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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특집] '기피하는 날'로 전락한 어버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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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특집] '기피하는 날'로 전락한 어버이날

달라진 부양의식…'개인이 아닌 국가와 함께 고민해야'

▲어버이날을 맞아 판매하고 있는 카네이션 ⓒ프레시안(이숙종 기자)


충남 천안시의 한 대학을 졸업한 A씨(29)는 올해 어버이날 부모님댁에 가는 것을 포기했다. 아직 취업을 못한 상태라 부모님을 뵐 낯이 없기도 하지만 '나이먹으면 자식들과 함께 살겠다'며 넌지시 노후를 의지하려는 부모님이 취업준비생으로서는 큰 부담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충남 아산시 모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는 B씨(35)도 이번 어버이날에는 부모님을 뵈러 가지 않기로 했다. 어버이날이 평일이라 근무 핑계를 댔지만 속사정은 따로 있다. '결혼은 언제 할거냐'는 부모님의 성화가 듣기 싫어서다.

B씨는 "현재 결혼 할 생각이 전혀 없는데 부모님은 막무가내로 '더 늦기전에 결혼 해라'는 말만 되풀이 해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고 하소연했다.

5월8일은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의 은혜를 되새기는 '어버이날'이지만 취업 준비생과 미혼의 자식들에게는 '피하고 싶은 날'로 전락한지 오래다.

어버이날 기피현상 배경에는 우리나라 전통으로 이어져오던 '부모를 모신다'는 개념이 점차 사라지는 등 달라진 부양의식을 꼽는다. 또 당장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한 구직난과 취업 후에도 결혼과 출산·육아에 들어가는 비용이 부담되는 사회구조도 한 몫을 한다. 개인 삶이 팍팍해지다보니 부모 부양은 자연스레 후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같은 현상은 사회지표를 통해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거주형태에 노인독거가구는 23.6%로 2008년보다 3.9%p 늘어난 반면 자녀동거가구는 23.7%로 3.9%p 감소했다.

부모 부양에 대해서도 '가족이 해야 한다'는 응답이 26.7%로 2008년에 비해 14%p 낮아졌으며 '가족과 더불어 정부‧사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응답은 48.3%로 높았다.

또 2017년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노인의 비율이 51%로 이는 2008년에 비해 무려 20.3%p가 늘어 '유병장수시대' 로 변화되면서 노부모가 돌봄을 필요로 할 경우 '요양시설을 이용하겠다'는 응답은 49.2%로 높게 나타났다.

부모를 요양시설에 보내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던 과거의 인식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자식들에게 의존하는 부모가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사회지표에 따르면 '부모의 생활비를 누가 제공하는가'에 대해 질문에 2014년 기준 응답자 50.2%가 '부모 스스로 해결한다'고 답했고 2016년에는 그 수치가 56.6%로 2.4%p 올라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천안 지역의 한 사회복지사는 "사회가 변화하면서 부모 부양의 인식도 바뀌어가고 있다. 이는 가족의 해체나 공동체의 위기라기 보다는 자연스런 시대 흐름"이라며 "노령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부양을 개인이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도 나서 튼튼한 복지구조를 구축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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