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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선유동계곡, 그 서늘한 황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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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선유동계곡, 그 서늘한 황홀함

2019년 6월 두발로학교

*강의 마감됐습니다.

*8월 17일 강의 준비 중입니다^^

싱그러운 6월 두발로학교(교장 진우석. 여행작가) 제71강은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으로 떠납니다. 우리 국토 등줄기인 백두대간의 중심부에 자리한 괴산과 문경은 산수가 아름답고 선비의 전통이 잘 남아 있는 고을인데요, 두 개의 선유동계곡, 즉 충북 괴산군에 속한 선유동계곡과 경북 문경시에 속한 선유동계곡이 유명합니다. 괴산 선유동계곡은 퇴계 이황 선생이 찾아와 머물면서 9곡의 이름을 붙였다고 하며, 문경 선유동계곡은 신라의 최치원이 머물다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으로, 길이 평탄하고 풍광이 빼어나 느긋하게 걷기 좋습니다. 양대 선유동계곡에서 발 담그며 유유자적 6월에 더위를 피해보시기 바랍니다.

▲괴산 선유동계곡 8곡 구암. 구암 앞으로 너른 암반이 펼쳐진다.Ⓒ진우석

교장선생님으로부터 2019년 6월 15일(토)에 찾아가는 <초여름의 황홀경, 괴산과 문경의 선유동계곡>에 대해 들어봅니다.

괴산과 문경의 선유동, 퇴계와 고운
괴산과 문경에 걸쳐 있는 대야산(931m) 자락에는 빼어난 경관으로 유명한 계곡이 두 곳이나 있다. 충북 괴산군에 속한 선유동계곡과 경북 문경시에 속한 선유동계곡이 그것이다.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은 괴산 선유동을 외선유동, 문경 선유동을 내선유동으로 구분하기도 했다. 문경 선유동이 대야산 가까이 있지만, 괴산 선유동은 좀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양쪽 선유동은 가까운 거리인데
지금은 그 사이에 구름이 한가롭고
어느 곳이 뛰어난지 평하기도 어렵도록
하늘의 장수가 있어 수석 고루 나눴네
(정경세 <조선환여승람> 중에서)

▲괴산 선유동계곡의 1곡인 선유동문Ⓒ진우석

정경세의 시구처럼 괴산과 문경 선유동의 경치는 막상막하로 아름답다. 괴산 선유동이 스케일이 크다면, 문경 선유동은 아기자기하다. 선유동처럼 아름다운 곳을 선인들이 그냥 놔뒀을 리 없다. 괴산 선유동에는 퇴계 이황의 흔적이 남아 있다. 퇴계는 송면 송정마을에 있는 함평 이씨 댁을 찾아갔다가 괴산 선유동계곡의 절묘한 경치에 반해 아홉 달 동안 머물며 9곡의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문경 선유동은 고운 최치원이 신선처럼 거닐었다. 고운은 봉암사에 드나들면서 가까운 문경 선유동의 아홉 절경을 찾아 ‘선유구곡’을 새겼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우복 정경세, 도암 이재, 손재 남한조, 병옹 신필정 등이 즐겨 찾아 자취를 남겼으며, 근세에 이를 발견하고 시를 남긴 유학자는 외재 정태진(1876~1956)이다.

▲괴산 선유동계곡 4곡 연단로 일대는 남설악 주전골을 연상시킨다.Ⓒ진우석

괴산 선유동계곡의 구곡을 찾아서
괴산 선유동 걷기의 들머리는 선유교 위쪽의 구멍가게 같은 선유동휴게소이다. 이곳에서 922번 지방도에서 벗어나 안쪽으로 들어선다. 시멘트 도로를 따라 조금 들어가면 규모가 큰 선유동휴게소를 만난다. 여기서 조금만 더 내려오면 두 개의 바위가 맞닿아 있고, 그 사이로 시원한 계곡이 흐른다. 이 바위가 9곡 은선암(隱仙岩). 신선이 머물다가 사라진 곳이라 전해지는 바위다. 울창한 소나무와 굽이굽이 흐르는 계곡에서 느껴지는 여유와 흥취는 가히 신선이 노닐만하다.

은선암 앞은 드넓은 암반이라 퍼질러 앉아 쉬기 좋고, 앞에는 얕고 맑은 시냇물이 미끄러져 내려간다. 은선암 앞에는 8곡 구암(龜岩)과 7곡 기국암(碁局岩)이 나란히 붙어 있다. 구암은 거북이가 머리를 들고 숨을 쉬는 모습이고, 기국암은 신선들이 바둑 두는 것을 구경하다 집에 돌아가 보니 5세손이 살고 있었다는 나무꾼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문경 선유동계곡의 학천정Ⓒ진우석

계곡 옆에 있는 듯 없는 듯 버티고 있는 6곡 난가대(爛柯擡)를 지나면 우레와 같은 물소리가 나는 5곡 와룡폭(臥龍爆)이 나온다. 깊은 소에 몸을 던지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좀 더 내려가면 두 개의 둥그런 바위 두 개가 덩그러니 놓인 곳이 4곡 연단로(鍊丹爐). 신선들이 금단을 만들어 먹고 장수했다는 곳이다. 연단로 앞에는 3곡 학소암(鶴巢岩)과 2곡 경천벽(擎天壁)이 있는 듯 없는 듯 우뚝 서 있다. 2곡 경천벽 바로 앞에 1곡 선유동문(仙遊洞門)으로 바위 앞에 너른 풀장처럼 물놀이 장소가 있다. 이곳에 뛰어들면서 선유동계곡을 마무리한다.

▲문경 선유동계곡 8곡 난생뢰와 9곡 옥석대는 문경 선유동천의 최고 절경으로 꼽힌다.Ⓒ진우석

문경의 선유동계곡 걷기
문경 선유동천 걷기는 운강이강년기념관에서 출발한다. 걷기에 앞서 기념관을 둘러보자. 안으로 들어서면 칼을 빼 들고 위풍당당하게 선 운강의 동상이 눈에 띈다. 운강은 한말의 의병장으로 동학농민운동과 을미사변 때 문경에서 의병을 일으켜 충주‧가평·인제·강릉·양양 등지에서 큰 전과를 올린 명장이다.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으로 추서됐고, 최근 활발하게 재조명되고 있다. 동상 앞에서 꾸벅 절을 올리고 길을 나선다. 기념관 앞쪽으로 선유동천을 알리는 큰 비석이 서 있다.

비석에서 30분쯤 걸어 오르면 풀에 묻힌 칠우폭포 이정표가 보인다. 이곳이 선유칠곡(칠우칠곡)의 현장이지만 공사 중이라 알아볼 수 없다. 한말 가은의 선비 7명은 서로 깊은 우정과 학문을 나누었는데, 공교롭게도 이들의 호에 ‘어리석을 우(愚)’자가 들어갔다고 한다. 이 소문을 들은 의친왕 이강은 ‘칠우정(七愚亭)’이라는 이름을 정자에 내렸다. 칠우정을 중심으로 수려한 계곡 풍경 7곳 즉, 칠우대(七愚臺)‧망화담(網花潭)‧백석탄(白石灘)‧와룡담(臥龍潭)‧홍류천(紅流川)‧월파대(月波臺)‧칠리계(七里溪)를 선유칠곡이라 부른다. 그중 1곡 칠우대와 2곡 망화담의 공사가 끝나고 칠우정이 복원돼야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겠다.

작은 다리 아래의 크고 흰 바위가 3곡 백석탄이다. 이후 계곡을 거슬러 오르면서 4곡 와룡담, 5곡 홍류천, 6곡 월파대, 7곡 칠리계가 차례로 나타난다. 선유동천의 진짜 절경은 선유칠곡이 끝나는 지점부터 시작된다.

▲문경 선유동계곡의 세심대. 여러 사람이 발 담그며 풍류를 즐기기에 좋다.Ⓒ진우석

여기 선유구곡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1곡은 안개에 싸인 바위, 옥하대(玉霞臺)다. 신선놀음의 시작점으로 절묘한 이름이다. 이어 호젓한 오솔길을 따르면 희고 큰 반석 위에 올라선다. 수십 명이 설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다. 여기가 2곡 영사석(靈槎石)이다. ‘신령한 뗏목 바위’라는 뜻으로 반석을 뗏목에 비유한 것이 재미있다.

선유구곡의 절정, 난생뢰와 옥석대
영사석을 지나면 시멘트 도로를 만나는데, 그곳 길섶에 기이하게 생긴 바위가 눈길을 붙잡는다. 큰 손을 들어 다섯 손가락을 쿡 찍어 놓은 듯하다. 이것이 ‘장군손바위’로 선유구곡에서 수련하던 선인의 자취라고 한다. 다시 계곡을 따르면 거대한 펜션 건물이 나타나 눈이 휘둥그레진다. 펜션 앞의 계곡이 3곡 활청담(活靑潭)이다. 긴 암반을 타고 내려오는 물줄기가 마치 휘파람을 불며 흘러내리는 듯하다.

활청담 앞에서 다리를 건너 다시 계곡을 따르면 넓은 잔디밭으로 들어선다. 여기서 계곡으로 내려가면 반석인 4곡 세심대(洗心臺)가 나온다. 발 담그며 잠시 쉬었다가 가기 그만이다. 바위에 전서체로 쓰인 ‘洗心臺’ 글씨는 춤을 추듯 아름답다.

▲문경 선유동계곡에는 ‘선유동천 나들길’이 나 있다.Ⓒ진우석

다시 길을 나서 우람한 소나무 앞에서 징검다리를 건너면 5곡 관란담(觀爛潭), 6곡 탁청대(濯淸臺), 제7곡 영귀암(詠歸岩)이 차례로 나온다. 이어 오솔길이 끝나면서 다시 만나는 계곡은 온통 암반이다. 여기가 선유구곡의 하이라이트인 8곡 난생뢰(鸞笙瀨)다. 여울 흐르는 물소리가 대나무로 만든 악기인 생황(笙簧)이 연주하는 것 같다는 뜻이다. 참으로 놀라운 상상력이 아닐 수 없다.

8곡 위로 보이는 바위가 9곡 옥석대(玉舃臺). ‘옥 같은 돌’이란 뜻이 아니라 ‘옥으로 만든 신발’을 말하며, 이는 득도자가 남긴 유물이라고 한다. 옥석대 위쪽에 도암 이재(1680~1746)를 기리는 학천정(鶴泉亭)이 자리한다. 학천정 뒤 바위에 새겨진 산고수장(山高水長) 글씨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학천정을 끝으로 문경 선유동계곡 걷기가 마무리된다.

두발로학교가 6월 15일(토) 걷는 제71강 <초여름의 황홀경, 괴산과 문경의 선유동계곡>의 구체적인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2019년 6월 15일(토)>
07:00 서울 출발(정시 출발하니 시간 꼭 지켜주세요^^ 06시 50분까지 서울 강남구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6번 출구의 현대백화점 옆 공영주차장에서 <두발로학교> 버스(온누리여행사)에 탑승바랍니다. 아침식사로 김밥과 식수가 준비돼 있습니다. 답사 일정은 현지 사정에 따라 일부 조정될 수 있습니다.) 제71강 여는 모임
-괴산 쌍곡계곡 소금강휴게소 도착 및 둘러보기
-괴산 선유동계곡 걷기(선유동휴게소~선유동 입구 3㎞)
-식당으로 이동
-점심식사 겸 뒤풀이
-문경 선유동계곡 걷기(이강년기념관~학천정 4㎞)
-서울로 이동
18:30 서울 도착(예정)
*현지 상황에 따라 코스가 축소‧변경될 수 있습니다.

▲<초여름의 황홀경, 괴산과 문경의 선유동계곡> 걷기 지도ⓒ두발로학교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걷기 편한 차림(가벼운 등산복/배낭/등산화. 풀숲에선 반드시 긴 바지), 모자, 선글라스, 스틱, 무릎보호대, 식수, 윈드재킷, 우비(+접이식 우산), 따뜻한 여벌옷, 간식과 과일, 자외선차단제, 헤드랜턴(또는 손전등), 필기도구 등(기본상비약은 준비됨).
★환경 살리기의 작은 동행, 내 컵을 준비합시다(일회용 컵 사용 줄이기)^^

<참가신청 안내>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인문학습원'을 검색해 홈페이지로 들어오세요. 유사 '인문학습원'들이 있으니 검색에 착오없으시기 바라며, 반드시 인문학습원(huschool)을 확인하세요(기사에 전화번호, 웹주소, 참가비, 링크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이리 하니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홈페이지에서 '학교소개'로 들어와 '두발로학교'를 찾으시면 6월 기사 뒷부분에 상세한 참가신청 안내가 되어 있습니다^^
★인문학습원 홈페이지를 방문하시면 참가하실 수 있는 여러 학교와 해외캠프들에 관한 정보가 있으니 참고하세요. 회원 가입하시고 메일 주소 남기시면 각 학교 개강과 해외캠프 프로그램 정보를 바로바로 배달해드립니다^^
★두발로학교는 생활 속의 인문학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대표 이근성)이 지원합니다.

[두발로학교]
진우석 교장선생님은 저명한 여행가이자 여행작가입니다. 스스로 ‘시인이 되다만 여행작가’라 하며 ‘걷기 달인’, ‘길의 탐미주의자’로 통합니다. 히말라야, 카라코람, 알프스, 백두대간 등 국내외 굵직한 트레일을 걸었으며, <서울신문>에 <진우석의 걷기 좋은 산길> 연재를 시작으로 국내외 ‘날 것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 한국관광공사 ‘이달의 걷기길’ 선정위원이며 삼성 SERICEO‧여행작가학교 등에서 여행강사로 활동합니다.

두발로학교를 여는 취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걷기>의 시대입니다. 여기저기 걷기 코스의 명소들이 생겨나고 <걷기 동호회>도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각 지자체들도 고유의 <길>을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인간이 한동안 잊었던 <걷기의 가치>를 되살리고 걷기를 통해 몸과 마음의 즐거움과 건강을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직립보행(直立步行) 이후 걷기를 멈춘 적은 없습니다. 최소한 집안이나 사무실에서도 걸었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걷기가 새삼스럽게 각광을 받는 이유가 뭘까요.

성경 <요한복음>에서 예수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길을 본받는데, 길은 스스로 그러함(자연)을 본받는다.”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길>에서 이처럼 종교적 진리나 철학적 깨달음 같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길을 걸으면서 내면의 기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루소는 <고백록>에서 “나는 걸을 때만 명상에 잠길 수 있다.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나의 마음은 언제나 나의 다리와 함께 작동한다.”고 말했습니다. 걷기의 리듬은 사유의 리듬을 낳는다고 합니다. 경치를 구경하며 생각할 수 있고, 미지(未知)의 것을 기지(旣知)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레베카 솔닛의 저서 <걷기의 역사>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나에게는 의사가 둘 있다. 왼쪽 다리와 오른쪽 다리 말이다. 몸과 마음이 고장 날 때 나는 이 의사들을 찾아가기만 하면 되고, 그러면 다시 건강해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장 경제적이고 신체에 부담이 적은 운동을 택한 것이 <걷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는 속도와 능률이 지배하는 세상에, 목적에 대한 부담을 덜고 걷기를 통해 느림의 미학으로서 세상을 보고 싶은 것은 아닐까요.

사람마다 걷기를 통해 찾고자 하는 의미와 기쁨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모두 함께 찾으려는 것은 <몸과 마음의 건강> <새로운 경관> <자연을 즐기는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의 세 가지가 아닐까요.

<두발로학교>는 <아름다운 길 걷기> 전문학교입니다. <두발로학교>에서 세 마리 ‘토끼몰이’를 해 보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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