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후 통치는 미국이 할 테니, 유엔은 인도지원비나 내라."
이라크 전후 처리에 대한 미국의 속내가 극명히 드러났다.
***"통치는 우리가 할 테니, 유엔은 돈이나 냈으면..."**
콘돌리사 라이스 미 대통령 안보보좌관은 7일(현지시간) 모스크바를 방문해 가진 블라디미르 푸친 러시아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이같은 미국 입장을 밝혔다.
라이스 보좌관은 이날 회담에서 "수일내에 바그다드를 제압할 것"이라고 밝힌 뒤, 이라크 전후의 통치체제와 복구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이 준비중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대해 러시아가 지지해줄 것을 요청했다.
라이스는 미국이 준비중인 결의안에 대해 "인도지원 등은 유엔의 관할아래 두고, 이라크의 전후 통치체제는 미국 주도로 진행한다는 기본방침을 양보할 수 없다"며 전후 통치체제도 유엔 관할아래 두자고 주장해온 러시아에 대해 양보를 요구했다.
라이스는 만약 러시아가 양보를 할 경우에는 "파괴된 유정 등 이라크 석유관련시설의 복구사업을 유엔 관할아래 둔다는 양보안을 결의안에 담을 용의가 있다"고 제안했다.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도 7일 CNN TV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전후복구와 관련, "유엔에게 부과된 역할은 있다"면서도 "중요한 일은 모두 미국과 영국이 맡아야 할 것"이라고 말해 전후 통치체제 문제는 결코 양보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재주나 부리는 곰' 신세 될지도**
이같은 미국 고위층의 잇따른 발언은 미국이 전후 이라크 재건 사업의 주도권을 추호도 양보할 생각이 없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아울러 미국은 파괴된 유정 등 극소수 복구물량만 다른 나라들에게 양보하는 형식을 빌어, 그 대신 유엔국가들로 하여금 전후 이라크 복구비용을 분담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낳고 있다. 미-영군은 이번 이라크전에서 이라크군이 퇴각하면서 불을 지른 유정은 7개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
91년 1차 걸프전때 미국은 5백억달러의 전쟁비용을 유엔 회원국들에게 분담시킨 바 있다. 당시 우리나라는 내심 쿠웨이트 전후 복구사업 참여를 희망하며 전체 전비의 1%에 해당하는 5억달러를 분담했었으나, 쿠웨이트 전후 복구사업에서는 거의 소외됐었다.
과연 이번 전쟁이 끝난 뒤에도 미국이 유엔 회원국들에게 같은 방식의 전비 부담을 요구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번 전쟁은 유엔의 결의없이 미국이 일방적으로 치룬 침략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유엔에게 '인도지원'을 요구하는 유엔 결의안을 추진하는 대목은 최소한 1천억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라크 복구비용의 상당 부분을 유엔 회원국에게 떠넘기려는 게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낳고 있다.
과연 미국의 의도대로 유엔이 '재주나 부리는 곰' 신세로 전락할지는 미지수다. 이번 전쟁에 대한 회원국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엔 사무국이 이미 이라크 난민지원을 명분으로 20억달러 규모의 부담을 회원국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과연 '곰'이 안된다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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