부지 상태다.
정부도 최근 들어서는 더이상 아파트값 폭등을 방치해서는 안되겠다는 판단아래 여러 대책을 쏟아놓고 있다. 하지만 재건축아파트의 조합원 및 3백가구 이하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한 분양권 전매 허용 등 여전히 곳곳에 구멍이 뚫려있기란 마찬가지다. 재건축 고급아파트 '더 미켈란'도 이같은 구멍이 있기에 평당 3천만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고의 분양가 책정이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내달초 분양때 과연 한국에서 제일 비싼 '더 미켈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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