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베이징 3자회담에서 미국에게 핵폭탄 1개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고하면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포기하면 핵개발 포기, 미사일 실험 동결 등 획기적인 다섯가지 제안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은 이같은 북한의 제안을 대단히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핵폭탄 1개 보유, 미국이 적대정책 포기하면 5가지 수용"**
미국의 CNN TV는 28일(현지시간) 여러 미국 정부당국자 말을 인용해 베이징에서 열린 3자회담에서 북한이 핵폭탄 1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미국측에 통고했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북한은 자국에 대한 불가침 문서화 등 미국이 최초로 행동에 들어가면 곧바로 핵개발 계획 포기와 미사일 발사실험 중지, 핵사찰 수용 등을 검토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도 미국측에 전달했다.
이에 앞서 영국의 로이터통신은 28일 베이징의 유럽연합(EU) 외교관 말을 인용해 "베이징 3자회담에서 북한이 미국에 대해 적대정책의 포기를 조건으로 핵개발 계획의 포기와 탄도미사일 발사실험 동결, 미사일과 연관기술의 수출 중지를 단행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한반도 담당고위관리는 28일 베이징의 EU 외교관 20명에게 베이징 3자회담 내용을 설명했다. 그 요지는 미국이 북한 현정권의 체제 등을 보장해주면, (1) 핵개발을 포기하겠다 (2) 핵시설에 대한 사찰을 받아들이겠다 (3) 탄도미사일의 발사실험을 동결하겠다 (4) 미사일 수출을 중단하겠다 (5) 핵위기 해결을 위한 '어떤 형태의 협의'에도 응하겠다는 다섯가지였다.
***파월 국무장관, "3자회담 대단히 유용했다"**
콜린 파월 미국무장관은 28일 국무부에서 마르완 무와셰르 요르단 외무장관과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로이터통신 보도내용의 진위를 확인해달라는 질문에 대해 "그들(북한)은 궁극적으로 그들의 핵 능력과 미사일 활동을 다룰 계획을 제안했으나 물론 그 대가로 상당한 어떤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답해 로이터 보도가 사실임을 시인했다.
파월은 "지난주 베이징에서 열린 3자회담은 대단히 유용했던(quite useful)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북한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많은 일들을 인정했고 사실상 이것들이 추가 논의의 대상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파월은 이어 "그래서 우리는 그 계획을 연구하고 있고 우리 우방 및 동맹국들과 그것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호주 등 여러 나라들과 가장 긴밀한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 나는 그 모든 것을 테이블 위에 꺼내놓고 거기에서부터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를 보는 것이 유용했다고 본다"고 재차 베이징회담의 유용성을 강조했다.
파월은 또 "북한은 `실험'이라는 말을 결코 사용하지 않았다"면서 "그들은 (핵무기와 관련해) 이런저런 방법으로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능력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파월은 이어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베이징에서) 돌아왔으니 우리는 많은 시간을 들여 그의 보고서와 그가 받은 인상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무기들을 제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면서 "그들은 또 모든 핵프로그램을 제거할 수도 있고 미사일 수출도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바우처는 이어 "북한이 다양한 요구를 했다"며 "협의과정에 그들이 말한 모든 내용, 전체를 보면 다음에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지가 분명해진다"고 말해 미정부내에서 북한측 제안내용에 대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 "남-북, 북-일 관계 개선에 미국 방해말라"**
이와 관련해 일본의 교도통신은 미정부 고위관리가 "북한 요구중에는 석유와 에너지 이야기도 있었다"고 말해 북한이 핵개발 및 미사일실험 포기를 대가로 석유와 에너지 지원도 요구했음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AFP 통신도 미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제시한 많은 요구 사항들 중에는 ▲북미간의 전면적인 관계정상화 ▲안보보장 ▲석유 공급 등 에너지 지원을 포함한 경제지원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아사히(朝日)신문은 북한이 미국에 적대정책 포기를 통한 북.미 국교정상화 체결를 주장하면서, 그동안 주장해온 불가침조약 체결을 고집하지 않고 문서화된 `약속'으로도 무방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또 "북한은 중유공급의 재개 및 경제제재의 조기 해제를 요구하는 동시에, 남북관계 발전 및 북.일 관계개선을 미국이 방해하지 말아달라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조선신보, "동북아시아 정치지도 일변할 것"**
한편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인 인터넷 조선신보는 28일 평양 특파원의 '데스크 눈'을 통해 북한은 3자회담에서 "(북.미간)상황변화에 유연성 있게 대응해 종전의 불가침조약보다 더 포괄적이며 본질적인 접근법을 결단했을 수 있다"면서 "이는 결국 조-미 대결전의 총결산을 말한다"고 밝혔다.
조선신보는 "조-미 직접회담을 주장해온 조선(북한)이 '대화의 형식'에 크게 구애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은 조-미 쌍무관계에 국한하지 않은 보다 넓은 국제관계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선택일 수 있다"며 "중국이 사회를 본(중재한) 조-미회담이 결실을 볼 경우 동북아시아의 정치지도를 일변시킬지 모른다"고 말했다.
조선신보는 "핵개발계획을 둘러싼 조-미 대결의 관건적 문제는 영변의 핵시설이나 추출된 플루토늄 그 자체가 아니다"면서 "무력충돌을 회피하기 위해 현 시기 조-미 쌍방앞에 나서는 선차적인 과제는 적대적 의도의 포기를 논의하고 해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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