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수도 바그다드가 9일(현지시간) 함락되면서 1979년이래 24년간 계속돼온 사담 후세인 체제가 사실상 붕괴했다. 이라크전 발발 21일만의 일이다.
미육군 제3보병사단, 미해병대 제1원정군은 이라크 현지시간으로 9일 아침부터 바그다드 완전제압 작전에 돌입해 티그리스강 동쪽에 있는 중심부 타하리르 광장을 탱크 등 수십대 차량으로 점거한 뒤 확성기를 이용해 아랍어로 주민들에게 더이상 저항하지 말라고 말했다.
또 해병대는 빈민들이 모여사는 사담시티를 주민들의 환호속에 제압한 뒤 이미 대통령궁 등을 점거하고 있던 미육군 제3보병사단과 합류해 티그리스강 서쪽지구도 완전점거했다. 이 과정에 산발적 전투가 있었으나, 이라크측의 조직적 저항은 거의 없었다.
바그다드 중심부 팔레스타인호텔앞 광장에는 이날 오후 수백여 시민이 모여 정권의 상징인 거대한 후세인대통령의 청동상을 미군과 함께 쓰러트린 뒤 햄머 등으로 파괴했다. 미군은 이에 앞서 동상의 머리부분에 성조기를 씌우기도 했다.
제3보병사단의 브라운트 사단장은 9일 "수도 심장부를 장악했다"고 밝혔고, 미 중부군사령부의 브룩스 준장도 "이미 후세인정권은 바그다드를 지배하고 있지 않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바그다드는 이라크 전체인구의 4분의 1이 모여사는 정치,경제 중심지로, 미군의 수도 점령으로 후세인 정권의 명맥은 끊겼다.
미-영군은 후세인 대통령의 고향이자 이라크 제2의 수도로 아직 이라크군의 저항이 계속되고 있는 티크리트에서 앞으로 최후의 저항이 있을 것으로 판단, 이날도 이곳에 대한 공습을 계속했다.
미국과 영국 수뇌부는 이날 정식으로 '승리 선언'을 하지 않았으나, 조지 W. 부시 미대통령 대변인은 부시가 바그다드 함락소식을 듣고 "역사적 순간"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으며 딕 체니 부통령도 이날 강연에서 "이라크 중앙정권의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말해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체니는 그러나 아직 북부 유전지대의 키르크쿠와 모슬 두 도시와 바그다드 북부의 티크리트에서 저항이 계속되고 있어 완전승리까지는 아직 많은 일이 남아있다며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다.
한편 이라크의 드우리 유엔대사는 이날 "게임은 끝났다"며 사실상 패전을 시인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한 뒤 "우리의 바람은 평화다. 평화가 이라크에 도래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바그다드 함락후 이라크 지도부의 행방에 대해 "나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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