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의 합의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21대 선거제도 개혁의 마차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이라는 큰 산을 넘어 또 다른 출발점 앞에 섰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이룬 성과이지만, 앞으로 남은 과정에서 한국당을 계속 배제하기는 쉽지 않다.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선거제도 개혁 패스트트랙 이후 전망과 과제' 토론회에서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앞으로 전개될 패스트트랙 국면에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시나리오 1. 한국당이 태도를 바꿔 선거제도 개혁 협상에 들어올 경우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보여줬던 태도에서 벗어나 전향적으로 선거제도 개혁 협상에 임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선거제도는 게임의 룰이기 때문에 한국당 입장에서도 선거제도 협상에 끝까지 참여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결국 한국당을 포함한 5당이 합의된 선거제도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승수 대표는 한국당이 선거제도 협상에 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경계했다. 먼저, 한국당이 당론으로 주장하고 있는 △비례대표 제도 폐지 △국회의원 전원 지역구 선출 △의석수 270석 축소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전제조건은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린 '준연동형제'보다 후퇴된 안으로 협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 대표는 "한국당이 협상에 들어온다고 해서 원점 협상은 안 된다. 그렇게되면 애써서 패스트트랙까지 온 이유가 없다"며 "현재 패스트트랙을 태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시민사회나 학계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그보다 비례성이 더 후퇴되는 방안으로 협상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단속했다.
오히려 하 대표는 한국당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된다면 민주당과 한국당이 '국회의원 의석수 증원'에 대해 현실적으로 고민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 대표는 "한국당 의원들 중에서도 자기 지역구가 인근 지역구가 통합되거나 조정되어야 하는 의원들이 상당수 있으므로 한국당까지 포함해서 협상의 공간이 열린다면, 우선 조정할 부분은 총의석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총의석수로 10% 정도의 의석을 늘려 330석 정도로 하면 지역구 선거구 조정의 폭은 대폭 줄어들 수 있어서, 지역구를 247~248석, 비례대표를 82~83석 정도로 할 수 있다"며 "하지만 국민들의 동의를 얻으려면 국회의원 특권폐지법안을 공직선거법과 동시에 통과시키는 형태로 국회 개혁의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나리오 2. 한국당의 협상 거부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선거제도 개혁에 강경하게 반대하는 한국당이 끝내 협상을 거부하거나 협상을 진행하더라도 한국당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는 패스트트랙 절차에 따라 본회의 표결로 가게된다.
국회법 85조에 명시된 패스트트랙의 처리 절차에 따르면 최장 330일이 걸린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해당 상임위원회 심사 기한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기한 90일 △본회의 상정 시한 60일 안에 표결을 완료해야 한다.
하 대표는 원안 그대로 표결이 진행될 경우 '과반수 찬성'이 숙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패스트트랙에 합의한 여야 4당의 의석수만으로도 과반을 훌쩍 넘지만 지역구가 통합되거나 조정되는 의원들의 반발이 문제라는 것.
하 대표는 "개별 국회의원들 특히 지역구가 통합, 조정되는 국회의원들의 불만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각 정당 지도부들의 강력한 의지, 예를들어 선거제도 개혁에 반대표결을 하는 국회의원들의 공천 배제가 필요하고 시민사회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하 대표는 또 패스트트랙에 합의한 여야 4당이 추가 협상으로 수정안이 본회의 표결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했다.
하 대표는 "수정안으로 추가협상이 진행될 경우 쟁점은 두 가지"라며 "현재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준연동형제보다 비례성(표의 등가성)을 강화하는 '온전한 형태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문제와 의석수 확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 대표는 "표심을 공정하게 반영하는 온전한 형태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개혁하기 위해 의석수 확대가 필요하다고 해야 설득력이 있지만 국회의원 특권폐지도 동시에 병행돼야 한다"며 "지역구 축소의 어려움 때문에 의석수를 늘리게 된다면 국민적 동의를 받기 위해서라도 비례성을 더 강화하는 내용으로 수정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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