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8일(현지시간) 서방과 지난 2015년 타결한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의무이행을 일부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란 외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최고국가안보회의의 결정에 따라 이란은 핵합의에서 이란이 약속한 의무 중 일부를 이행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발표했다.
외무부는 자국에 주재하는 핵합의 서명국(영·프·독·중·러)의 대사에게 이런 핵합의 이행 축소와 관련된 법적, 기술적 내용을 담은 상세한 서한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핵합의 탈퇴 1주년을 맞은 이날 이란도 핵합의 의무이행을 줄이겠다고 선언하면서 핵위기 재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행 핵합의가 이란의 핵무기 제조를 막기엔 부족하다면서 1년 전 이날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이란은 2015년 7월 서방과 역사적인 핵합의를 타결하면서 우라늄 농축 시설 축소, 우라늄 농축 농도·총량 제한,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중수로 설계변경,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등 핵프로그램을 제한하는 조건에 합의했다.
이와 관련,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영방송을 통한 대국민 연설에서 "오늘이 핵합의의 종말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란은 (핵합의에서 정한 범위를 넘는) 농축 우라늄의 초과분과 중수를 외부로 반출하지 않고 저장하겠다"라고 밝혔다.
2015년 체결된 핵 합의상에는 이란은 2030년까지 3.67%까지의 저농도로만 우라늄을 시험용으로 농축할 수 있으며, 보유량도 최대 300㎏이 상한이다. 3.67%는 경수로의 연료로 쓸 수 있는 우라늄의 농도다.
또 플루토늄 생산이 쉬운 중수로의 감속재, 냉각제로 쓰이는 중수의 생산 한도량은 130t이다.
그간 이란은 핵합의에 따라 이 한도를 벗어난 농축 우라늄과 중수를 러시아, 오만에 반출했고 이를 IAEA가 확인했다.
미국은 이달 3일 이란이 농축 우라늄과 중수 초과분을 외국으로 내보내는 일을 지원하는 행위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따라서 핵합의에 어긋나는 이란의 이런 조처는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될 상대국(러시아, 오만)을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기도 하다.
로하니 대통령은 "유럽은 이란에 한 경제적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라며 "유럽이 60일 안에 이란과 협상해 핵합의에서 약속한 금융과 원유 수출을 정상화하지 않으면 우라늄을 더 높은 농도로 농축하겠다"라고 압박했다.
이란은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하자 농도 20%로 우라늄을 농축하겠다고 경고하곤 했다.
로하니 대통령이 정한 60일은 핵합의(26조, 36조)에서 정한 이의 제기 절차에 걸리는 기간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핵합의에 따르면 어느 한쪽이 핵합의를 심각히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최장 35일간 서명국 장관급이 모이는 공동위원회, 자문위원회에 이의를 전달해 토론하고, 여기에서 풀리지 않으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넘겨진다.
유엔 안보리에서 30일간 논의한 뒤 결론이 나지 않으면 핵합의는 자동 폐기된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는 8일 유럽과 협상이 결국 결렬되면 아라크 중수로의 현대화도 중단하겠다고 결정했다.
아라크 중수로는 핵합의에 따라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양의 플루토늄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연구·의학용으로 설계를 변경해 개조중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