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기 위해 최대 12만 병력을 중동으로 파견하는 군사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은 지난 9일 고위급 안보 회의에서 이란이 도발할 경우 대응한 군사계획을 보고하고, 백악관이 이를 검토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군사계획 수정을 주도하고, 이란에 대해 공격을 주장해온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비롯해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안보회의 참석자, 파병 규모에 깜짝"
NYT는 "일부 참석자들은 파병 규모에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미군 12만명은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에 파병된 미군 병력에 근접한 규모이며,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중동에서 미군 병력을 대대적으로 철수시켜온 기조를 뒤집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에 대해 NYT는 볼턴의 영향력을 시사한 것이라고 전했다. 볼턴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이었던 시절부터 이란과의 정면 대결을 주장한 대표적인 네오콘으로, 지난 2018년 4월 NSC 보좌관으로 임명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란을 고립시키고 압박하는 정책을 기획해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 회의에서 보고된 군사계획을 구체적으로 보고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정권 교체를 원하냐"는 질문에 "그들이 일을 저지른다면 그것은 매우 나쁜 실수일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이란에 대해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군사계획과 관련된 보도가 흘러나온 시점도 민감하다. 이란은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동결시킨 핵협상을 일방적으로 탈퇴한 트럼프 정부에 맞서 미국의 탈퇴 선언 1주년에 맞춰 '조건부 탈퇴'를 선언하고, 페르시아만 일대에 군사적 움직임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응해 미국은 항모전단과 전략 폭격기에 이어 패트리엇 포대 등 대규모 군사력을 중동에 배치해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 11일 "이란·이라크 전쟁 때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며 "적들의 압력이 전례 없이 강하지만 우리는 항복해서는 안 된다"면서 미국과의 정면 대결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미 국방부의 군사계획 정보 일부가 공개된 배경을 두고 일각에서는 실제 군사적 대응을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는 이란의 돌발행동을 막기 위한 일종의 '공포 분위기 조성 전술'(scare tactic)'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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