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건설현장에서 떨어져 사망한 고 김태규(25) 씨 유가족들이 고인의 사망원인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김 씨는 특성화고 졸업생 출신으로, 건설 일용노동자로 일을 하다 사망했다.
김태규 유가족, 청년전태일, 일하는2030 등은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진행된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건설 노동자였던 김 씨는 지난달 경기도 수원의 신축 현장 5층에서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고용노동부는 작업현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고, 경찰수사 과정에서 시공사 E종합건설 측의 안전관리 부실이 확인됐다.
김 씨는 5층에서 폐자재 등을 엘리베이터 안에 옮기던 도중 엘리베이터 반대쪽에 열려 있던 문 밖으로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으로 현장소장 등 2명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됐고 지난 1일, 사건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여전히 동생이 죽었다는 게 믿을 수 없다"
하지만 경찰수사 결과에도 김 씨 유족은 고인을 둘러싼 죽음의 의혹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인의 누나 김도현 씨는 "여전히 동생이 엘리베이터에서 혼자 뚝 떨어져 죽었다는 게 믿을 수 없다"며 "5층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이번 사건을 조사한 수사기관을 두고 "의혹을 밝히는 게 아니라, 서로 회피하고 있다"면서 "현장 노동자의 번복된 진술이 있음에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 상황이기에, 유가족들은 슬퍼할 시간도 없이 밤새가며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씨와 사고 엘리베이터에 함께 타고 있었던 A 씨는 구석에 서 있던 김 씨가 잠깐 사이 떨어졌다고 진술했으나, B씨는 김 씨가 엘리베이터 가운데에 서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추락 경위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셈이다.
김 씨는 "이번 사건으로 느낀 점은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은 무시당한다는 점"이라며 "사고가 난지 40일 지난 현재까지 동생의 추락 당시 진실이 무엇인지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사고 난지 40일 지났지만, 여전히 진실을 모른다"
청년전태일 등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김태규 씨는 현장에서 안전모, 안전화를 지급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안전교육도 받지 못했다"며 "시공사에서는 '용역 노동자들이 자주 바뀌기에 안전화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소한의 안전관리와 일용직 건설노동자의 목숨을 저울질한 결과는 불법 화물 엘리베이터의 문을 열어 낭떠러지를 만들었고, 그 틈으로 젊은 건설노동자를 밀어 넣은 것"이라며 "25살 청년노동자에게 도대체 무슨 명령을 했길래 그가 20미터 낭떠러지로 나뭇잎처럼 떨어졌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경찰은 유가족에게 ‘실족사’로 이야기하며 이 죽음을 김태규 개인의 잘못으로 단정 짓고자 했고 고용노동부는 사측의 증거인멸을 사실상 용인했다"며 "그리고 이들 수사기관은 아들을 잃은 어머니에게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결국, 유가족은 사고가 난 지 40일 지난 현재까지 고인의 추락 당시 진실이 무엇인지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면서 "청년 용역노동자 김태규 씨 죽음의 진실을 철저히 수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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