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공식적으로 지지하는 나라는 전세계 2백여개국 가운데 우리나라를 포함해 30개국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와 일본, 필리핀 세 나라만 지지입장을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등 30개국이 지지"**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세계주요통신사들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지금 공식적으로 (이라크전을 지지하는) 리스트에 들어오겠다고 천명한 30개국의 리스트를 갖고 있다"며 이라크전 지지국가 명단을 공개했다.
파월이 '즉각적 이라크 무장해제를 위한 연합'이라고 명명해 밝힌 국가들은 한국을 비롯해 영국, 일본,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덴마크, 오스트레일리아, 터키, 폴란드, 필리핀, 아프가니스탄, 알바니아, 아제르바이젠, 불가리아, 콜롬비아, 체코, 엘살바도로, 에리트리아, 에스토니아, 이디오피아, 그루지아, 헝가리,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마케도니아, 니카라과,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우즈베키스탄 등이다. 아랍국가들은 단 한 나라도 참여하지 않았다.
파월은 또 "다른 15개 국가도 지지의사를 밝혔으나 한두가지 이유로 이름을 공개하기를 꺼리고 있다"며 "금명간 이름을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처드 바우쳐 국무부 대변인은 "지지국가 가운데 일부는 군대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으나 파병할 국가들의 구체적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영국은 이미 4만5천명을 파병한 상태이며, 오스트레일리아는 2천명, 폴란드는 2백명을 파병키로 했다. 또 알바니아는 70명의 비전투병력을 보내기로 했고, 루마니아는 2백78명의 비전투 전문가를 보내 화학무기 및 생물학 무기 공격에 대비하기로 했다. 일본은 전투에는 참여하지 않고 '전후복구'에 기여하는 나라로 분류됐다.
우리나라는 현재 5백~6백명의 공병 등 비전투병력을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터키의 경우 의회가 미군의 기지 이용을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에서 이라크전 지지 입장을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파월은 만약 터키가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부시정부는 60억달러의 특별경제지원을 부활시킬 용의가 있다고 밝혀, 이같은 터키 정부의 이라크전 지지 이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또한 이라크전을 지지한 나라들 가운데 상당수를 차지하는 동구권 신흥국가들의 경우도 지지의 반대급부로 미국으로부터 경제지원을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믿었던 멕시코, 사우디 등의 반대**
미국이 지지국가를 확보하기 위한 외교총력전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지지국가가 30개국에 그친 것은 외교실패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자신의 뒷뜰로 여겼던 멕시코나, 중동의 거점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이라크전 반대입장을 밝힌 대목은 미국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최후통첩 연설에 대해 시간 일정과 절차면에서 의견이 다르다고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폭스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미국 및 영국, 스페인의 가치와 목표, 입장에 공감한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시간 일정과 절차면에서 우리는 다른 의견을 갖고 있음을 밝힌다"고 말했다. 폭스 대통령은 국제사회는 이라크 전쟁을 피하기 위한 평화적 해결책을 찾는 데 "창의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멕시코는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다자주의적 방법을 지지하며 전쟁으로 나아가는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세계는 유엔 결의안의 문구 와 정신을 이행하는 해결책을 찾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권 통치자인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왕세자도 18일(현지시간) TV로 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사우디)왕국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이라크 형제를 겨냥한 전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군대는 이라크 영토 안에 한뼘도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압둘라 왕세자는 파드 국왕을 대신한 연설에서 또 "우리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위한 유엔안보리 결의 1441호가 이행되는 즉시 전쟁이 멈추기를 기대하며, 이라크가 (미국의) 군사점령 하에 들어가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외교적 실패의 절정"**
이같은 미국의 외교 실패에 대해 미국의 뉴욕 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외교적 실패의 절정"이라면서 통렬히 비판했다.
NYT는 이날 '외교적 폐허속의 전쟁'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미국은 이제 이라크 위기에 관해서뿐만 아니라 탈냉전 시대에 어떻게 역할을 정의할 것인지에 관해 결정적 전환점에 서있다"면서 "전임자들과 달리 부시 대통령은 동맹관계를 과소평가한 반면 군사력은 과대평가했다"고 지적했다.
NYT는 이라크전을 "외교적 실패로 점철된 시대의 절정판이며 최소한 한 세대만에 워싱턴이 저지른 최악의 실책"이라고 혹평하며, 미국의 기대를 받으면서 출범했던 부시 정권이 독선적이고 일방주의적 외교로 동맹국들의 반발을 초래해 대서양 양안관계와 미러, 미중 관계와 미국과 이슬람권의 관계를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질타했다.
NYT는 또 "미국이 제출한 이라크 결의안에 확고한 지지를 보낸 국가는 15개 안보리 이사국 가운데 불과 4개국에 불과했다"면서 "여기에는 목표와 명분의 변경, 독단적인 일정표, 외교적 주고받기의 거부, 공공연한 강압, 임박한 위협에 대한 위험의 입증실패 등 미국의 파괴적 행위들이 가장 큰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NYT는 이러한 외교적 실패의 결과로 "미국은 세계가 최선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때 최악의 시선을 맞게 됐다"면서 "이는 예정된 것도, 불가피했던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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