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상하원 합동 경제청문회에서 행한 연설 이후 다음달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금리인하가 이뤄질지에 대해 시장에서 상반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혼란은 그린스펀의 연설에서 미국이 '디플레이션' 위험에 빠질 가능성에 대해 어느 정도 강조했는지에 대한 해석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다.
***디플레이션 여부에 대해선 아직 "지켜보자"**
뉴욕타임스(NYT)는 21일 '그런스펀은 연준이 디플레이션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는 기사에서“그린스펀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경제가 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확신을 거듭 밝혔다”면서도 그린스펀이 디플레이션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NYT는 “그린스펀의 연설은 여러 가지 점에서 지난달 30일 의회 연설과 매우 흡사하다”면서도 “이번 연설은 그린스펀이 인정했듯 연준이 수십년 동안 다뤄본 적이 없는 현상이라는 전제 위에 디플레이션에 대한 언급에 할애한 시간과 집중도에 있어 두드러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무라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레슬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핵심물가지수(가격변동이 심한 에너지, 식료품 제외) 3개월 평균치가 지난 6개월간 2%에서 4월의 경우 0.4%로 떨어졌다”면서 “이것은 극히 우려되는 추세”라고 주장했다.
그린스펀은 연설 직후 질의응답 시간에 “연준은 전면적이며 지속적인 물가하락 가능성을 ‘임박한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고 디플레이션 도래 가능성을 부인하면서도 “그러한 가능성은 비록 경미한 수준일지라도 고도로 면밀한 감시와 아마도 연준에게 모종의 행동을 요구하기에 충분한 위협”이라고 답했다.
모건 스탠리의 데이비드 그린로는 이에 대해 “5월의 경제지표가 그린스펀이 예전에 말한 ‘취약점’에 미국의 경제가 여전히 머물러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연준은 연방금리를 추가인하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같은 해석은 그린스펀의 연설이 낙관과 비관이 뒤섞여 있다는 점에서 5월 경제지표가 금리인하의 변수가 된다는 중립적인 견해다.
그러나 그린스펀은 “연준은 금리조정 외에도 금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수단을 갖고 있다”면서 “장기 재무채권을 매입해 장기금리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고 밝혀 디플레이션에 대한 다양한 방안이 준비돼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약한 달러 정책은 지지**
그는 또 부시 행정부의 달러정책 변화에 대한 의견을 묻자 “재무부 장관이 달러정책에 대해 말해야 하는 것”이라면서도 “연준과 재무부는 달러 전략 변화에 공조하고 있다”고 말해 최근 미정부의 '약한 달러' 정책에 동의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연준은 재무부가 하는 일을 지지하고 있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이를 밝힐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NYT는 “경제전문가들은 달러가치 하락으로 수출 전망이 밝아지고 수입물가는 오르는 것이 디플레이션 압력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연준이 싫어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NYT와는 다소 다른 관점을 보였다.
FT는 “그린스펀 의장은 물가하락의 위협에 대해 가장 상세한 설명을 함으로써 침체된 경제와 기록적으로 낮은 인플레이션이 일본식 디플레이션으로 이행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했다”면서 “디플레이션 위협을 일축했다”고 보도했다. 그린스펀이 아직 '확실한 판단'은 힘들지만 경제에 대해 난관론을 피력했다는 점에 주목한 해석이다.
결국 다음날 말 FOMC에서 월가의 일부 전문가들 주장처럼 0.25% 또는 0.5%의 추가 금리인하가 단행될지 지난 5월6일처럼 금리를 동결하고 다른 수단들을 동원할지는 5월 경제지표 등 좀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