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가 금융불안의 폭풍핵으로 급부상하면서 정부와 관련기업들이 연일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3일 정부는 카드권 부실을 은행권이 떠맡는 쪽으로 긴급대책을 발표했다. 카드사들이 발행한 채권을 은행들이 대신 매입해주고, 카드사들의 자기자본을 확충해주기 위해 모기업들이 증자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돌려막기에 불과한 미봉책’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카드사를 살리려다가는 투신권과 은행권을 차례로 부실화시키고 증시에도 큰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크다는 경고다.
미국의 다우존스 뉴스도 3일(현지시간) “일각에서는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카드채의 총액을 30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소비지출이 한국경제의 붐을 일으키면서 작년말 카드사들이 발행한 채권, CP(기업어음) 및 자산담보부채권의 총액은 78조4천억원에 달한다”고 우려섞인 보도를 했다. DJ정부 말기에 경기부양책 차원에서 크게 확장시킨 카드 사용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경고다.
동원증권에 따르면 투신사들은 뮤추얼펀드 포트폴리오에 25조4천억원과 MMF에 12조원의 카드채를 보유하고 있다. 은행들은 카드사나 투신사들과 달리 충분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들도 카드사와 SK 글로벌의 부채에 노출돼 20~50%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할 형편이다.
은행들은 올해 대손충당금 적립 증가로 수익이 급격히 줄어들 전망인데, SK글로벌의 국내부채는 현재 6조7천억원으로 그중 약 78.2%인 5조2천3백억원을 국내은행이 안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핵심대책 중 하나는 6월 이전 만기인 투신권 보유 카드채 10조4천억원의 절반인 5조여원을 은행권이 사들인다는 것이다. 문제는 은행이 투신사 보유 카드채를 제값에 사겠느냐는 것이다.
SK글로벌 사건 이전에 이들 카드채들은 국채보다 0.3%(30bp)포인트 정도만 높게 거래되었으나 현재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돼 국채보다 2%(200bp)포인트 이상 높게 거래되고 있다. 때문에 만약 은행권이 MMF(머니마켓펀드)에 편입된 카드채를 시장가나 그 이하로 사려고 한다면 투신권이 고스란히 손해를 봐야 할 형국이어서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것.
은행이 카드채를 싼값으로 살 경우 결국 투신권의 펀드손실로 이어져 일반고객들이 손실을 보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 MMF를 환매하지 않고 갖고 있던 사람까지도 투신펀드의 추가손실을 우려해 다시 환매에 나서 제2의 투매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카드사의 유동성 개선을 위해 7개 카드사의 대주주들이 모두 4조6천억원을 증자하도록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카드채 사태의 1차적 책임당사자인 카드사와 대주주에게 일정부분 책임을 물은 것이지만 대주주들의 자금압박으로 이어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업종이자 카드사 대주주들인 삼성전자, 현대차, 국민은행 등이 증자로 인해 자금부담을 느낄 경우 최근 이들 종목에 집중된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지속, 결국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카드사중에는 작년에 순손실을 기록하고 연체율이 10% 이상으로 늘어난 회사들이 많아 몇몇 카드사들은 감자 내지 파산 절차를 밞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바클레이즈 캐피탈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 금융당국은 SK 사태의 즉각적인 충격을 성공적으로 완화해왔으나 장기적인 리스크는 남아있다“면서 ”신뢰상실로 인해 신용카드사들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차환발행도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빚으로 떠받쳐온 경제는 SK글로벌 사태처럼 한쪽에서 무너지면 하루아침에 전체 경제가 망가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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