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의 알렉산더 다우너 외무장관이 3월31일(현지시간) 이라크전이 끝난 뒤 오스트레일리아 기업들이 전후복구 사업에 참여해 일거리를 얻을 수 있도록 약속받기 위해 3박4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현재 이라크전에 미국과 영국 다음으로 많은 2천명의 전투병력을 파병해 전투에 참여하고 있는 상태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다우너 외무장관은 1일과 2일 체니 미 부통령과 럼즈펠드 국방장관, 라이시 국가안전보장담당 보좌관, 올브라이트 국방 부장관 등과 연쇄회동을 갖고 전후의 이라크 재건을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어 3일에는 유엔의 코피 아난 사무총장과 세계은행의 올펜손 총재, 국제통화기금(IMF)의 켈러 사무전무 등과도 만나 이라크 재건을 위한 금융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할 예정이다.
이같은 다우너 외무장관의 갑작스런 미국 방문은 최근 미국이 이라크전 종전후 전후복구사업을 독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미국은 이라크 전후복구사업을 유엔이 주도해야 한다는 프랑스 등의 제안을 일축하며 군정을 실시해 미국이 주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또한 이라크 남부 점령 항구도시의 전후복구 사업을 미국업체들에게 독식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여, 함께 전쟁을 수행중인 영국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미국 독식 분위기가 목격되자,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이러다가 군대만 보내고 아무런 일거리도 따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고 이에 다우너 외무장관이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전후복구 사업에 오스트레일리아도 참여토록 해달라는 확답을 받으려는 게 아니냐는 게 현지의 분석이다.
실제로 오스트레일리아 국영방송 ABC 보도에 따르면, 다우너 장관은 방미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후 이라크 시장에서 오스트레일리아 기업들이 배제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또 "후세인 정권 제거후 이라크에서의 미군통치는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다우너 장관의 방미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오스트레일리아보다 몇배나 많은 군대를 보낸 영국조차 전후복구 사업에서는 배제되는 분위기가 역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곤경에 처한 이라크전 전황을 협의하기 위해 지난주 부시 대통령이 블레어 영국총리와 함께 오스트레일리아 총리를 초청했을 때 이를 거부한 데 대한 미국의 시선이 곱지 못한 점도 오스트레일리아 기업들의 전후복구 사업 참여를 낙관치 못하게 하는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쪽에서는 무고한 시민들이 죽어가는 와중에 벌써부터 참전국들 사이에서는 추악한 떡고물 싸움이 시작된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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