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21일(현지시간) 북측이 미정부에 의해 압류된 북한 화물선의 즉각 반환을 요구한 데 대해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 유지 원칙을 재확인하며 유엔 회원국들의 제재 이행을 강조했다.
국무부는 동시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실행할 것으로 믿는다며 북한과의 외교 협상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뒀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이날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미국 정부의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의 압류를 비난하면서 "미국은 지체 없이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한 입장을 묻는 연합뉴스의 서면 질의에 이같이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대로 그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하겠다는 약속을 실행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미국은 이러한 목표를 향한 추가 진전을 이뤄내기 위해 북한과 외교적 협상을 하는데 여전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의해 결정된 대로 국제적 제재는 유지되며 모든 유엔 회원국들에 의해 이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걸 재확인하면서 제재 유지 원칙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북한의 이날 요구를 사실상 일축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유엔본부 기자회견이라는 이례적 형식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여론전을 시도한 가운데 미국 역시 국제적 대북압박 전선의 이완을 차단하기 위해 여론전에 나선 차원도 있어 보인다.
북한의 공개적 반발과 미국의 원칙 고수로 선박 압류를 둘러싼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앞서 김 대사는 이날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 브리핑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일방적인 제재는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의 조치는 분명히 불법행위라면서 "유엔 헌장에 비춰봐도 일방적인 법과 제재는 존중과 국가 주권의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화물선 압류를 법적 기반으로 하는 미국의 일방적 제재와 국내법은 분명히 불법"이라며 "미국의 모든 행동을 주의 깊게 주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국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 실행에 대해 믿음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협상 재개 가능성을 내비침으로써 자극적인 맞대응을 자제하면서 '톱다운 대화'의 문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페이스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강온 병행'으로 일환으로 풀이된다.
미 법무부는 이날 연합뉴스의 서면질의에 "법무부는 언급을 사양한다(The Department of Justice declines comment)"며 '무대응' 입장을 밝혔다. 이 역시 맞대응은 자제하되, 법적 절차를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9일 '북한의 석탄을 불법으로 선적하고 북한에 중장비를 수송하는 데 사용됐다'며 국제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와이즈 어니스트 호를 압류했다고 발표했으며, 같은 날 선박을 몰수하기 위한 민사소송을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 제기했다.
미 법무부의 북한 선박 압류는 전례 없는 조치로,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한 지 약 9시간 만에 발표됐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