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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SK를 노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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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SK를 노리는가

헤지펀드 공격에 SK그룹 경영권 위기 가시화

SK(주) 주가가 7일과 8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거래소 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매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에는 떨어지기는 했으나 전제지수 하락폭에 비교하면 소폭이다. 이같은 SK주식의 약진은 외국인 탓이다. 지난달 20일부터 3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순매수를 기록했고 외국인 지분율도 25%대에서 37%로 급증했다.

이같은 수치만 보면 마치 SK(주)의 미래가 밝은듯 외국인들이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속내는 그렇지 않다. SK(주)만 장악하면 SK주)뿐만 아니라 SK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는 취약한 지배구조를 노린 공격이 진행중인 것이다. 때문에 지금 증권시장에서는 SK그룹에 대한 적대적 M&A(기업 인수합병) 가능성이 단연 최대관심사가 되고 있다.

***헤지펀드의 공격 받고 있는 SK**

전문가들에 따르면 적대적 M&A를 하려고 해도 제도적 절차상 실현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소한 경영권을 협박해 비싼 값에 되사게 하는 '그린메일' 수법은 언제라도 통할 수 있다. SK그룹이 왜 이런 신세가 되었을까.

원인은 몇 %의 지분만으로 오너가 수십조원대 그룹을 좌지우지하는 취약한 지배구조 탓이다. 이같은 재벌의 취약성을 국내 3위 재벌 SK그룹이 지금 드러낸 것이다.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 구속, SK글로벌 분식회계 등 온갖 악재가 터지면서 SK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SK㈜의 주가가 폭락하자 하루아침에 최대주주가 외국계 투자회사로 바뀌었다. SK그룹이 가장 우려했던 적대적 인수.합병(M&A)의 가능성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영국계 헤지펀드인 크레스트 시큐리티즈는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2일까지 총 여섯 차례에 걸쳐 SK㈜ 주식 1천96만8천7백30주를 장내 매수해 8.64%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이에 따라 크레스트 시큐리티즈는 기존 최대주주였던 SK C&C(8.49%)를 제치고 SK㈜의 최대주주로 떠올랐다.

크레스트 시큐리티즈는 SK글로벌 사태 이전에는 SK㈜의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대량 매수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SK㈜에 대한 적대적 M&A 의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만하다. 일단 크레스트 시큐리티즈는 공시를 통해 이번 지분 매입의 목적을 '수익 창출'이라고 밝히고 있다.

SK측에 따르면 크레스트는 모나코 국적의 헤지펀드인 소브린(Sovereign) 펀드가 영국령 서인도제도 버진 아일랜드에 적을 둔 페이퍼컴퍼니로, 과거 SK측은 소브린 펀드에게 SK주식에 투자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투기자본의 실제 자금주가 SK그룹, 그중에서도 특히 SK텔레콤을 삼키려는 국내 모기업이 아니냐는 관측성 소문도 나돌아 SK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SK 초비상**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소장 김주영 변호사)는 8일 "SK(주)10명의 이사 중 과반수에 해당하는 6명의 이사가 새롭게 선임될 2004년 주총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지만 SK가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서지 않는다면 적대적 M&A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경고했다.

또한 시장 일각에서는 크레스트측이 적대적 M&A를 시도하지 않더라도 투자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경영 과정에 개입해 간섭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정상적인 그룹경영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투자 수익을 위해 매집한 주식을 높은 가격에 사달라고 위협하는 '그린메일' 가능성은 물론, SK 글로벌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대주주로서의 발언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에서도 그린메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린메일이란 특정 기업의 일정 지분을 장내에서 사들인 뒤 경영권을 쥔 대주주를 협박, 장외에서 비싼 값에 주식을 되파는 수법으로 경우에 따라 경영권을 빼앗길 가능성도 있는 M&A 기법중의 하나다.

실제로 SK그룹은 지난 99년 주력계열사인 SK텔레콤의 해외 최대주주인 타이거펀드가 경영권에 심하게 간섭하자, 펀드가 보유한 SK텔레콤 주식을 SK글로벌 등 계열사들이 1조원 어치 가량 매입하면서 경영권 갈등을 풀었던 사례가 있어 이런 사태가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SK글로벌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는 적대적 M&A 유혹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SK C&C 지분 49%를 포함해 개인자산을 채권은행단에 담보로 제공한 상태이므로 SK에 대한 총수의 지배력을 담보하는 SK 그룹의 지분이 더욱 낮아질 가능성도 있으며, 크레스트가 다른 외국계 펀드와 연합하는 경우도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벌이 지배구조 개선 서둘러야 하는 또하나의 이유**

이에 대해 SK는 우호지분 확보와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지분을 추가로 확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방어수단이 마땅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SK㈜에 대한 계열사와 오너 일가의 지분은 13.26%로, 자사주 10.24%까지 합쳐 우호지분이 모두 23.5%에 이른다. 이중 자사주 지분은 의결권이 없다는 점에서 방어지분은 13%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판단이다. 반면 SK글로벌 사태 이후 SK㈜ 주식을 집중 매도했던 외국인들이 최근 매수세로 돌아서면서 현재 SK㈜의 외국인 지분율은 37%에 달하고 있다.

또한 SK C&C, SK케미칼, SK건설, 최태원 회장 등 현재 SK 주요 주주 중 주식을 추가로 확보할 만한 여력이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 SK측도 SK글로벌의 주유소 관련 부동산 인수를 추진하는 등 SK글로벌 지원에도 힘겨워 자사주를 추가 매입할 수 있는 여유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상대방이 국제금융시장에서 거대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헤지펀드라는 점에서 SK가 직면한 어려움은 큰 것으로 주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SK사태를 비상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벌기업들이 하루바삐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야 하는 또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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