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한 따로국밥집에서 배우는 진짜경영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한 따로국밥집에서 배우는 진짜경영

<천주욱의 'CEO 단상'> 베품의 경영, 자율경영

서울 강남의 신사동 사거리에서 도산대로를 타고 한참 가다 영동교 로타리 근처 크로바호텔 바로 못 미쳐 골목이 있는데, 그 골목을 10m 쯤 들어가면 우측에 새벽집이라는 음식점이 하나 있다. 주 메뉴는 따로국밥(선지해장국), 콩나물국밥, 된장찌게와 꽃등심이다.

나는 가끔 이 음식점에 간다. 이 집은 그렇게 깨끗하거나 거창한 실내장식을 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 음식점은 24시간 내내 언제나 손님으로 꽉 차 있다. 새벽에 가도, 점심 때 가도, 저녁에 가도 만원이다. 언젠가 오후 3시쯤 갔었는데 그 때도 만원이었다. 부근에 있는 다른 음식점은 파리를 날리는데 말이다.

우리 집은 이 집에서 좀 가까운 편이다. 오늘 일요일에는 아침운동을 하고 8시쯤 해서 몇 사람과 함께 이 집에 갔었는데 그 때도 1백50~2백평 되는 이 집은 역시 붐비고 있었다.

왜 그럴까?
왜 이렇게 장사가 잘 될까?

그 동안 나는 이 집을 내 나름대로 연구를 해 보았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남 다른 음식점 경영 노하우가 있었다.

***1. 질 위주의 경영**

우선 이 집은 다른 음식점과는 음식의 질이 사뭇 다르다. 다른 곳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음식의 질이 높고 맛이 좋다는 것이다.

따로국밥만 하더라도 소고기 덩어리와 선지, 그리고 무우 등 채소를 손해(?) 볼 정도로 많이 넣고 오랜 시간 끓여서 깊은 맛이 배어 있어 시원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밑반찬도 먹거나 말거나 의미 없이 따라 나오는 밑반찬이 아니라 한결 같이 정식 메뉴 같이 맛이 있다.

이 집의 등심은 값이 좀 비싸지만 고기가 무척 좋을 뿐 아니라, 양도 많고 맛도 일품이라 아침시간에도 등심을
먹는 사람들이 꽤 있을 정도다.

***2. 자율경영**

이 집에는 주인이 보이지 않는다. 아니 이 집 주인 얼굴을 본 사람이 거의 없다. 항상 여자 종업원들만 바쁘게 일하고 있는 것을 볼 뿐이다. 그리고 이 집에는 매니저도 없고, 지배인도 없다.

매니저나 지배인이 없어도 여종업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정말 바쁘게 잘 움직인다. 그렇게 손님이 많아도 불친절한 종업원 하나 없이 항상 친절하며, 내 일 너 일 가리지 않고 모두가 서로 협조하며 열심이다.

1년전 어느 토요일 아침 일찍 이 집에 갔더니 중년 남자가 카운터에 있는 여종업원과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밤 새 영업한 돈을 계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여종업원에게 물어보았더니 그 사람이 주인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 동안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무척 궁금했었기 때문에 그와 인사를 나누었다.

마침 주인남자는 나와 동향이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를 물어 보았는데 그가 이야기한 내용을 일부 경영용어를 써서 설명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처음부터 잘 굴러 가도록 시스템과 조직분위기를 만들어 종업원들에게 전적으로 맡겼음.

하루 3교대를 하는데 전체 종업원은 60여명이며, 대학 나온 사람이 30-40% 정도 됨. 조선족은 한 사람도 없음.
다른 음식점 종업원들은 하루에 12시간 이상 일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우리 가게는 8시간만 일하며 월급은 다른데보다 좀 많음.

매니저나 지배인이 있으면 그 만큼 코스트도 올라갈 뿐 아니라, 매니저나 지배인의 개성에 따라 조직이 흔들리게 됨. 중요한 것은 종업원 각자가 최선을 다 하도록 하는 시스템과 분위기임.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소고기 등 원부재료를 구입하고 있는데, 나는 구매처만 정해놓고 매일 매일 사는 것은 자기들이 하고 있음.

여종업원들의 이직율은 다른 음식점에 비해서 훨씬 낮으며, 여종업원 중 한 사람이 카운터를 보는데 손님이 많을 때는 카운터 맡고 있는 종업원도 자기 스스로 탁자도 치우고 음식도 나르고 함.”

이런 것이 자율경영 아닐까?
이런 자율경영 보다 더 효과적인 경영이 있을까?

챙기는 사람 한 사람 없어도 모든 종업원들이 스스로 열심히 일하는 이런 분위기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CEO의 의무가 아닐까?

***3. 이웃에게 베푸는 경영**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추운 겨울, 사방이 아직도 깜깜한 새벽 4시쯤이면 미화원들이 거리를 청소하기 시작한다. 새벽 6~7시 정도가 되면 미화원들은 허기를 느끼게 된다. 그때쯤 미화원들이 아침식사를 하려고 이 집에 가면 이 집에서는 한사코 돈을 받지 않고 무료로 대접하겠다고 한다. 결국 이 집 여종업원들은 단 돈 1천원만 받게 되거나, 아니면 어떤 날은 여종업원들이 이겨서(?) 돈을 받지 않게 된다.

이 뿐이 아니다. 새벽이 되면 가끔 노숙자들이 경찰차에 실려 파출소로 오게 된다. 그 때도 이 집에서는 그런 노숙자들에게 아침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 집은 이렇게 소리 없이 조용히 표 내지 않으면서 어려운 이웃이나 우리 사회를 위해서 묵묵히 자기 직분에 충실한 분들에게 따뜻한 식사로서 베풀고 있는 것이다.

자기 동네, 자기 집 , 자기 회사 바로 옆에 불우한 이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를 타고 가서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하면서 불우이웃성금을 내는 부산을 떠는 것 보다 이 얼마나 진정한 베품의 경영이며, 나눔의 경영인가?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들 중 이 집 정도로라도 질 위주의 경영, 진정한 자율경영 및 베품의 경영을 하는 기업이 얼마나 될까?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