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로슈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31일(현지시간) 북핵위기 해결방안 논의를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 라종일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난 자리에서 북-미간 직접 대화를 위해 한국이 미국에 대해 ‘냉철한 영향력’(sober influence)을 행사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러시아의 입장 표명은 노무현 대통령이 5월 방미때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에게 적극적 대북대화를 압박하라는 주문으로 해석돼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1일 러시아의 인타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로슈코프 차관은 “한국은 러시아에게 북한을 자제시키라고 요청하지만 우리는 한국이 미국에 대해 냉철한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로슈코프 차관은 라 보좌관과의 회담을 마친 후 인타르팍스 통신과 만나“러시아는 한반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여러가지 방안을 추진할 수 있지만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북-미간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특사가 러시아를 방문한 것은 한국의 지도부가 한반도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면서 “불행하게도 위기는 지속되고 한반도의 전망은 불투명해 러시아도 이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해결에 진전이 없는 것은 북-미간 직접대화가 결여된 결과”라고 말했다.
로슈코프 차관은 “협상은 다자간 형식이 되어야 한다”는 미 행정부의 주장에 대해 “다자간 협상도 하나의 방안이기는 하지만 쌍방간 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해 '선(先)북미대화, 후(後)다자간협상' 방식을 제기했다.
그는 “원칙적으로 어떠한 방식도 거부하지는 않지만 궁극적으로 미국, 북한, 나아가 한국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받아들여지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라 보좌관은 31일 이고르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 로슈코프 외무차관 등을 잇따라 만난 자리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만성적 에너지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폐기할 경우 러시아로부터 북한에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방안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