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사스 공포에 떠는 미국, 인종차별 조짐도 보여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사스 공포에 떠는 미국, 인종차별 조짐도 보여

<NY르포> "차이나타운 매출 90% 줄어든 곳도"

미국은 아직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사스 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지는 않다. WHO 통계에는 16일 현재 미국에 1백39명의 사스 감염환자가 있는 것으로 나와 있으나, 이는 다른 나라들의 경우 사스 추정환자만을 보고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감염의심자'까지 보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보건관계자들은 추정환자만 계산하면 30명 정도로 숫자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보건당국은 다음주부터는 추정환자만 WHO에 보고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국인들이 느끼는 '사스 공포증'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지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사스를 계기로 중국계를 비롯한 아시아계에 대한 기피현상이 두드러져, 이미 캐나다 등지에서 목격되고 있듯 또다른 인종차별이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하다.

뉴욕타임스는 16일(현지시간) “미국 보건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의 사스 추정환자 또는 감염의심자는 1백99명”이라며 사스에 대한 미국인들의 공포를 상세히 소개했다. NYT는 “미국에서 공포가 사스보다 덜 빨리 퍼지고 있다”면서 “아직 사스로 인한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음에도 사스에 대한 공포가 미국 전역에 확산됐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미국에서 사스보다 빠르게 공포가 퍼지고 있다(In U.S., Fear Is Spreading Faster Than SARS)"라는 제목의 기사의 주요내용이다.

***미국에서 사스보다 빠르게 공포가 퍼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선셋지구에는 유명한 딤섬 레스토랑 주인이 사스로 중병을 앓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로스앤젤레스 근교의 샌 가브리엘에서는 경찰이 아시아인이 운영하는 슈머마켓과 레스토랑을 사스 출현에 따라 폐쇄조치를 내렸다는 익명의 이메일이 쏟아지고 있다. 시애틀에서는 식료품점의 점원 두 명이 사스에 걸렸고, 호노룰루에는 차이나타운의 고깃집 점원이 사스에 감염됐다는 소문이 퍼져있다.

이러한 소문 중 사실인 것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진실 여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딤섬 레스토랑의 부근 상점들은 보건관계 고위책임자가 "이곳은 안전하다"는 공식 발표를 할 때까지 철시했다.

보건당국 고위관계자들은 뉴욕, 캘리포니아, 워싱턴 등 사스 케이스가 가장 많이 보고되거나 아시아계 공동체 규모가 큰 곳에서는 특히 사스에 대한 공포가 심하다고 말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보건 당국의 로렌스 마스콜라 박사는 “이 지역에 아시아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중 많은 이들이 지금 거의 미칠 지경이 돼가고 있다”며 “사람들을 교육시키려고 애쓰지만 이미 걱정으로 가득찬 마음이 되면 이런 말이 귀에 들리지 않는 법”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하와이대 정치학과 부교수인 케이트 주는 최근 중국에 여행을 갔다 왔는데, 그녀의 수강생 절반이 수업에 빠졌다. 의사의 진료 결과 이상이 없다는 증명서를 보여주고서야 그녀의 강의실이 정상을 되찾았다.

사스에 대한 우려는 미국 경제 일각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항공사들은 아시아행 비행편수를 줄이고 여행사들은 매출이 뚝 떨어졌다.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들도 타격을 입고 있다. 1년전에 비해 90%나 매출이 줄었다는 곳도 있다.

아시아계 사업자들 중에는 사스에 대한 공포로 인한 경제적 파장은 9.11 사태 때보다 더 심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일부 상점 주인들은 근거없는 인종적 고정관념으로 아시아계에 대해서 회피하는 세태를 불평하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아시아계 공동체 사람들 스스로가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한 중국계 이민자 샹쥔 시는 평소 즐겨찾던 차이나타운을 가지 않고 있다. 그는“중국음식을 먹고싶어도 참고 차이나타운과 떨어져야 있어야 할 때”라면서 “차이나타운은 너무나 위험한 곳으로 생각된다”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일본계인 에이미 게리는 백인 친구들과 사스에 대한 농담을 곧잘 한다. 그녀는 “누가 재채기를 하면 그 사람을 가르키면서 ‘사스’하고 외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농담도 아시아계 친구들에게 하면 반응이 좋지 않다. 그녀는 “한국인 친구에게 농담했더니 그도 마찬가지로 ‘재미없어’라고 했다”면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는 상황이 딴판이다. 사스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단어일 뿐”이라고 전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