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부터 발생한 '한화토탈 유증기 유출 사고'로 충남 서산시 한화토탈 대산공장 인근에 거주하는 근로자 20여 명과 주민 등 320여 명이 통원 치료를 받을 정도로 인명피해 규모가 큰 것으로 집계됐다. 주민들은 "식초 원액의 냄새를 맡았을 때의 수백 배 이상 되는 시큼한 악취가 눈과 코를 찌르기 시작하면서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고 전했다.
한화토탈은 이번 사고가 대산공장내 저장탱크 압력 및 온도 상승으로 내부 기름 찌꺼기에서 발생한 유증기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설비는 잔사유(쓰고 남은 기름)를 연료로 재활용하기 위해 잠시 보관하는 탱크다. 잔사유 탱크는 통상 50도 정도로 온도가 유지되지만 사고 당시에는 100도에 육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탱크 온도 상승을 막으려고 뿌린 물이 증발하면서 유증기가 함께 배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물과 열로 인해 화학반응이 발생했고, 일정 온도가 넘으면 폭발 방지를 위해 외부에 자동으로 배기하는 안전 밸브가 열리면서 유증기가 배출됐다는 설명이다.
대산석유화학단지, 유출사고 반복
한화는 즉시 사고 발생 지역의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지만, 환경부는 한화토탈 공장에서 17일과 18일 두 차례에 걸쳐 유증기 유출이 발생했으며, 유증기 내에 스티로폼 등의 원료인 스틸렌모노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18일 발생한 유출사고는 사고 예방을 위해 탱크로 폼 소화약제를 주입하던 중 소화약제와 사고탱크에 남아 있는 잔존물질이 추가로 분출돼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2차 분출은 사업장에서 사고내용을 신고하지 않았다.
결국 한화토탈은 19일 권혁웅 한화토탈 대표이사 명의로 "5월 17일 발생한 유증기 유출 사고로 지역주민, 협력업체와 주변공단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머리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전문기관으로부터 정확한 진단을 받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유관기관과 협조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환경과 안전경영에 더욱 노력해 사고 재발을 방지하고 무재해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리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한화토탈이 위치한 서산시 대산은 울산, 여수와 함께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로 꼽히는 곳이다.
1980년대 조성된 대산석유화학단지는 3개 기업으로 출발했으나 현재 현대오일뱅크·엘지화학·롯데케미칼·한화토탈·KCC·코오롱인더스트리 등 60여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들 기업에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유독물질 유출 사고도 반복되어 왔다. 지난해 1월에는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롯데케미칼 BTX 공장에서 발암성 물질인 벤젠 5∼6t가량이 누출되는 사고가 있었고, 지난달에도 서산시 지곡면 한 도로를 달리던 탱크로리에서 액체상태의 페놀 100여ℓ가 도로에 쏟아진 사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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