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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에서도 '미-영 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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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에서도 '미-영 패권'

두나라 인간게놈의 90% 해독, 생명공학 독점 전망

인간 게놈프로젝트에 참여중인 6개국 과학자들이 인간의 게놈지도를 99.99%의 정확도로 완성했다며 해독완료를 14일(현지시간) 공식선언했다.

인간 게놈은 인간 생명활동의 설계도로, 이번 해독결과 인간을 구성하는 화학물질(염기)의 숫자는 약 30억7천만개, 인간의 유전자의 추정숫자는 약 3만2천개로 밝혀졌다. 인간 게놈지도는 생명과학연구의 집대성으로, 이것을 토대로 암 등 불치병에 대한 신약개발과 생명의 신비를 규명하는 작업이 급진전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인간 게놈지도는 미국,영국,일본,독일,프랑스,중국 등 6개국 연구진의 공동작업을 통해 완성된 것으로, 앞으로 생명과학 부문에서 이들 국가들이 헤게모니를 쥘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해독작업에서는 미국이 전체의 59%, 영국이 31%, 일본이 6%를 해독했고 나머지 3개국이 4%를 해독한 것으로 알려져, 미-영 양국이 앞으로 생명공학 부문에서도 '독점적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달 착륙에 견줄만한 성과"**

분자 차원에서의 생명현상에 대한 연구는 1953년 4월 제임스 왓슨(75.미국)과 프랜시스 크릭(87.영국)이 DNA의 이중구조 발견을 한쪽짜리 논문으로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인간 게놈에 대한 연구는 1970년대 중반부터 그 필요성이 논의되기 시작하다가 1990년에 발족한 국제기구 휴먼게놈기구(HUGO)를 중심으로 미국등 6개국에서 약 3천명이상의 과학자가 참가하면서 본격화됐다. 지난 2000년 6월에는 인간 게놈지도의 97%까지 완성한 초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인간게놈프로젝트에 참여중인 미국 국립인간게놈연구소(NHGRI)의 로버트 워터스톤 소장은 이날 해독완료를 선언하며 "우리는 30억년의 진화끝에 1개의 세포에서 성년기를 거쳐 무덤까지 가는 과정의 명령집합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계획은 오는 2005년까지 30억달러를 들여 해독을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슈퍼컴퓨터 및 로보트공학의 발달로 예정보다 2년 앞당긴 이날 27억달러의 비용으로 해독을 완료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결과가 "모든 인류에게 있어 중대한 선물"이라며 "다음 단계는 이 새로운 근본지식을 적용하는 것으로 생물학과 의학, 사회내에서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가했던 과학자들은 이제 염기서열은 "기본적으로 완전한 것"이며 컴퓨터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전세계 과학자들에게 자유롭게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NHGRI도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염기서열 해독작업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원자분열이나 달착륙에 견줄만한 가장 야심찬 작업"이라고 환영했다.

이에 대해 프로젝트에 참여중인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중국 등 6개국 정상들도 공동 성명을 발표, 연구진의 개가를 환영했다. 이들 정상들은 성명에서 "유전자 염기서열은 우리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근본적인 기반이 될 것이며, 이로 인해 의학과 건강, 인류의 복지에 있어서 혁명적 진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4천여 불치병 치료 가능**

흔히 '생명공학의 꽃'이라 불리는 인간게놈 프로젝트는 선진 6개국이 공동작업을 벌이면서도 각국이 주도권을 쥐기 위해 물밑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여온 생명과학 분야 최고의 격전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게놈 해독이 가져올 파장은 엄청난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 게놈은 인간의 피부색,키, 얼굴 등 겉모습은 물론 지능이나 정신세계까지 결정짓는 유전자의 청사진, 즉 인간 유전자지도를 일컫는다. 과학자들은 흔히 인간게놈을 건출물에 비유해 설명하는데, 게놈은 완성된 건물이고 유전자는 각각의 벽면이고 염기쌍은 벽돌이라는 것이다.

이번에 해독한 인간게놈의 규모는 엄청난 것이다. 30억7천만개의 염기쌍을 하나의 글자로 쳐서 책을 만든다면 5천권이상의 방대한 분량이 되고, 한 사람이 이를 하루도 빠짐없이 읽는다 해도 평생에 3분의 1밖에 못읽을 양이다.

인간게놈 해독에 따라 앞으로 인류가 얻게될 혜택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암, 당뇨, 알치하이머, 몽고병 등 4천여종의 불치병 치료와 신약 제조가 가능하리라는 게 의약계의 기대어린 전망이다.

***생명공학에서도 미-영 패권**

이러다 보니 생명공학의 패권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경합이 치열했다.

인간게놈 연구의 산파 역할을 한 나라는 미국이다. 정보산업과 함께 생명공학을 21세기 자국의 양대 선도산업으로 설정한 미국정부는 지난 1990년 10월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월터 길버트 박사의 '인간게놈 연구 글로벌화' 주장에 따라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설정한 뒤 가장먼저 연구에 착수했고, 이에 자극받은 다른 나라들도 이에 동참했다.

프로젝트 추진과정에 각국의 경쟁은 치열했다. 미국이 가장 앞서 연구에 착수했음에도 가장 먼저 빼어난 연구성과를 내놓은 곳은 프랑스였다. 프랑스의 인간다형현상연구소는 1992년 10월 인간염색체 가운데 21Q의 구조를 가장 먼저 해독함으로써 선두를 차지했다. 이에 자극받은 미국은 연구에 박차를 가해, 그로부터 3년뒤인 1995년 12월 미국의 화이트헤드 연구소는 인간유전자지도의 75%를 해독가능한 1만5천개의 유전자정보를 밝혀냈다고 발표했다.

이 경쟁과정에 당연히 다국적제약기업들도 뛰어들어 미국의 머크, 영국의 스미스클라인 비첨, 휴먼게놈사인언스(HGS) 등이 치열한 선두경쟁을 벌였다.

이같은 경쟁의 결과는 미국과 영국의 승리로 나타났다. 14일 발표된 해독결과, 미국이 전체의 59%, 영국이 31%, 일본이 6%를 해독했고 나머지 3개국이 4%를 해독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이 전체의 90%를 해독해낸 것이다.

연구진들은 이번 연구결과를 모두에게 공개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돈이 되는 신약개발 등에서는 이번 연구를 주도한 미국과 영국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최근 이라크전에서 공조를 한 미-영 양국이 앞으로 생명공학 부문에서도 '독점적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패권은 군사부문뿐 아니라, 생명공학 부문에도 존재하는 법이다. 우리 정부가 말로만 생명공학 발전 운운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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