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의 선두에서 거침없는 말을 쏟아내는 정운찬 총리와 권태신 총리실장에 대해 정치권은 물론 언론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조선>, <한겨레>, <서울> 등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의 언론이 모두 뜻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
<조선일보>는 5일 자 사설을 통해 정 총리의 "(세종시로) 행정부처가 오면 나라가 거덜날지도 모른다"는 발언, 권 실장의 "세종시 원안은 사회주의적 이념을 적용한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 발언 등을 문제삼았다.
이 신문은 "공직자라면 '해야 할 말'과 '해선 안 될 말'을 가릴 줄 알아야 한다. 그걸 분별하지 못한다면 처음부터 공직에 나설 생각을 말아야 한다"며 "공직자가 '해야 할 말'을 안 하거나 못하면 나라가 제대로 설 수 없고, '해선 안 될 말'을 서슴없이 해대면 나라와 국민이 갈가리 찢겨 나가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 신문은 "정치권에선 여당 내 친박계와 야당의 반대로 관련 법 통과가 안 돼 결국 세종시는 원안대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전망한 뒤 "총리와 주변 사람들 말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조만간 '거덜나고, 쪽박을 차며, 나라를 망하게 할 수도 있는 사회주의적 도시'를 제 손으로 만들어 국가적 재앙을 스스로 불러오는 것이 된다"며 지적했다.
<한겨레>도 같은 날 사설을 통해 "그가 강조하려는 메시지는 세종시 원안은 효율성을 도외시하는 사회주의 사상에 기반한 도시이며, 이를 찬성하는 사람은 사회주의 신봉자들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라며 "색깔론을 어디 써먹을 데가 없어서 이제는 죄 없는 도시에까지 빨간 색칠을 하려는지 참으로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권 실장을 직격했다.
이 신문은 "정부가 처한 상황이 수정안을 강행할 수도, 그렇다고 후퇴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처지임을 모르는 바 아니"라고 비꼬면서 "그렇다고 해서 막말을 하거나 현실을 제멋대로 왜곡해서는 곤란하다. 그럴수록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뿐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사설을 통해 친이, 친박, 여야를 싸잡아 비판했지만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은 사회주의 도시 운운하다가 색깔론 시비를 야기시켰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 총리와 권 실장은 아랑곳없는 모습이다. 권 실장은 '사회주의 도시 운운'이라는 발언이 국회에서 집중포화를 맞은 지난 4일에도 한 포럼 특강에 나서 "잘못된 정책은 헌법이라도 국민 합의로 고쳐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진정한 지도자는 국민을 어렵게 하는 것을 신뢰라고 강변하지 않고 진솔한 반성과 사과로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 용기"라고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또 "균형 발전 때문에 해수부를 부산으로 가라고 했더니 당시 노무현 장관이 범부처적으로 반대 운동을 했다"면서 "나중에 인천에 가서도 해수부를 부산에 안 넘긴 건 본인 덕이라고 말했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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