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에 대한 검찰수사로 위기에 직면한 SK(주)가 '시장의 심판'으로 곤경에 처했다.
18일 외국계 증권사 UBS 워버그가 SK 구조조정본부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SK를 한국 투자모델종목에서 배제한 데 이어, 19일에는 미국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SK㈜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조정한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현재 SK의 장기신용등급으로 투자적격 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Baa3'를 부여하고 있다.
무디스는 이번에 SK의 신용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한 배경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검찰의 최태원 회장 조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무디스의 공식적 설명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정유분야 설비투자가 과도한 상태이며, 이에 따라 SK 역시 앞으로 2년동안 이익 실현 폭이 그리 커지지 않을 것이고 향후의 현금유동성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속내는 최근 SK를 둘러싸고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황과 무관치 않으리라는 게 시장의 지배적 관측이다.
이같은 무디스 등의 대응이 미치는 영향은 가히 치명적이다.
이미 워버그의 부정적 조치로 SK그룹은 18일 하루 동안에만 주식시장에서 날린 돈만 7천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오른 18일 거래소 시장에서는 SK그룹주 가운데 SK와 SK증권은 각각 전날대비 9.4%, 8.52% 급락하며 시가총액으로 각각 1천7백77억원과 3백68억원을 잃었다. 19일에도 주가는 계속 하락했다.
그룹 대표주인 SK텔레콤도 이 여파로 2.84% 떨어지면서 4천2백34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SK텔레콤은 시가총액기준으로 국내 상장기업중 삼성전자에 이어 부동의 2위를 달려왔으나 이날 14조4천8백20억원을 기록, 3위인 국민은행(13조8천5백25억원)에게 자리를 추월당할 수 있는 위험에 처했다.
이밖에 SKC. SK글로벌. SK케미칼 등도 2~3%씩 동반 하락, 모두 3백억원 가까이 시가총액이 줄어들었다. 이처럼 SK계열사들이 하루새 주식시장에서 날린 돈만 시가총액기준으로 모두 7천억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이처럼 외국계 금융회사들의 평가에 따라 시장이 출렁거리는 상황이 벌어지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국내 금융기관들은 ‘먹통’이냐는 볼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검찰이 국내 4대 재벌인 SK그룹 경영진 17명을 출국금지시킬 정도로 범법 혐의가 큰 사안인데도 금감위는 작년말 과징금 11억여원을 부과하는 것으로 종결지으려 했으며, 공정거래위원회는 검찰이 압수수색까지 단행하자 뒤늦게 부당내부거래를 조사하겠다며 뒷북을 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같은 시장의 예민한 반응과 관련, 전문가들은 한국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에 대한 외국인투자자들의 민감한 반응을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며 재벌개혁과 관련된 검찰 수사가 장기적으로는 한국 기업들의 투명성에 긍정적 효과를 줄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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