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이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법안을 처리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 '절차' 지정 과정인데도 자유한국당은국회 사무처 곳곳을 점거했고, 결국 '폭력 사태'로까지 번졌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28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법,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 문제와 관련해 "제가 시작한 일이니 마무리 하고 갈 것"이라며 "자신있게 말하지만 (임기 중 처리가 안 되는)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정개특위와 사개특위를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열어서 처리를 하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 원내대표 임기는 다음달 8일까지다.
홍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지정 자체가 법안 처리와 무관한데도 극렬 반발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에 대해 "지금 우리가 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하는 절차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국당에서는 지금 폭력과 불법을 통해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것은 착각"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폭력 국회' 사태는 국회 선진화법 전(2013년 이전)의 경우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의 상임위 및 본회의 법안 일방 처리 과정에서 발생했었지만, 지금은 처리 전 단계인 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발생했다. 자유한국당이 선거법과 관련한 지난해 12월의 여야 합의를 뒤집으면서, 한국당을 뺀 여야 3당과 바른미래당 다수가 패스트트랙 지정 추진을 결정했었다. 패스트트랙에 태운다고 해도 결국 처리 과정에서는 협상이 계속 진행돼야 한다. 홍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은 법안 처리가 아니라 '대화와 협상'을 강제하기 위한 것' 이라는 취지로 설명한 이유다.
홍 원내대표는 "신속처리법안이 지정되고 나면 한국당에 대해 협상에 즉각적으로 응할 생각"이라며 "한국당이 협상테이블에 나와서 선거법과 공수처법의 최종적 처리를 위해서 협상해야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공수처법과 선거법 처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20년 넘게 고위공직자들의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있었다. 20년 넘게 한국당이 사실상 반대를 해서 입법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공수처 신설 논의가 김영삼 정부에서 시작됐으며, 이회창 전 대선후보 역시 2002년에 공약으로 제시했던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또 선거법에 대해 "신속처리법안을 지정하기 위해서 국회의원 5분의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것마저도 한국당이 막고 있다.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일하는 국회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담은 선거법은 민주당 내에서도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던 법이었다. 지역구를 가진 현역 의원들에게 불리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밥그릇을 빼앗길 위기' 속에서도 이를 감수하고 선거법 처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좌파 독재를 위한 포석'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자유한국당의 태도에 대해 "개도 자기 밥그릇을 뺏으면 주인이라도 문다"고 평했다. 결국 '밥그릇 싸움'이라는 점을 솔직하게 인정한 셈이다.
고소·고발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홍 원내대표는 "내일 추가 증거자료들을 첨부해 (한국당 의원 및 관계자들을) 추가로 고발할 것"이라며 "과거처럼 여야가 서로 고발조치를 하고, 유야무야 끝나는 것은 이번에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자신에 대해 고발한 것을 두고 "저부터 신속처리안건 절차가 끝나면 검찰에 자진출두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앞서 지난 26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포함해 국회의원 18명과 보좌진 2명 등 20명을 국회법 위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국회법 165조는 '누구든지 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부근에서 폭력행위 등을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린 불법에 저항하기 위해 단순 연좌시위를 한 것이고, 분명 법적으로 문제 없다"며 "한국당 의원 전원이 고발된다 해도, 투쟁은 멈추지 않겠다"고 받아쳤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국회의사당에서 한국당 소속 의원과 보좌진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를 포함한 17명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상해) 등 혐의로 전날 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향후 추가 증거자료를 분석, 한국당 소속 의원들과 보좌진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민주당 관계자들을 추가 고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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