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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시대의 신제국주의

임종태의 '부시 일가의 영원한 제국' <4>

제4부: 정보화 시대의 신제국주의, 빅브라더의 출현

9.11 테러는 이런 관점에서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9.11 테러를 계기로 아프간을 침공해 중앙아시아의 에너지를 확보하는데 성공한 부시는 9.11 1주년을 기념해 후세인 제거를 핑계로 이라크 침공에 들어감으로써 중동 지역의 원유 확보를 눈앞에 두고 있다. 또한 9.11 2주년이 되면, 김정일 제거를 공언하며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위협을 근거로 동북아에 본격적인 MD 체제 구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미 대선이 있는 2004년 여름, 북한의 내부 쿠데타를 통해 김정일을 제거하고, 3,000억 달러에 달하는 IMF의 북한 경제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2004년 대선에서의 재선을 바라고 있다.

이번 이라크 침공 과정을 통해 명백히 드러났듯이, 9.11 테러를 계기로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기묘한 수사학을 정당화시킴으로써 미국이 유엔을 벗어나 초월적 지위를 확립했다는 것은 바야흐로 세계 통제의 수단으로 유엔을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초월적 국가로서의 대외 입지를 구축한 미국에게 필요한 것은 미국내 권력 구조와 행정 구조를 초월적 국가에 적합한 시스템으로 개편하는 작업이었다. 9.11 테러 이후 변화된 미국의 이민 정책과 비자 발급, 그리고 새롭게 신설된 국토안보부는 바로 이같은 관점에서 조명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9.11 테러 이후 미국을 오가는 외국인들이 경험한 가장 뚜렷한 변화는 까다로워진 공항에서의 입국 심사와 이민 정책의 강화일 것이다. 9.11 테러 이후, 부시는 테러용의자의 입국을 원천 봉쇄한다는 근거를 내세워 미국의 출입국 통제 시스템을 강력하게 규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나 테러범들의 입국을 적발하지 못해 비난받았던 이민귀화국(INS)에 대해 미 하원은 지난해 4월 25일, INS를 해체하고 국경 통제와 이민 서비스를 각각 관장하게 될 2개의 신설 기관으로 업무를 이관하는 내용의 법안을 405:9로 가결했다.

하지만 이 법안이 시행되기까지 미 행정부는 모든 외국인의 합법적 신분 여부를 INS에 조회하도록 하였고, 사회보장(Social Security) 번호 발급 규정도 대폭 강화하였다. 이같은 변화는 비자 발급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비자 신청자에 대한 인터뷰의 의무화와 함께, 6개월 체류가 가능했던 관광 비자의 체류 기간마저 1개월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뒤따르고 있다. 요즘 미국내 상당수 이민자들이 영주권을 포기하고 시민권을 신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9.11 테러 이후 급격하게 달라진 미국의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게다가 9.11 테러에 따른 외국인에 대한 검색 강화는 엉뚱하게도 미국내 지위가 불안정한 불법 체류자들에게로 그 불똥이 튀고 있다. 9.11 테러를 계기로 형성된 미국내 아랍인에 대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경계심이 점차 그 영역을 확대하면서 미국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불법체류자들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9.11 테러 이후 FBI와 이민귀화국은 미국내 암약중인 테러리스트를 색출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왔다. 연합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전에 미국에서 불법 체류자로 적발되어 추방당한 한국인은 523명으로, 이같은 숫자는 예년의 2배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한다.

***국토안보부의 창설과 정보조직의 비대화**

미국의 이민 정책과 비자 발급의 변화가 미국을 오가는 외국인에 대한 검색 강화 조치라고 한다면, 국토안보부의 신설은 미국내 거주하는 내국인에 대한 감시 시스템의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부시는 9.11 테러 이후, 테러 정보 입수와 테러범 소재 추적, 입수 정보에 대한 대처 능력 등에 문제가 있었다며, 향후 발생할지 모를 테러 대비 명분을 앞세워 행정부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부시 행정부는 국토안보부를 신설하기로 하는 한편, FBI와 CIA의 대테러 업무를 대폭 강화하고, 테러범의 입국을 차단하기 위해 이민귀화국의 조직을 재편했다.

이 개편안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9개 부처 1백여개 기관으로 분산돼 있는 테러방지 관련 업무를 새롭게 신설될 국토안보부에서 일괄 처리하도록 규정한 점이다. 국토안보부는 해안경비대, 세관, 이민귀화국, 국경순찰대, 연방비상관리청(FEMA) 및 교통보안청 등을 통합해 국경 및 입국자 관리를 총괄 지휘하도록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FBI나 CIA, NSA 등 정보 기관들로부터 테러 관련 정보를 제공받는 등, 국토안보부는 연간 3백80억 달러의 예산에 22개 부처의 18만명의 직원을 거느린 미국 최고의 권력 기구로 탄생한 것이다.

여기에 9.11 테러를 계기로 펜타곤을 비롯한 정보기관들은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몸집 불리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먼저 미의회의 2002-2003 회계 연도 국방 예산이 무려 3천8백억 달러로 늘어났다. 이는 지난 회계 연도에 비해 무려 14.5%(4백80억달러)나 늘어난 액수다. 여기에 최근 이라크 침공을 이유로 향후 5년간 1천억 달러를 증액해 2백억 달러가 늘어나면서 펜타곤의 1년 국방 예산은 무려 4천억 달러에 달한다. 부시 정권 들어와 국무부의 기능이 펜타곤으로 대치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까닭에서다.

그런가 하면, 9.11 테러를 사전에 감지한 일선 FBI 요원들의 테러 경고를 무시했다고 비난받은 로버트 뮬러 FBI 국장은 지난해 5월 29일, 대대적인 FBI 혁신 방안을 내놓았다. FBI는 테러공격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위해 테러전담 요원을 기존의 2천1백78명에서 3천7백18명으로 증원하는 한편, CIA 소속 분석관 25명을 파견 형식으로 빌려와 FBI내 ‘첩보실’을 신설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테러 예방을 위해 10대 주요 과제에 테러 공격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한다는 항목을 넣고 FBI 본부 및 산하 지부간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전세계의 통신 감청을 담당하며 한해 5조원의 예산을 쓰고 있는 국가안보국(NSA)도 테러 관련 업무 강화에 나섰고, CIA는 준군사 부대를 창설했으며, 미국의 주 방위군과 예비군의 복무 기간 역시 늘어날 전망이다.

***빅브라더 사회로의 신호탄, 펜타곤의 TIA 프로젝트**

여기에 지난해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지난 7월 4일, 대낮 총격 사고가 발생한 LA 국제 공항은 앞으로 올해 초까지 1천5백만 달러를 투입해 야간 투시가 가능한 내.외곽 감시카메라 1천2백대를 증설하고 있다. 게다가 뉴욕의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이어, 보스턴의 로건 국제공항도 지난해 11월부터 사람의 안구 홍채를 이용해 신원을 확인하는 새로운 보안시스템을 시험 운영하기 시작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홍채 인식시스템은 사람의 고유한 홍채를 통해 신원을 구별하는 것으로 카메라를 통해 출입자의 홍채가 저장된 홍채 이미지와 동일한 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뿐만 아니라 요즘 미국 대도시에서는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에서처럼, 감시카메라에 노출되지 않고는 걸어다닐 수 없을 정도로 보안 및 감시 시스템이 강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시민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거대한 괴물에 약한 사슬: 미국 감시사회의 성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서 묘사된 내용처럼 미국이 점차 빅 브라더에게 철저히 감시 사회로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9.11 테러 이후 미국의 대도시는 과학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카메라에 노출되지 않고는 거리를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민간 및 공공부문에 보안 및 감시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렇게 촬영된 테이프의 용도를 규제하는 법규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다시 말해 카메라에 촬영된 테입으로 발생할 개인의 사생활 침해를 규제하는 법규는 사실상 전무하다는 말이다. ACLU의 배리 스타인하트 회장 역시 얼마 전 “기업들이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관한 정보를 정부에 판매하는 행위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이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또한 현재 과속 단속기에 사용되는 컴퓨터 칩 기술은 언젠가는 경찰관이 길거리 행인의 신분을 즉각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기능을 가진 신분증의 등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펜타곤에서는 9.11 테러 이후, 대테러 작전의 일환으로 통합정보인식(TIA) 프로젝트를 통해 이미 모든 미국인의 의료 및 보건기록, 재무상황, 납세 여부 등을 감시하고 있다. 여기엔 진료기록부터 시작해 은행 예금, e-메일, 비행기표나 기차표, 전화통화, 잡지구독까지 모든 사항이 포함된다.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피트 올드리지 국방부 부장관은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테러를 저지를 의도가 있는 사람들을 사전에 파악해 잡아들이는 데 있다”고 말한다. 그것도 아무런 주저없이. 지난해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같은 행위가 빅브라더 사회의 위험성을 안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TIA 프로젝트의 담당자들은 오히려 테러 공격이 한번만 더 있으면 여론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바야흐로 죠지 오웰이 말한 ‘빅브라더’의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정보화 시대의 신제국주의**

지구촌의 정보 공유화를 가능케 만든 인터넷 열풍이 전세계를 강타하던 지난 1990년대 중반.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래 정보화 세계가 구현할 장미빛 환상에 빠져 있을 때, 다른 한켠에선 미래 정보화 사회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초래할 암울한 미래를 우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흔히 ‘80 vs 20’의 문제로 불리던 정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구체적인 현실성을 띠기보단, 장미빛 미래를 약속하는 정보화 사회에 대한 미래학자들의 막연한 두려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9.11 테러를 계기로 그 ‘막연한 두려움’은 점차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미래학자들이 막연하게 예견한 것처럼, 정보를 소유한 자와 정보로부터 소외된 자의 형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보다는 세계 최고의 정보력을 자랑하는 미국 vs 정보로부터 소외된 약소국의 형태로 나타났다. 마치 맑스가 예견한 공산주의의 이상이 결국 역사 속에서는 소비에트 연방이라는 괴물로 현실화될 수밖에 없던 것처럼. 9.11 테러를 계기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아프간에 이어 이라크 침공에 들어간 미국의 모습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미군의 아프간과 이라크 침공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미국 vs 아프간.이라크 전쟁은 도저히 국가간의 전쟁이라고 할 수 없는 일방적인 ‘게임’이었다. 한켠에서는 낮에는 인공위성을 통해 획득한 정보를 이용해 최첨단 미사일과 카메라가 장착된 무인 항공기가 폭격을 하는가 하면, 어두컴컴한 밤에는 위성수신 장비를 장착한 특수 부대원들이 적외선 투시경을 착용한 채 적들을 추적하고 있었다. 반면, 다른 한켠에서는 낮에는 미군의 폭격을 피해 어두운 동굴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이미 퇴물이 된 구형 소총을 들고서 미군 특수부대를 피해 험한 산악 지대를 이리저리 옮겨다니기에 바쁜 게릴라들(?)이 있었다.

또한 한켠에서는 배달된 피자를 질겅질겅 씹으며, 자신의 안방 TV를 통해 연일 생중계되는 폭격 장면을 마치 전쟁 시뮬레이션을 즐기듯 시청하고 있는 국민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켠에서는 세상(정보)과 단절된 채 수백만의 생명들이 무참히 죽어가고 있었다. 폭격으로 사망하기 전에 먼저 아사로. 그것도 TV는 고사하고 라디오조차 없어 자기 나라가 테러국으로 규정되고, 그런 이유로 침공 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9.11 테러에 이은 미군의 아프간.이라크 침공은 이처럼 80 vs 20의 문제가 멀지 않은 미래 정보화 사회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암울한 모습을 띠고 우리에게 다가올지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그런데 더욱 섬찟한 사실은 이대로 간다면, 앞서 살핀 일방적이면서도 잔인한 ‘전쟁 게임’이 내년에 한반도를 무대로 재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우리를 더욱 음울하게 만드는 것은 북한을 희생양으로 2004년 재선을 통해 부시가 탄생시킬 영원한 제국의 모습이 기존 군산복합체와 IT의 결합이 탄생시킨 MD나 국토안보부 같은 단순 괴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그것은 한 손엔 검은 방패(MD)를 쥐고 다른 한 손엔 IMF 채찍을 든 채, 국토안보부라는 신경망과 NSA의 위성 촉수를 통해 전세계의 에너지를 찾아 헐떡이는 괴물(빅브라더)의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보화 사회의 미래는 에너지 확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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