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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이목 끈 '주룽지'다운 고별사

"중국의 3대 시한폭탄, 부동산 거품-부패-과잉생산"

오는 16일 총리직을 물러나는 중국의 주룽지 총리는 중국의 '경제대통령'으로 지난 10여년간 중국의 고도성장을 이룩한 주역이다.

주 총리가 지난 5일 중국의 국회라고 할 수 있는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마지막 공식활동으로 고별사를 갈음하는 의미있는'정부활동 보고'를 했다.

그는 지난 10여년간 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7%대의 신화를 이룩한 중국 경제기적의 아버지다. 그는 그러나 고별 연설에서 자신의 치적 대신에 앞으로 중국이 풀어야할 3대 악재를 숨김없이 제시해 세계로부터 "역시 주룽지답다"는 찬사를 받았다.

***중국경제가 직면한 3대 시한폭탄**

주 총리는 "부동산 거품과 철강.자동차 산업의 방만한 생산.투자 확대로 인한 공급과잉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며 "특히 부패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역설해 3천여 참석자들로부터 뜨거운 기립박수를 받았다. 현재 중국이 직면해 있는 잠재위기를 적확히 집어낸 것이다.

주 총리는 중국경제의 첫번째 문제점으로 부동산 거품을 꼽았다. 그는"일부 지방에서 부동산 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상하이 등 연안 도시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과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과열에 강한 우려를 제기했다.

실제로 현재 상하이 등의 부동산거품은 심각한 지경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하이 푸둥지구의 경우 나날이 초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으나 실제 임대율은 극히 저조해 많은 건물들의 공실률이 50%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건물들이 경쟁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는 이들 신축빌딩의 주인이 대부분 국영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 결과 이들이 돈을 빌어다 쓰는 국책은행들의 잠재부실이 나날이 커져, 만약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경우 중국의 금융부실이 급증하면서 심각한 금융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는 두번째 문제점으로"철강, 자동차, 건축자재 등의 업종의 발전 계획을 조정해, 방만한 투자와 무질서한 경쟁을 막겠다"면서 공급과잉 조짐이 보이는 철강 산업 등에 대한 강력한 억제 의지를 피력했다.

중국의 철강 생산은 2002년만 전년대비 20·3% 증가한 1억 8천1백55만 톤으로 세계 최대의 연간 생산량을 보였다. 철강은 세계적인 공급과잉을 빚고 있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중심으로 생산설비의 삭감 계획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중국 철강업은 설비증강과 공급 확대를 계속하고 있어 중국 정부도 이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 시장도 해외 메이커가 잇따라 중국 시장에 진출해 공급과잉의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동차 생산에 대한 억제책을 본격적으로 실시하면 토요타, 현대 등 중국에서 공장 건설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는 일본 및 한국의 자동차회사 등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개혁뿐 아니라 정치부패 척결에 앞장선 청렴결백한 정치인으로도 추앙받아온 주 총리는 세번째 문제점으로 부패를 꼽으며 후진들에게 "부단한 부패척결"을 당부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그는 지난 95년 베이징 당서기 등 당시 권력자들의 부패와 싸우면서 강력한 저항에 부딪치자 "나의 몫도 포함해 관을 1백개 준비해라. 부패 공무원과 같이 쓰러져도 나라를 위해서라면 상관없다"며 결연한 의지로 부패척결을 관철시켜 왔다.

그는 또 한 사석에서 "중국 각 성의 간부들을 상을 준다고 운동장에 모아놓고 모조리 총살을 시켜야 부패의 뿌리가 뽑힐 것"이라고 분노를 토로하기도 했다. 중국의 부패가 얼마가 극심한지를 보여주는 일화다.

지난해에도 중국의 유명 여류배우 출신으로 중국 굴지의 재벌이 된 류샤오칭을 탈세혐의로 잡아들이는 등 임기 말년에도 그의 부패와의 싸움은 그칠 줄 몰랐다.

***중국경제의 대통령**

주룽지 총리의 퇴진을 많은 중국인들은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부패가 만연한 중국 지도부 내에서 주 총리는 부패의 위험수위를 조절해온 '청렴'의 대명사였고, 누구보다 중국경제가 나아갈 방향과 세계경제의 흐름을 정확히 꿰뚫고 있던 중국의 경제선장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경제계는 1997년 아시아에 외환,금융위기가 폭풍처럼 밀려들었을 때 주룽지 총리가 위안화 환율을 변동시키지 않는 어려운 결단을 내림으로써 위기가 더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했고, 당시 핫머니들의 중국 공격때 홍콩-대만 등과 연계해 이를 격퇴한 대목에 대해서 더없이 높은 평가를 하고 있다.

주룽지야말로 앨런 그린스펀 미연준(Fed)의장에 비견될만한 중국경제의 대통령이라는 찬사다.

지난 28년 마오쩌둥의 고향인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에서 출생한 그는 일찍이 부모를 잃고 고학으로 칭화대 전기공정학과에 입학한 수재다. 칭화대 학생회장을 역임한 그는 한때 우파분자로 몰려 당적을 박탈당하는 등 20여년간을 변방에서 떠도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덩샤오핑이 정권을 장악한 뒤 저명한 경제학자 마훙의 추천으로 78년 50세에 중국사회과학원 공업경제연구소 공업정책연구실 주임이 되면서부터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89년 61세의 나이에 상하이 당서기를 거쳐 91년 부총리로 베이징에 입성한 이후 지난 12년간 사실상 중국 경제를 주무르던 주 총리는 평소 "가장 잊을 수 없는 것은 인민의 기대와 사랑이며, 가장 변명하기 힘든 것은 나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정계에 몸담은 것"이라고 말해왔다. 이는 뒤집어 보면 현재 중국 정치권의 부패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이때문인지 그는 퇴임 후 고향인 후난성 창사에 내려가 "손님을 받지 않고 문을 닫아건 채 못다 읽은 책을 읽을 계획"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13억명의 박수를 받으면 물러난 '위대한 거인'. 우리도 언제나 이런 '명재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인지, 부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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