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북-중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문제 등 당면 현안을 타결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22일 중국관영 신화사 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신임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이날 중국을 방문한 북한의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부위원장과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을 가졌다. 조명록은 북한의 공식서열 3위이자 북한군 총정치국장직을 겸임하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23일 베이징 3자회담을 앞두고 21일부터 중국을 방문중이다. 후진타오 주석에게 조 부위원장은 취임후 최초로 직접 만나는 북한의 고위급인사다.
통신에 따르면, 후진타오 주석은 회담에서 "중-조 양국은 근년(近年)에 고위급의 상호방문 전통을 유지하며 중대문제에 대해 의사소통을 통해 이해와 신뢰를 깊게 해왔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또 일련의 관계발전을 위해 전통계승, 미래지향, 선린우호, 협력강화 등 4가지를 제안했다.
이에 조명록 부위원장은 "조선(북한)의 당과 정부는 조-중관계를 중시하며 우호관계 발전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정일 방중 위한 환경정비 작업"**
일본의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이와 관련, 22일 "중국수뇌와 북한 넘버3의 이번 회담은 북한 김정일 총서기의 중국방문을 위한 환경정비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김정일 총서기는 2000년 5월과 2001년 1월에 중국을 방문했고 장쩌민 당시 국가주석도 2000년 9월에 북한을 방문했었다"며 "후진타오 주석이 지난해 11월 당총서기에 취임한만큼 취임에 즈음한 북한노동당 총서기(김정일)의 중국방문은 관례에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지난해말부터 외교가에 김정일의 방중설이 나돈 대목을 중시하며, 북핵문제를 둘러싼 3자회담이 상당부분 진전될 경우 최종적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중 정상회담 형식을 빌어 극적 합의를 도출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명록 부위원장은 이에 앞서 중국 방문 첫날인 지난 21일 궈보슝(郭佰雄)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차오강촨(曺剛川) 국방부장을 만나 한반도 핵문제와 국제정세, 양국간 군사문제에 관한 의견을 개진했다는 중국 국제방송은 전했다. 이같은 방송 보도를 근거할 때 조 부위원장은 이번에 단순한 군사적 교류 차원이 아닌, 베이징 3자회담을 앞둔 중국과의 고위급 사전협상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한편 베이징 외교가에는 조명록 부위원장이 3자회담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한 미국의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차관보와 만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중국, 북-미 상대로 사전실무조정 작업**
한편 중국은 3자회담 공식개최에 앞선 22일 북한과 미국 대표단을 대상으로 협상 사전실무조정 작업에 착수했다.
3자 회담 중국측 대표인 푸잉(傅瑩) 외교부 아주국장은 22일 저녁 베이징 모처에서 북한의 리근 외무성 부국장 등 북측 대표단을 초청, 만찬을 함께 하며 회담의 주요 일정 및 의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잉 국장은 또 23일 오전에는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를 비롯한 미국측 대표단을 모처로 초청, 조찬 회동을 가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3국은 양자 협의를 마친 뒤 이날중 조어대에서 3자 회담을 갖고 북한핵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날 회담에서는 미국측이 주장하고 있는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의 핵폐기 문제와 북한측의 '체제보장.불가침' 문제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한국, 일본의 다자회담 참여 문제에 대해서도 '조기참여' 문제를 놓고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외교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러나 이번 회담이 국방부 등 미국내 매파들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국무부 주도로 성사된 회담인만큼 북한도 이같은 상황을 고려, 격론에도 불구하고 파국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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