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에 대한 찬반을 놓고 불교계가 내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불교계의 '불자 황우석 끌어안기' 행보에 대해 몇몇 스님과 재가불자가 지나치다며 비판을 가하자 일각에서 다시 이들의 의견에 반론을 제기하면서 점차 황우석 지지 진영과 반대 진영으로 양분되가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법장 스님과 현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모두 황 교수와 인연 쌓기에 남달리 신경을 썼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지난해 열반한 법장 전 총무원장은 조계종이 제정한 '2004년 자랑스런 불자상'을 수상한 황 교수의 연구실을 격려 방문한 바 있고, 지관 현 총무원장도 황 교수가 위기에 빠졌을 때 황 교수에 대한 지지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재가불자들도 대체로 비슷한 정서를 가지고 있다. 검찰이 황 교수팀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불자들은 "그래도 황 교수에게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재현하기 위한 기회는 줘야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계간 '불교평론' 주간인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가 황 교수에 대한 지지 의사를 잇달아 밝힌 지관 총무원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조 교수는 '불교평론' 2005년 겨울호 권두언에서 "황 교수팀의 연구가 조작과 날조가 분명한데도 원칙 없이 감싸는 것은 옳은 종교인의 모습이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모 주간지와 인터뷰를 통해 "황우석 옹호는 종교 간 경쟁이 펼쳐진 현대적 다원주의 종교 체제에서 불교계가 지닌 콤플렉스가 작용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은해사 주지 법타 스님과 봉선사 주지 철안 스님, 김재일 동산반야회 이사장 등은 6일 '황우석팀 후원을 위한 범불교 국민연대'를 출범했다.
이들은 황 교수 지지자 10만 명이 1인당 1만 원씩 참여하는 모금운동을 통해 황 교수팀의 연구 재개를 위한 기반설비 비용인 100억 원을 조성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법보신문'에 따르면 범불교 국민연대가 출범한 지 하루만인 7일까지 70여 명의 지지자들이 630여만 원의 성금을 보내왔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 대표 도법 스님도 "황우석 감싸는 불교계는 '미망(迷妄)'을 버려야한다"며 불교계의 무조건적인 황우석 감싸기에 제동을 걸고나섰다.
도법 스님은 "이번 사태는 한국 불교계가 얼마나 자기 세계관과 철학이 없고, 사회 문제의식이 희박한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모 일간지와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이에 봉암사 한주(閑主ㆍ소임 없이 정진하는 대덕스님) 연관 스님은 '도법 스님, 이젠 그만 두시라'라는 제목으로 '불교신문'에 특별기고한 글을 통해 "도법 스님은 '생명을 파괴하는 황우석을 불자라는 이유로 무조건 감싸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도법 스님은 무려 1만5천㎞나 걷고 또 걸으며 생명평화를 전도한다는 미명 아래 얼마나 많은 미물들을 밟아 죽였는가"라고 반문했다.
"도법 스님의 글들을 읽고 '끝내 모른 척 하는 것은 동조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에 책상 앞에 앉았다"는 연관 스님은 "순수한 동기와 신념과 열정으로 각자의 직장에서 혹은 도서관에서 연구실에서 작은 공부방에서 혹은 비닐하우스에서 일등이 되려고 밤을 지새우고 어둑새벽이 되었는데도 불을 끄지 못하는 우리의 선량한 일등주의자를 매도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두 스님의 이 같은 논쟁에 대해 불자들은 "연관 스님에게 박수를 보낸다" "도법 스님의 말이 곡해됐다" 등으로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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