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3개월여 장고 끝에 서울 출신의 총괄건축가를 위촉했다. 2월말까지 위촉하겠다던 광주 총괄건축가를 놓고 시중 여론이 설왕설래한 끝에 제법 ‘괜찮은’ 인물을 들여왔다는 것이 몇몇 지역 건축계 사람들의 평가이다.
그를 만나본 적은 없지만 지면을 통해서, 그의 책을 통해서 접해본 바로는 건축계의 속살을 꿰뚫고 구조와 안전을 강조하면서도 건축디자인도 소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나마 도시와 건축을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건축가라고 했다.
한때 이용섭 시장 캠프의 인사가 선임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돈 적 있었다. 이에 대해 지역건축계의 뜻있는 사람들은 “그래서는 안된다”는 이견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왕이면 지역에서 지명도는 떨어지더라도 참신한 아이디어와 실천력을 가진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의 인물이 더 나을 것이라는 말이 있었다.
그런 의견이 충족되지 않았지만 이번에 위촉된 1959년생 함인선씨는 구조와 안전, 건축의 품격에 대해 나름대로 식견을 갖고 있다고 한다. 광주시는 공공건축을 혁신해 회색도시 이미지를 탈피하고 광주만의 도시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명품건축물 건립 정책을 추진하는 데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함씨는 한양대학교 특임교수로 그동안 이와 관련된 글을 쓰고 여러 권의 책을 냈다.
그의 책 《구조와 구조》(2000)나 《건물이 무너지는 21가지 이유》(2018) 등은 구조로서의 건축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건축물 붕괴의 대표적인 사건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붕괴사고를 넘어서는 ‘안전한 세상’이라는 미래의 건축을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의와 비용 그리고 도시와 건축》(2014)은 건축과 도시가 왜 계속하여 사람을 죽이고 망하게 하는지를, 근대의 정신적인 가치를 상실한 오늘날 도시와 개발의 문제, 건축의 품격에 대한 문제를 설명했다고 한다.
《건축가 함인선, 사이를 찾아서》(2014)의 핵심 키워드는 ‘소통’이다. 더 정확하게는 전문가들의 소통능력이 이 사회의 꼬인 문제들을 해결할 실마리라고 단언한다. 소통은 고집을 피우지 않는 것이다. 그는 건축을 미학과 예술로 바라보는 견해가 지배적인 국내 건축계에서 엔지니어링과 기술을 중시하는 관점을 견지하며 사회적 실천을 꾀하는 건축가로 알려져 있다.
이제 이론에 집착하기보다 문화도시 광주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광주는 문화중심도시인데도 미학과 예술의 관점이 반영된 건축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몇몇 그런 건축물이 있다고는 하지만 변두리 구석진 곳에 있는 정도이다. 광주는 도시 전체를 놓고 볼 때 회색도시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광주시가 말하는 총괄건축가의 역할은 건축·도시디자인의 품격과 품질 향상을 위한 방향과 방법을 제시하는 민간전문가이다. 또 건축·도시공간정책 및 전략에 대한 자문 또는 주요 공공건축 및 도시공간환경 조성사업에 대한 총괄 조정을 맡는다고 한다.
그는 단순히 건축이나 도시공간에 대한 자문역할만 해서는 안된다. 광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사명감을 갖고 광주에 발붙이며 지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쩌다 한 번씩 서울과 광주를 오가는 자문역할을 한다면 그리 썩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
총괄건축가를 지원하는 조직과 실행인력도 필요하다. 건축가들도 미학적인 역량이 있겠지만 지역 출신의 문화예술이나 문화기획자들도 그 인력 중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총괄건축가는 공공건축물만이 아니라 민간건축물에도 안전과 디자인, 미적인 품격이 드러날 수 있도록 조례제정이라든가 실천운동의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지금의 광주 건축은 사각형 빌딩, 회색의 아파트 등 건축의 디자인적 요소라고는 1도 없는 지경이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다운 광주형 건축디자인은 사람들의 눈을 풍요롭게 만든다. 미국이나 유럽은 차치하고라도 중국이나 일본만 봐도 건축물 디자인이 주변 건축물과 다른 모습들을 보여준다. 건축학과 학생들이 디자인을 보기 위해 방문하곤 한다.
광주가 그런 도시였으면 한다. 건축디자인이 관광산업의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광주에서 열리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이나 축하쇼를 보기 위해 온 사람들에게도 뭔가 관광꺼리가 뒤따라야 한다.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축하쇼에 국내 2만명, 외국 1만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몰린다. 특히 역사 이래로 1만여명의 외국인이 동시에 광주를 방문하는 일은 전무후무하다. 그들에게 광주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총괄건축가는 이런 점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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