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북-미-중 3자회담은 지난달 하순 중국의 전기침(錢基琛) 전 국무원 부총리가 비밀리에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설득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전기침, 3월말 김정일과 만나 담판**
일본의 마이니치(每日)신문은 16일 "한국정부 소식통이 '중국이 지난 3월 하순에 전기침 전 부총리를 비밀리에 평양에 파견해 핵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간협의에 응하도록 북한 지도부를 설득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전기침 전 부총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도 회담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한국소식통에 따르면,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북한 설득을 중국에 요청했고, 중국이 이것을 받아들여 전기침 전 부총리를 파견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마이니치 신문 보도에 대해 윤영관 외교통상부장관은 "코멘트해 줄 수 없다. 중국정부와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제다"라고 답해 암묵적으로 이를 시인했다고 일본의 지지(時事)통신이 보도했다.
전기침 전 부총리는 외교부장과 국무원 부총리 및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위원을 맡았던 중국의 외교거물로, 지난 2000년 5월29일에서 31일까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을 때 김위원장과 회담을 가진 경험이 있다.
그는 또 지난 2월24일부터 26일까지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때 중국측 대표로 취임식에 참석한 뒤 노대통령 및 우리측 외교관계자들과 만나 북핵문제 해법을 논의하기도 했었다. 전기침은 지난 92년 한-중 수교 당시 외교부장 자격으로 활약을 하기도 했었다.
***미국, 이라크전 이전부터 대화 추진**
이같은 외신보도를 보면 이번 베이징 3자회담은 미국의 그린 그림에 중국이 중재자로 적극 나섬으로써 성사됐음을 미뤄 가늠케 한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16일(현지시간) "미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베이징에서 내주 열리는 북한핵개발 문제를 둘러싼 미-북-중 3자회담은 이미 이라크전 개전이전에 미-영 양국이 큰 틀에 합의를 이뤘기에 가능했다"고 보도했다.
윤영관 외교통상부장관은 이와 관련, 16일 국회에서 "지난 3월28일 미국 방문중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을 만났을 때 북핵과 관련해 북한, 미국, 중국간 3자회담을 제의해와 대화 중시 차원에서 수용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이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 출석해 가진 비공개 회의에서 "당시 파월 국무장관이 '북한이 한국의 대화 참여에 반대한다. 대화가 중요하니 3자회담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의해왔다"고 설명하고 "당시 미 정찰기 충돌사태 등으로 위기상황이어서 대화가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합의해줬다"고 말했다고 한나라당 조웅규 의원이 전했다.
윤 장관은 또 "북한이 반대해서 우리의 참여가 안됐다"면서 "북한이 판을 깨고 해서 북핵문제가 악화되는 위험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고 한나라당 유흥수, 맹형규 의원이 전했다.
***미국, 장기전 예상**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리는 3자회담에는 미국에선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참석하고, 북한에선 김계관 외무성 부상, 중국에서는 왕이 외교부 부부장이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배제된 한국, 일본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나름대로 배려를 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우선 오는 18일 워싱턴에서 한국의 이수혁 외교부 차관보, 일본의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성 부대신 등과 함께 한-미-일 3국 고위급회담을 갖고 베이징 3자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또한 베이징회담에 미국 대표로 참석한 켈리 차관보가 회담후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회담결과를 전해줄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타임스는 16일 이와 관련, "조지 W.부시 대통령이 북한과의 핵협상을 내주 베이징에서 개최하는 것을 승인했다"며 "미국은 매일 회담 진행상황을 한국과 일본에 알려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그러나 이번 베이징 회담을 시작으로 시작된 북한과의 대화에서 즉각적 성과는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16일(현지시간) 미국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숀 마코맥 대변인은 "우리는 진전은 기대하고 있으나 즉석에서 사태가 타결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고 보도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