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25일 "지금 같은 한국 정부의 스탠스(자세)를 가지고는 남북관계가 진전되지 않는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 전 장관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와 정책위원회가 주최한 '4·27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 정책 세미나'에 참석했다.
이 전 장관은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이 길게 가면 한국 정부가 굉장히 어렵게 된다"며 "문재인 정부의 신한반도체제 구상 등이 상당 시간 지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남북관계의 우선적인 발전을 통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진전시킨 것이 1년 전 (판문점선언) 경험인데 지금 와서 미국이 '남북관계를 먼저 발전시키는 것을 하지 말라'고 한다"며 "판문점선언 합의 이행이 대부분 지체됐고 이는 비핵화 협상에서 한국 정부의 중재역량 약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너무 쉽게 미국 쪽 이야기를 듣고 미국의 판단에 너무 따라가고 있다"며 "중재역량 약화로 북한이 우리를 쳐다볼 이유가 없게 됐고 작년 말 이후 남북관계가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은 "가장 필요한 것은 남북관계의 자율성인데 지금은 그 폭이 그렇게 넓지 못하다"며 "북미관계에 남북관계가 종속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통일부 장관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통일부가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북한에 대해 '지렛대'가 된다"며 "참모가 세게 나가고 대통령이 달래줘야 하는데 우리는 오히려 대통령이 앞선 말을 하고 참모는 받아쓰기를 한다. 이러면 미국과도 협상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남북관계의 우선 발전을 통한 비핵화가 필요하다는 말을 누군가 해야 한다"며 "민간 차원의 대북 인도지원을 장려하고,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바깥에 있는 관광에 대해 '국민들이 북한 출입을 자유롭게 하고 관광하게 하는 것이 어떤가' 등을 (이야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협상 교착이 장기화하면서 북미 양측이 자극적인 언사를 주고받는 것에 대해 "(한국) 외교부가 나서서 '양측이 비핵화 협상을 이뤄나가는 과정이니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자극적인 발언을 자제하기를 바란다'는 말이라고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에서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두고 대남 비난을 한다. 군이 비핵화를 위한 쪽으로 보다 더 힘을 몰아줄 필요가 있다"며 "용기를 가지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뚫고 나가야 한다"고 군의 변화도 촉구했다.
이 전 장관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적 남북 교류 허용 입법과 정치권의 정부 정책 뒷받침, 대안 제시 등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세미나에서 "판문점선언이 있기 전까지는 한반도의 미래를 알 수 없는 아주 불안한 상황이 계속돼왔다"며 "불과 1년 사이에 큰 전환이 이뤄졌기 때문에 너무 기대가 급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1년 사이에 이뤄진 과정에서 충분한 소통과 이해가 부족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을 차분히 돌이켜보면서 진지하게 더 논의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앞으로 3년 이상 남아있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아주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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