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무산됐던 '해운대~이기대 해상케이블카' 사업을 주관하던 민간기업이 관할지자체에 사업계획서도 제출하지 않고 특정단체를 이용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어 시민단체와 관할지자체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4월 27일 부산 남구 용호동에서 지역 주민과 아이에스(IS)동서 관계자 등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해상케이블카 유치를 위한 '부산해상케이블카 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이 단체는 아이에스(IS)동서 자회사인 ㈜부산블루코스트가 지난 2016년 추진했다가 부산시에서 반려된 '해운대~이기대 해상케이블카' 사업을 지지하는 모임이다.
해당 사업은 지역건설사 아이에스(IS)동서가 세운 특수목적법인 ㈜부산블루코스트를 통해 지난 2016년 부산 해운대 동백유원지에서 남구 이기대까지를 연결하는 4.2km 길이의 해상케이블카를 오는 2024년까지 건설하겠다는 내용을 담아 부산시에 사업추진서를 제출했고 부산시는 환경 훼손 우려, 공적 기여방안 미흡 등을 이유로 반려했다. 시민단체를 포함한 지역여론 또한 계속되는 난개발과 교통대란 등을 지적하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올해 초 갑자기 ㈜부산블루코스트가 해상케이블카 조성사업 관련 주민 제안서를 부산시에 제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다시 해상케이블카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주민 제안서가 제출되지는 않았지만 이때부터 '부산해상케이블카 추진위원회'라는 단체가 갑자기 나타나 주민들의 동의 서명을 받기도 하고 현수막 등을 붙이면서 해상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려는 모양새를 보였다.
게다가 해당 단체에 아이에스(IS)동서가 1000만원 상당을 지원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달 26일 <뉴스1>의 보도에 따르면 부산해상관광케이블카 추진위원회는 활동 자금으로 아이에스동서로부터 현금 1000만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를 놓고 아이에스동서가 해상케이블카 사업 추진을 위해 여론전을 펼치는 등 편법을 동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아이에스(IS)동서 관계자는 "해당 단체에 금전을 지원한 것은 맞다. 하지만 요청으로 인한 기부금 차원이다"며 "단체에는 지역 상인 등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희가 추진 중인 사업에 대해 긍정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저희 입장에서도 오히려 부담으로 느껴지지만 주민들이 하는 행동에 대해 저희가 제재할 수는 없다"고 이해할 수 없는 해명했다.
실제 사업 추진에 대해서는 "사업계획서 제출에 대해서는 지난번 부산시에서 반려한 환경 훼손, 교통 대책, 공적기여 부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정확한 사업계획서 제출 기한은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이에스(IS)동서가 다른 방법을 동원해 해상케이블카 사업을 재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이 공공연해지자 부산지역 시민단체들과 사업 장소를 관할하는 지자체에서는 난개발로 인한 교통대란, 안전문제와 함께 또다시 민간자본이 공공재를 사유화하는 특혜를 누리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시기상조'라며 단호히 선을 그었다. 그는 "교통 문제, 경관 훼손의 문제가 있고 동백섬 자체가 문화재 보호구역이다. 그 외 여러 가지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보더라도 해상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현시점에서 말도 안 된다"고 밝혔다.
플랫폼이 들어설 것으로 계획된 관할 남구의 박재범 구청장은 입장 표명을 꺼려하는 가운데 관계자를 통해 "사업계획서가 제출되지도 않았고 정확히 사업과 관련한 협의가 들어오지 않은 상황이기에 당장 밝힐 수 있는 입장은 없다"고 전했다.
아이에스(IS)동서의 해상케이블카 사업 추진에 대해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정말 이 사업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공명정대하고 시민들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단체에 돈을 지원하고 토론회를 여는 꼼수를 부릴 이유가 없다"며 "이는 사업이 얼마나 부적절하고 하면 안 되는 사업인지를 분명히 드러내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익의 사회환원을 하겠다고 말하는데 정말로 그럴 생각이 있다면 아이에스(IS)동서가 지난 정부에서 특혜로 건설한 용호동 W아파트에 대한 환원부터 실시해야 한다"며 "바다라는 공공재를 민간기업의 이익과 수입이 되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가 되지도 않은 상태인데 사업이 시작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지역의 한 관광업계 전문가는 "부산의 바다 조망권은 공공재로서 시민들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 하지만 해상케이블카는 광안대교의 조망을 망쳐 시민들의 조망권을 빼앗는 것은 물론 강한 바람과 매년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인 광안리 앞바다에 들어선 해상케이블카에 대한 안전성 역시 확보된 것이 없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부산시는 사업계획서도 제출하지 않고 관련 단체를 활용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아이에스동서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게다가 해상케이블카 사업의 반려 사유였던 교통, 환경 훼손, 공공기여 등의 문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여름 성수기와 주말이면 상습적인 정체를 빚고 있는 해운대의 경우 올해 연말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엘시티가 완공되면 교통대란이 일어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여기에 해상케이블카마저 설치된다면 주차 공간 확보와는 별개로 특단의 도로 인프라 개선사업 없이 교통 문제는 해결될 가능성이 전무한 실정이다.
광안리해수욕장 앞바다 경관 훼손 역시 큰 문제로 제기된다. 지역 전문가들 역시 "광안대교 뒤에 케이블카가 설치된다면 그것은 마치 커다란 빨랫줄을 세워 놓은 것과 다름없다"며 "부산의 자랑이라는 천혜의 자연을 훼손하는 것이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2년 전 교통, 환경, 공공기여 등의 문제로 반려된 사업으로 시는 추진에 대한 반대입장이 분명하다"며 "사업계획서도 제출되지 않아 현재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 지는 데 대한 내용만 파악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밝혔다.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아이에스(IS)동서의 해상케이블카 사업 재추진은 분명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민간기업이 개발과 관련된 수많은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고 이익에 급급해 부산시민의 권리인 바다 조망권과 안전을 빼앗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는 지역 전체가 심각하게 고민해 볼 일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