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가능성과 북핵 위기에 따른 한국의 컨트리 리스크가 높아진 가운데 SK그룹의 분식회계 사태 등이 겹치면서 경제상황이 악화되자 97년 외환위기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가 재벌개혁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IMF 한국대표부의 폴 그룬월드 ( Paul F. Gruenwald) 대표는 12일 평화방송 라디오와 가진 대담에서 "97년 외환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도 "최근의 재벌개혁을 지지하며 이를 계기로 회계감독 강화, 사외이사제도 강화 등이 더욱 요구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우리는 아직 새 정부와 함께 정책들을 논의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재벌 개혁 문제에 대해서는 코멘트를 할 수 없다"면서도 "97년 경제위기 이후 IMF는 효율적인 시장 자율성이 자리잡을 때까지는 재벌에 대해 규제를 가해야 한다는 정부의 정책을 지지해왔다"고 우회적으로 재벌개혁을 촉구했다.
그룬월드 대표는 이어"우리의 전반적인 견해는 효과적인 시장 자율성이 경제 기능을 더욱 더 원활하게 만든다는 것이고 과거 재벌에 대한 시장 자율성의 부족이 경제 위기를 초래한 중요한 원인중의 하나"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이유로 인하여 우리는 더 강력한 회계 기준, 향상된 소수 주주의 권리, 강화된 공시 기준, 그리고 독립적인 기업 이사들의 임명을 지지한다"고 재벌개혁에 대한 IMF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룬월드 대표는 그러나 "한국이 금융부문개혁에서 긍정적인 진보를 이루어왔다는 것은 인정한다"며 "특히 은행 부문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고 은행개혁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경제 위기 이래로 은행들의 수익성은 높아졌고 자본화가 잘되어있으며 위험관리는 개선되었고 부실채권은 큰 폭으로 줄어들어드는 등 은행부문의 건전성이 상당히 회복되어왔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우리는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 은행들의 재 민영화를 촉진하도록 장려할 것"이라며 "특히 제2 금융권의 건전성이 금융시스템 전체에 위험을 부과하지는 않을지라도 아직 많은 제2 금융권 금융기관의 건전성은 취약하다"고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금융개혁이 상당히 이뤄어졌다는 시각에서 한국에서 제2의 금융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그 근거로 외환 보유고가 대폭적으로 증가되었고 환율은 훨씬 더 탄력적으로 움직이며 단기 외화 부채는 낮아졌다는 점, 그리고 외채와 보유고에 대한 보고체계도 훨씬 더 적절한 시기에, 더 포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다만 이라크전 위기와 북핵 위기 등이 지속되는 등 최악의 상황에 빠져들 경우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당초 예상치인 5.5%보다 훨씬 낮아져 2002년보다 2001년에 더 가까워 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3%대의 저성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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